노태우 by 함부르거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습니다. 이젠 그도 역사의 영역으로 들어갔으니 평가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 그 시대를 산 사람이 많이 살아 있으니 좀 이른 느낌은 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노태우는 공이 과보다는 큰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군사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과도기에서, 그는 의회를 존중함으로써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만들었습니다. 삼당합당은 당대엔 비열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의회를 장악하는 자가 정치를 장악한다.'는 대의민주주의 원리가 한국에서도 확고히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즉 대통령이 나서서 의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첫번째 사례가 된 것입니다. 그게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말입니다.

그의 집권기엔 민간에서의 민주화 열망이 폭발했습니다. 학생운동은 더욱 세가 커졌고, 노조 운동도 활발했습니다. 그는 그 모든 운동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것으로 일관했습니다. 우리 나라 노조들이 강경일변도의 투쟁적 조직으로만 발전하게 된 것은 상당부분 그의 책임입니다. 학생운동은 전두환 때와 별 다를 바 없이 탄압받았지요. 그의 시대에 발생한 희생들이 과연 필연적이었는가는 의문입니다.

북방외교는 누가 봐도 그의 제일가는 업적입니다.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진영이 해체되던 격동의 시대에 그는 소련, 중국 등 과거의 적들과 과감하게 손을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비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굳은 의지로 수교를 관철시켰습니다. 덕분에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얻었고, 보다 열린 사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을 고립시킨 것은 덤이구요. 격동의 시대에 가장 올바른 방향으로 외교를 추진한 모범사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 혜택을 보고 있지요.

경제면에서는 전두환 시대의 경제정책이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삼저 호황이 계속되던 때라 딱히 경제정책에 손댈 이유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의 시대에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대가 넘었고 - 요즘 보면 미친 성장률이죠. - 노동자들의 실질임금도 크게 올랐습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가 일반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그의 시대부터였습니다. 다만 급속한 경제성장만큼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잘나갈 때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 그의 탓을 하긴 어렵지만요.

문화면에서는 여전히 군사정권 시대의 검열과 탄압이 있었지만 차츰 완화가 시작됐습니다. '물태우'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 그는 자신에 대한 풍자를 어느 정도 용인했고 덕분에 정치 풍자 개그맨들이 큰 인기를 얻었지요. 일본 문화가 차츰 수입되기 시작했던 것도 그의 치세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드래곤볼 같은 일본만화 전성기 작품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죠. 해적판이 많았지만요. ㅋㅋ

종합하자면 그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바뀌는 과도기를 잘 관리했던 대통령이었습니다. 군사정권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오히려 덕분에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갔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물태우'라는 별명은 처음엔 그를 비웃는 것이었지만 지금 보면 격동의 시대를 물 흐르듯이 따라간 그의 유연한 처세를 상징하는 별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기엔 그가 자행한 쿠데타와 학살의 책임이 너무 무겁습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애프터샥 오픈무브(AS-660) 골전도 이어폰 by 함부르거


운동, 특히 러닝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은 여러 가지를 시험해 봤습니다만 어느 것 하나도 만족스러운 게 없었습니다. 유선 이어폰은 선이 걸리적거리고, 무선 이어폰 중에서 오픈형은 숫자도 얼마 안되거니와 귀에서 빠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항상 있죠. 저의 경우 커널형 이어폰은 극혐이라서 아예 고려의 대상조차 아니었습니다. 커널형 특유의 그 귀 압박감과 폐쇄감, 조금만 걸어도 쿵쿵 울리는 귀울림은 저한테는 아주 최악입니다. 블루투스 헤드폰도 고민해 봤지만 귀를 다 덮는 녀석은 여름에 쓰기 어렵죠.

허나 교보에 잠깐 들렸다가 들어본 이 골전도 이어폰은 그런 고민을 싹 날려 주었습니다. 넥밴드형이라 분실 위험도 덜하고, 귀가 오픈되어 있어 외부 소리도 잘 들립니다. 사람에 따라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야외 운동하는데 외부 소리가 안 들리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사용해 보니 음질도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골전도가 확실히 되서 외부에 안들리면서도 착용자에겐 잘 들립니다. 방수도 어느 정도 되니 운동하는데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도 그 쪽을 주력으로 마케팅하고 있지요. 저는 음악은 잘 안 듣고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주로 들어서 음질 관련으론 불만이 없습니다.

물론 단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주로 골전도 방식 자체의 문제죠. 일단 귀가 오픈되어 있다 보니 바람이 심하거나 하면 잘 안들립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잘 들리라고 귀마개를 끼워 줍니다만 귀마개를 끼면 이걸 선택한 의미가 반감되죠. 

관자놀이를 진동시키는 방식이라 사람에 따라서는 조임으로 인한 압박감이나 두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이런 건 못 느꼈지만요.

음질도 솔직히 음악감상용으로는 부적합합니다. 골전도 방식 치고는 음질이 좋은 편인 거지 보통 이어폰에 비해 좋은 음질은 아니죠. 인간은 귀를 통해 소리를 듣도록 진화된 생물입니다. 음악감상용이라면 비슷한 가격대의 아무 이어폰이나 써도 100배는 더 나을 겁니다.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이 회사에선 가장 저가형이지만 정가가 10만원입니다. 할인을 최대한 끼고 사도 경쟁사에 비해서 3~5만원은 비싸요. 물론 품질에 대한 만족도는 이 쪽이 훨씬 높습니다만. 이어폰은 소모품이라고 보는 제 입장에선 좀 출혈지출입니다.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운동하는데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살만합니다. 이제 다른 건 운동하면서 못 쓸 거 같아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운동하는데 다른 방식의 이어폰은 모두 불편한 분
 2. 음질은 별 신경 안쓰는 분
 3. 이어폰 끼고 있으면 귀가 아프거나 불편한 분


이런 분들게 비추합니다.

 1. 음질은 타협이 불가능한 분
 2. 음악 감상 위주로 사용하실 분
 3. 관자놀이를 조이면 두통이 오는 분



ps. 계속 사용하다 보니 역시 사람 목소리 음역대에 최적화된 물건으로 보입니다. 아주 저음이나 고음 파트는 시원찮은데 사람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리네요. 콜센터 상담사들이 골전도 이어폰을 많이 쓰는 이유기도 하지요.



백신 부작용으로 본 검색최적화 문제 by 함부르거

모더나 백신 맞고 나서 일주일 뒤부터 주사 맞은 어깨가 벌겋게 부어 오르더니 지금은 붓기가 상당히 팔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는 상태입니다. 

알아 보니 코비드 암이라고 백신 맞은 후에 일반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이더군요. 이 정보를 어디서 알았냐면 미국 CDC 웹사이트에서요. CDC에서 한글 페이지를 운영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좀 놀랐습니다.

찾아 보니 우리 나라 질병관리청에서도 비슷한 정보를 제공중입니다만 CDC에 비하면 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를 다 그림으로 만들어 놔서 검색이 안되요! 구글에서 CDC 페이지부터 보여준 이유가 이겁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해당 정보까지 한참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백신 부작용'으로 검색을 해 봐도 안 나오구요.

우리 나라 대부분의 정부기관 홈페이지가 이런 상태이니 질병관리청 탓만 하기도 뭐합니다만 전반적으로 검색 최적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일일히 웹사이트 찾아서 디렉토리 따라가고 있나요. 행안부에서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이란 걸 만들어서 검색기능에 대한 요구를 하고 있긴 합니다만 여기서도 최적화 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 애들은 디렉토리란 거 자체를 이해를 못한다는 뉴스 같은 걸 보면 시간이 지날 수록 검색 최적화의 문제는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제공해도 검색이 안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겁니다. 

개발자든 기획자든 관리자든 디자이너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IT 없이는 안 돌아가는 세상이예요.

원신 - 이제 적어도 나한테는 갓겜 by 함부르거

라이덴 쇼군 스토리를 얼마 전에 깨고 난 감상입니다.

 '원신 이거 갓겜이네.'

이렇게 몰입해서 게임한 게 얼마만인지... 스토리며 연출이며 아트웍이며 뭐 하나 빠질 게 없습니다. 보스전의 긴장감과 화려한 영상효과도 빼 놓을 수 없죠. 게임 내 요소 하나 하나가 너무너무 디테일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뭐 시뇨라와 라이덴 쇼군 보스전은 너무 쉬웠던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저같은 똥손한테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긴장감 있었구요.

아직 무과금으로 하고 있지만 추석 지나면 슬슬 월간 과금 정도는 하게 될 거 같습니다. 운 좋게 아야카랑 라이덴 쇼군은 뽑았는데 쿠죠 사라를 못 뽑은 게 아쉬워서... ^^;;;

특히 라이덴 쇼군(에이) 귀엽습니다.ㅋ 얘 나오고 나서 전세계적으로 역대급 매출을 올린 이유가 이해가 된다니깐요. 게임 내 성능도 어마무시 하니 - 방어력은 좀 약한 거 같지만 공격력이 개 쩔어서 - 다들 뽑으려고 안달이 날 수 밖에 없어요. 난 한 방에 뽑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다 써 놓고 나니 생각나서 추가합니다. 이 게임은 음악도 기가 막혀요. 몬드는 런던에서, 리월은 상하이에서, 이나즈마는 도쿄에서 녹음할 정도로 음악에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OST만 놓고 감상해도 대단해요. 어떤 AAA급 게임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엔씨소프트는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by 함부르거

블레이드 & 소울 2 발매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나락으로 가고 있습니다. 매도세의 주체가 기관이란 점에서 시장 대세가 꺾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물론 주가가 떨어진다고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주가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회사의 미래가치를 말해 줍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이 회사가 성장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시장이 아니라고 답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엔씨는 그동안 놀라운 매출과 순이익 성장을 보여 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냐? 그건 아니란 거죠.

우리 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엔씨소프트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뭐 유튜브만 찾아 봐도 수없이 많은 분석 영상이 나오니 긴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모델에 회사의 자원을 몰빵한 나머지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내놓는 게임마다 리니지의 아류로 만들어버려서 더 이상의 확장성을 잃어버렸죠. 이제 엔씨 게임을 누가 하나요? 리니지에 뇌가 절여져서 척수반사로 돈을 꼴아 박는 린저씨들 말고는 할 사람이 없어요.

이제 린저씨들도 나이가 들어서 은퇴할 때가 되어 갑니다. 수억, 수십억씩 리니지에 쳐 넣던 사람들의 재력도 바닥을 드러내는 때가 곧 온다는 겁니다. 이 뻔히 보이는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엔씨는 좀 귀여운 리니지, 동양풍 리니지, 그냥 리니지로 답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숫자만 보는 주식전문가들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거죠.

3N의 다른 회사들, 그러니까 넥슨과 넷마블과 비교해 봐도 엔씨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보입니다. 넥슨은 외부 IP를 사 와서라도 계속 새로운 게임을 내놓으며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 넷마블은 투자실적이 너무 훌륭해서 (하이브 ㄷㄷㄷ) 이젠 게임 버리고 투자전문회사로 변신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할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당분간은 엔씨가 돈 잘 벌 겁니다. 저는 이해 못하겠지만 린저씨들이 집안 기둥뿌리를 팔아서라도 버텨 주겠죠. 그 린저씨들도 더 이상 못 버티게 될 때, 과연 엔씨라는 회사가 남아 있을까요? 몇년 안에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엔씨의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말해 줍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어떤 하나의 성공에 안주해서 변화를 게을리할 때, 위기는 바로 찾아오기 마련이란 것이죠. 성공의 꼭대기야말로 가장 위험한 순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원신 2달째 소감 - 이거 갓겜일까나? by 함부르거

원신 이거 처음엔 짱숨이니 뭐니 긴가민가 했는데요. 이거 갓겜 냄새가 나는데요? ㄷㄷㄷ

일단 2달째 쭉 무과금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플레이에 딱히 불편한 건 없습니다. 약간 레벨업이 빡세긴 한데 천천히 할 거면 그것도 별로 문제가 되진 않아요. 오히려 월드레벨 조절 기능이 있어서 렙업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도 있네요. 즉 빡겜할 거냐 슬렁슬렁 할 거냐 하는 것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나 방대한 컨텐츠가 인상적입니다. 온갖 아이템 하나 하나에도 방대한 설명이 들어 있어요. 왠만하면 사람들이 잘 읽어보지도 않을 소설 같은 것도 엄청나게 써 놨으니 이 게임은 종일 텍스트만 읽고 있을 수도 있는 느낌입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주역은 시나리오 작가들이라고 봅니다. 이런 방대한 설정과 세세한 컨텐츠를 세계관에 맞춰서 조화롭게 보여주고 있는 작가진과 디렉터의 능력에 경탄을 금할 수 없군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엑스트라 하나 하나에도 스토리가 있습니다. 리월항에 보면 조석이라는 선원의 연인인 아가씨가 있는데 가끔씩 조석이 돌아와요. 그 때 대사를 들어 보면 왜 결혼 안하냐고 따지는 이야기 하고 있어요. 그냥 지나쳐도 아무 상관 없는 NPC지만 나중 스토리가 궁금해지게 만들 정도입니다. 

심지어 매일 나오는 일퀘에도 스토리가 있는 게 있어요. 일퀘 깨다 보면 이전에 했던 퀘스트와 연결이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몬드 성에는 기사단에 입단하기 위해 훈련 중인 아가씨가 있는데, 그 아가씨 아버지가 훈련 장비를 조달해 달라는 이야기가 일퀘로 나옵니다. 그거 하고 나서 며칠 후에 그 아가씨가 아버지가 마련해 준 장비를 가지고 훈련하는 걸 도와달라는 퀘스트가 일퀘로 나옵니다. 정말 메인 스토리라인에는 하등의 관계 없는 NPC 하나도 대사가 있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요. 이런 디테일 하나 하나가 게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유튜브 김실장의 리뷰가 상당 부분 이 게임의 히트 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유저들을 세계관에 몰입시켜서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드는 게임. 그러면서 패키지 게임처럼 하다가 피곤하면 잠시 안했다가 다시 해도 무리가 없는 게임. 이 게임의 목표는 페그오의 패키지 게임판인가 싶습니다. 다른 게임의 요소들을 잘 녹여 내서 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보여 주고 있어요.

혹자는 다른 게임들 베끼는 것만 잘한다고 하지만 모방 잘 하는 것도 겜판에선 능력입니다. 옛날 블리자드도 다른 게임들의 요소를 잘 베껴서 변형한 걸로 히트작을 만들어 냈어요. 

아직 이벤트 따라갈 정도로 진도를 빼진 못했지만 이벤트 하나 할 때마다 설문조사도 꼼꼼히 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게임의 기본 틀을 지키면서도 때마다 새로운 요소를 도입할 수 있다는 거, 이거 보통 능력이 아닙니다.

게임 언론에서 중국 게임사의 개발시스템은 개발자를 혹사시키지 않으면서도 대량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도록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는 체제로 진화했다고 하는데 그 위력이 이런 방대하고도 정교한 컨텐츠 생산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게임사에게 완전히 뒤쳐졌습니다. 소녀전선 할 때만 해도 중국 게임의 가능성 정도만 봤다면 원신에선 중국만이 할 수 있는 게임 개발과 운영의 정수를 보여 주고 있달까요? 한국 게임사들은 이제 개발능력이나 운영이나 BM이나 뭐나 중국 못 따라갈 거 같습니다.

이런 감상을 하게 결정적으로 만드는 건 원신 공식 채널게임 소개 영상들입니다. 우리 게임은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써서 만들었다, 이 캐릭터의 배경은 이렇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재미 있을 부분은 이거다, 등등등 "우리 게임은 이렇게 재밌다"는 걸 온 몸을 써서 보여주고 있죠. 그에 비해 한국 게임은 첫 소개에서부터 BM이 어쩌구 지랄... 3N 게임은 원래 하지도 않지만 더더욱 정나미 떨어지게 만드네요.

요즘 3N 돌아가는 걸 보면 게임 개발보단 딴 일에 더 신경쓰는 거 같아서 더더욱 기대가 안됩니다. 넥슨은 비트코인 투자나 하고 있고, 넷마블은 투자회사로서 너무 성공적이라 게임은 아무도 신경 안쓰고, 엔씨는 뭐... 린저씨들의 마지막 남은 등골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뽑아먹을 수 있나만 고민하고 있죠.

제일 큰 게임회사들이 이 모양이니 한국 게임의 시대는 이제 완전히 간 거 같습니다. 원래 한국 게임의 시대가 있지도 않았던 거 같지만요. 국내 게임사가 3N만 있는 건 아니지만 대표성이란 게 있잖아요. 대표주자들이 이 모양이니 딴 회사들이 기대가 되겠습니까.

원신 이야기 하다 국내 게임사들 이야기로 빠져 버렸습니다만, 암튼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이 원신입니다. 이제 겨우 이나즈마 도착했어요. 아직은 과금 안하고 있지만 메인퀘 다 깨고 나면 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이만.

과연 새로운 아프간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by 함부르거

왠만하면 시사 문제에는 블로그를 안 쓰려고 하지만 아프간 문제는 지적 호기심을 심히 자극하는 관계로 쓰지 않을 수가 없다.

20년을 끌어 오던 아프간 전쟁은 결국 1975년 사이공의 재판으로 끝났다. 이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미국이 떠나는 순간 아프가니스탄의 허수아비 정권은 바로 무너질 것이란 걸. 물론 미국 정부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빨리 무너질 줄은 몰랐을 뿐이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 친구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항상 있다. 다른 말로 순진한 거라고 해야 하겠지.

대체로 서방 진영은 패닉이고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는 모양이다. 미국 친구들 이상으로 순진한 유럽이나 여타 친구들은 제쳐 두자. 내가 궁금한 건 미국의 실패를 고소하게 보는 나라들이 언제까지 웃음을 계속 지을 수 있는가다.

지금 좋아라 하는 나라들 과연 속이 어떨까? 이들 중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은 나라가 없다. 러시아는 두말할 것도 없다. 40여년 전까진 아프간에서 직접 싸우고 있었고 체첸과 아프가니스탄은 밀접한 관계다. 이란은 항상 아프간과 역사적인 앙숙이다. 19세기까지도 이란의 샤는 아프간의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중국? 국경은 그야말로 손톱만큼 붙어 있지만 위구르 문제라는 폭탄이 있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이 카불 대사관을 유지하면서 탈레반과 밀접한 접촉을 하고 있는 건 역설적으로 아프간 문제에 절대로 개입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탈레반 니들은 제발 거기 처박혀서 나오지 말라고 열심히 달래고 있는 거라고 봐야겠지. 당분간은 통할 거 같고.

문제는 이 아프가니스탄이 차지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강대국들이 얽혀들 수 밖에 없다는 거다. 동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론 이란과 카프카스 지역, 남쪽으론 인도와 파키스탄, 북쪽으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회교국들에 연결되는 나라가 강대국들의 관심에서 벗어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지금 탈레반이 하는 걸 보면 얘네들도 그동안의 전쟁을 통해서 학습을 좀 했는지 세련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 중인 거 같다. 국제사회에서 또라이로 찍히면 괴롭다는 걸 배웠다고 해야겠지. 매우 희박한 확률로 보이지만 탈레반이 이란 정도의 세련된 정치체제만 구축해도 이 지역 정세는 굉장히 많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매우 희박한 확률'이란 표현을 썼듯이 탈레반이 제대로 된 현대국가 수준의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아프간은 예나 제나 온갖 민족과 부족과 씨족들이 다들 제각각 동네에서 끗발 세우면서 각종 다툼에 여념이 없는 나라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대세를 따라서 표변하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조금만 틈이 보여도 뒤통수를 치고 나오는 게 아프간 민심이다. 탈레반이 1차 집권기에 공포정치로 일관했던 것도 이런 정치환경이 만든 것이고. 

언제나 - 천년 전이건 백년 전이넌 지금이건 - 아프간이란 국가를 완전히 장악한 정부는 없었다. 탈레반이 이 불가능한 명제를 달성하는 최초의 정부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안된다는 데 걸겠다. 이전의 바지사장들보단 낫겠지만 오십보 백보 도낀개낀이 되겠지.

자,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의문이 나온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지하드 전사들의 해방구가 되었다. 과연 그들의 총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중국은 탈레반과 혐력해서 위구르족 문제를 안정시키려고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탈레반이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과연 모든 지하디스트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의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ps. 최근에 그레이트 게임을 읽어서인가 말이 길어졌습니다. 하여간 카프카스 쪽도 그렇고 이 동네는 진짜 골치아픈 동네... 한반도에서 태어난 게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쪽 동네 역사를 알게 되면 그런 생각 쑥 들어갈 겁니다.

블리자드 이게 뭐냐? by 함부르거

원 트윗

.캘리포니아주가 블리쟈드를 성차별, 직원들에 대한 보복, 차별과 폭행 등등을 방조한 죄, 임금차별 등으로 고소했는데 여자 직원이 "임신할까 봐" 승진을 막았고, 수유실에서 회의한다고 여직원들을 쫒아냈으며 아이들을 데리러 일찍 퇴근하거나 아이들을 데려오는 직원을 대놓고 비난했고 남직원들은 근무시간에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러면서 할 일을 여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와우팀에서 일하던 여직원들 인터뷰에 따르면 성희롱과 강간에 대한 농담이 사내에 난무했다고...

무엇보다 저번에 액티비젼 여직원이 남자 상사와 출장 중 자살한 일이 있었는데,사망 후에 해당 여직원이 상사의 성폭력에 시달렸으며 이 여직원의 누드사진을 남직원끼리 돌려보는 등의 일이 있었는데 단합해서 함구했다고...


이러면서 PC니 뭐니 하고 있었던 거야????????

일본 문화 속의 ‘격’ by 함부르거

https://twitter.com/pyodogi/status/1417669144984514563?s=21

위 트윗의 타래가 매우 길지만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특이한 사고방식이 어디서 나왔는가에 대한 아주 좋은 고찰입니다.

요약하자면 일본인들이 뭔 일 있을 때마다 '한국은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건 한국을 일본의 가신 정도로 '격'을 낮춰 보기 때문이라는 것. 일본인들이 보는 세계 속에서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다치바,たちば)가 있고 그건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십이국기 같이 몇백년이고 몇천년이고 사는 신이 다스리는 나라를 꿈꾼다던가 만세일계라던가 하는 게 다 그런 사상에서 나온다는 거죠. 다케다 가쓰요리의 몰락도 이런 사고방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고찰이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일인데 일본인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은 계층 변동이 거의 없이 살아온 섬나라라는 특성과 대륙에서 건너간 지배자들이 천손으로 자칭하며 군림해 온 역사가 결합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여튼 결론은 일본인들은 한국인과 생긴 건 비슷할 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사고방식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 나라로 치면 신라시대 지배층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애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 지는 앞으로도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by 함부르거



기회 있을 때마다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니는 책인데 정작 제 블로그엔 서평이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쓰는 글입니다. ^^;;;;

저는 서점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덜컥 충동구매하는 일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산 책 중에는 실망스런 책이 거의 없습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였습니다. 읽으면서 짜릿짜릿한 쾌감과 눈이 번쩍 뜨이는 영감을 얻게 해주는 책 중 하나였습니다.

이 책은 제도주의 학파의 관점에서 비슷한 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국가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어떤 요소가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는가 논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제도입니다. 넓게는 문화적인 부분도 포함해서, 어떤 체제를 가지고 있었는가가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고 보는 것이지요. 간단하게 말해 착취적, 억압적인 제도를 가진 국가는 실패하고, 개방적 포용적 제도를 가진 국가는 성공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북한과 남한, 도미니카와 아이티, 멕시코와 미국으로 나뉜 노갈레스 시 등등 여러 실증적 사례를 가지고 아주 설득력 있게 서술하고 있지요.

이 책에도 한계가 없는 건 아닙니다. 지나치게 환경적 요소를 무시한 점, 개방적 제도를 도입하려다 실패하는 국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점, 착취적 제도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개방적 제도만이 만병통치약인가? 개방적 제도를 도입하기 힘든 원인은? 다른 이유로 개방적 체제를 채택하지 못하는 국가도 있지 않은가?' 등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독자의 고민으로 남겨 놓는 부분이 많다고 봐야죠.

사실 국가의 성패와 같은 거대한 문제에 대해서 어느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견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런 문제에 대해 깊은 통찰력으로 해결의 단서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는 역작입니다. 이 책의 주장에 반대하든 찬성하든, 이 책은 경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


트위터위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