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야구 해금의 날입니다. by 함부르거

내년엔 야구 없습니다

작년 10월에 이 글을 썼는데 이제 야구 다시 볼 수 있게 됐네요. 그래도 한화 성적 때문에 그리 즐겁게 보지는 못하겠지만, 성큰 영감 안본다는 게 어디입니까. 

그 망할 영감 때문에 고통받은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한국의 명문대 선호도 다 이유가 있는 거였어... by 함부르거

그래서 술 등의 음료도 도핑에 들어간다. : http://tirano.egloos.com/4135011

대단히 흥미로우면서도 많은 교훈을 안겨 주는 이 글들을 읽고 든 생각은 '한국의 명문대 선호도 합리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이 두 글의 핵심이 뭐냐면, 스트레스 극복 능력이 승부의 핵심이라는 거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 속에서 자기 정신머리 지키면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 극복능력은 어릴 때부터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나이 들어서도 훈련하면 늘긴 하지만 어릴 때 훈련하는 것 만큼의 효과는 절대로 없다.

이 점에서 나는 한국의 명문대 선호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왜냐면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어린 시절 - 특히 멘탈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10대 때에 공부라는 행위가 주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잘 극복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가기 어려운 게 한국의 입시 시스템이기 때문에, 명문대에 들어간 학생들은 장기간에 걸쳐서 공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훈련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공부라는 행위는 인체의 자연스런 생리에 반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정도가 굉장히 높다. 가만히 몇시간씩 앉아서 두뇌를 회전시키는 행위는 이른바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자면 다시 일어서고 싶은' 끊임없이 다른 행위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그리 맞지 않는다. 그래서 저학년으로 갈 수록 수업시간이 짧고 쉬는 인터벌이 빨리 돌아온다. 어린 아이들은 장시간의 학습이라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국의 좋은 직장이나 직업들 - 대기업, 공기업, 중앙정부, 의사, 법조인, 언론사, 금융회사 등등 - 은 스트레스 강도가 상당히 높다.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록 더 그렇다. 내가 어느 부처 차관님한테 들은 바로는 하루만 쉬어도 읽어야 할 보고서가 200개씩 쌓인다고 한다. 쪽수가 많진 않겠지만 그렇기에 더 압축된 내용으로 되어 있는 문서를 그만큼씩 읽는다는 건 굉장한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차관 본인이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고 많은 업적을 쌓으려면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다. 그리고 명문대 학생들은 그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이미 10대 때 터득한 사람들이다. 많은 조직들이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지식이나 성적 때문이 아니라 이런 멘탈적인 요소를 무의식중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큰 조직 속에 있으면 계속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나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을 겪게 된다. 그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버티면서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할 일을 처리하려면 위의 두 글에서 지적한, 고속으로 공방이 쏟아지는 상황을 견뎌내는 멘탈리티를 갖춰야 한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럼 스포츠 엘리트들도 그런 거 잘 하겠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그거다! 지금 우리 나라 엘리트 스포츠가 애들한테 운동만 시키는 기형적인 형태라 그렇지, 외국에는 이미 수많은 사례가 있다. 의사였던 소크라테스, 투자자로서도 상당한 올리버 칸, 엄청난 운동능력으로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오히려 단장으로 성공한 빌리 빈, 가까이는 사도스키 리포트 같은 사례도 있지 않나. 운동 잘하는 애가 공부도 잘하고, 공부 잘하는 애가 운동도 잘한다는 건 이젠 상식으로 봐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사례가 잘 안나오는 것은 지적 토양을 쌓는데 가장 결정적인 시기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오로지 운동만 시켜서 사람 바보 만드는 스포츠 문화의 문제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질문도 있을 수 있다.'명문대 출신이라고 기대했더만 별 거 없고 도망이나 치던데?' 이것도 스포츠 엘리트와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은 공부 외에 다른 스트레스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다른 거 다 차단하고 오로지 공부만 시킨 사람들이 대체로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스트레스에 쉽게 무너진다. 오로지 운동만 한 스포츠 엘리트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공부만 한 엘리트들도 문제다.

어쨌든 무술이든 스포츠든 사회생활이든 갈 수록 고속화되고 정보량이 폭증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 남으려면 위에서 말한 스트레스 극복 능력, 달리 말해 고속승부를 견뎌내는 멘탈리티, 정신력이 필수이고, 이건 어릴 때가 아니면 기를 수 없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무술(특히 대련을 많이 하는 검도같은 종류)이나 명상 같은 것을 높은 수준으로 시키는 것이다. 공부도 하나의 단련방법이긴 한데 이건 좀 쉽지 않은데다 응용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뇌를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게 단련시키는 것은 굉장히 많은 방법이 있다. 심지어 게임도 그렇다. 다 활용하기 나름인 것 같은데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이 글 읽고 애들한테 스트레스 훈련 시킨답시고 막 을러대는 무식한 짓은 제발 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아이들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넘어서면 오히려 망가진다. 영구적인 뇌손상이 올 수도 있다. 그건 그냥 학대다. 조금씩 아이들 상태 봐가면서 시키는 거지 막 시키는 거 절대 아니다. 예전에 졸려 하는 애한테 억지로 공부시키는 어머니 동영상이 돌았던 적이 있는데 딱 그거다. -_-;;;; 교육전문가가 괜히 있는 거 아니다... -_-;;;;;

ps. 글을 쓰다 보니 제목이 뭔가 낚시 같아졌다. 허나 그냥 두겠다. 이 글을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된 아이디어다.

이번 대선 결과는 딴 거는 필요 없고... by 함부르거

딱 여기에 완벽하게 공감.

표 던질 후보를 정했습니다. by 함부르거

누가 되든 전혀 큰 기대는 할 수 없지만 일단 표 줄 사람은 정했습니다.

사실 사전투표 할 수 있었는데 안한 건 오늘까지도 후보를 못 정했었기 때문이죠. 지난 대선처럼 이번 대선도 최악을 피해야 하는 상황인데 과연 누가 그나마 차악에 가까운가 참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소거법으로 절대 안되는 후보들을 쳐내는 건 쉬웠습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사람, 턱도 없는 사람, 문제가 하도 많아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 소거하는 것은 쉬웠죠.

허나 남은 후보 중에서 누굴 선택하는가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사람됨이 마음에 들면 정책이 발목을 잡고, 정책방향이 그래도 괜찮다 싶으면 인격적인 부분이나 정치적 배경이 마음에 심히 걸려서 선택을 못하겠더군요.

그래도 결국 선택을 하게 된 건 제가 절대로 반대하는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배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하면 나라가 망하겠다 싶은 정책이죠. 다른 건 몰라도 국가를 궁극적 위기에 처하게 할 정책을 내세우는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호감을 가지고 말고와는 상관 없이 말이죠.

이제 선택은 끝났고 결과를 기다릴 시간만이 남았습니다. 다들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투표를 하셨거나 하시겠죠. 누가 되든 결과에 승복하고 나라를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박근혜보다 못한 대통령이 나오기야 하겠습니까? ^^ 이정도의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말 비극적이긴 합니다만… ㅠㅠ

레오니드 카리토노프 &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 검은 눈의 코사크 소녀 (1969) by 함부르거


요즘 힘든 일이 많은데 이 곡을 매일 듣는 것 같습니다. 레오니드 카리토노프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의 명연입니다. 특히 2대째 단장 보리스 알렉산드로프의 모습이 나와 있는 얼마 안되는 필름이군요.

어쩜 이렇게 낭만적이면서 힘이 있는지... 듣는 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진짜 러시아의 베이스는 클래스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드미트리 흐보로토프스키도 그렇고... 러시아인들은 자기들 테너도 굉장하다고 주장하지만 베이스-바리톤과 비교하면 러시아 테너는 좀 떨어지죠... 못 부른다는 게 아니라 적성이 아니란 느낌이랄까. 

어째 러뽕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ㅠㅠ

후우... 미치겠네요... by 함부르거

가족들 중에 이런 이론에 빠진 사람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이론이란 게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세계는 일루미나티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일루미나티의 지배세력은 렙틸리언이란 외계인이다. 오바마, 클린턴도 일루미나티의 하수인이며 트럼프는 일루미나티에 저항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루미나티에 저항했기 때문에 암살당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에는 일루미나티의 상징이 떡하니 박혀 있다. 인류가 멸망될 위기에 처할 때 렙틸리언들은 본색을 드러내고 세계를 지배하려 할 것이다. 유튜브에만 봐도 그 증거가 차고 넘친다. 미국 사람들은 일루미나티의 지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찍은 것이다. 등등......

뭐랄까 첫문장만 읽어도 정신이 아득해 지는 삼류 외계인 음모론인데 이걸 초등학교 고학년 다니는 자식이 있는 부부가 쌍으로 철석같이 믿으면서 저한테 포교(...)를 하려 한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지금 환장하겠습니다. 하도 기가 막혀 가지고 그냥 듣고만 있었더니 이 인간들이 그걸 내가 받아들이는 줄 알고 신나게 떠드는데 먹던 거 올라오는 줄 알았네요. 

일루미나티요? 후... 차라리 프리메이슨이라고 하면 그럴싸하기나 하지 카톨릭 수도회가 미국에서 무슨 힘이 있다고... -_-  댄 브라운이 여러 사람 망쳐 놨군요. -_-;;;;;;;;;

아니 십대 청소년이나 많이 봐줘서 20대 대학생이 이러면 '아 그래 니네가 어리구나' 하고 이해하지 나이 먹을대로 먹은 사람들이 이런 터무니 없는 요설에 홀려가지고 부부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_-;;;; 나이 처먹었으니 내가 말한다고 통할 인간들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짜 고민되네요. 




약속의 네버랜드 by 함부르거

'약속의 네버랜드'는 시라이 카이우(白井 カイウ) 원작, 데미즈 포스카(出水 ぽすか) 작화로 2016년부터 소년점프에 연재 되고 있는 만화입니다만...

한마디로 쩝니다. 정말 쩔어요.

제가 20년 넘게 만화를 보고 있습니다만 이정도로 인상적인 스릴러는 최근의 '카사네', '나만이 없는 거리' 정도 밖에 못 본 거 같아요.

작품 전개가 숨막힌다고 해야 하나요? 꽁꽁 숨겨놔야 할 것 같은 비밀들을 작품 초반부터 막 풀어 놓는데 오히려 더 긴장감이 높아지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읽다 보면 이걸 대체 어떻게 하지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작가의 일이란 게 독자를 속이거나 설득하는 거라면, 이 작가는 일을 정말 잘 합니다.

원작가가 어떤 사람인가 일본 위키를 찾아 봤더니 2015년도에 소년점프 플러스에서 웹툰 두개 원작 맡고 16년에 바로 시작한 작품이 이겁니다. 사실상의 프로 데뷔작이 이런 괴물같은 작품이라니 기가 막힐 뿐이죠. 이 글 쓰느라 찾아보기 전엔 미스테리 분야에서 이름 좀 날린 중견 작가인 줄만 알았다니깐요? 회사원 하다가 만화가 되겠다고 때려쳤다는데 백만번 잘한 겁니다. 이런 재능이 회사원 한다는 건 낭비예요 낭비.

원작가만 괴물인게 아니라 작화가도 거의 괴물 수준이네요. 데미즈 포스카 아트북이라고 구글링 해보세요. SF/판타지 계열로 아주 탁월한 그림 작가입니다.

암튼 보실 수 있는 분들은 보시라는 말 밖에 못할 그런 작품입니다. 최근 일본 만화가 쇠퇴했니 뭐했니 해도 이런 괴물 수준 작가들이 속속 나오는 걸 보면 정말 그 깊이가 끝이 없다는 말 밖에 못하겠네요.

LAD vs.PHP 오늘 경기... by 함부르거

와.... 경기 미친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5 상황에서 3타자 연속 백투백투백 홈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내기는 3루수-유격수 실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해 야구 볼 거 다 본 느낌입니다.. 9회 푸이그 타석 나오는 거부터 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일에 치여서 스트레스 받는데 진귀한 거 보고 많이 풀리네요. 야구 30년 넘게 봤는데 이런 건 거의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ㅋㅋㅋㅋㅋ

마르잔 사트라피 - 페르세폴리스 by 함부르거


마르잔 사트라피페르세폴리스 1, 2권은 1969년생인 작가가 이란 역사의 격동기였던 70년대말부터 80년대에 성장기를 보내면서 겪은 개인적인 기록이자 생생한 이란의 현대사이기도 합니다. 1권에서는 이란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의 현장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여주고, 2권에서는 성장한 작가가 변해 버린 이란 사회를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를 보여 주지요.

나온 지 10년이 넘었습니다만 현대 이란을 이해하는 데 이 책만큼 좋은 자료도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혁명이, 전쟁이 이란 사회를 바꿔 놓은 부분도 많지만 변치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란 사회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는 많이 개방되어 있다는 거죠. 몇 년 전에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히잡을 벗어 던진 이란 젋은이들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비키니를 입고 풀장에서 파티를 즐기는 이란 젊은이들의 모습은 여느 서구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고, 이란도 변하고 있구나 하고 말들이 나왔습니다만, 이 책을 읽어 보면 요즘 그런 게 아니고 원래부터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의 작가는 어릴 때 퀸(프레디 머큐리의 그 퀸이요!)의 음악을 듣고, 메탈리카인가 아이언메이든인가 포스터를 붙여 놓고, 친구들과는 와인 파티를 즐깁니다. 네, 80~90년대에 이랬다구요. 당대의 서구 젊은이들과 별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종교경찰을 피해 몰래 몰래 즐기는 거죠. 오늘날도 똑같습니다. 

그럼 이란의 젊은이들이 모두 이렇다면 왜 지금도 이란은 엄격한 종교국가의 모습을 유지할까요? 벌써 뒤집어 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젊은이들이 어떤 계층인가를 봐야 합니다.

작가의 아버지는 건축회사의 엔지니어고 꽤나 높은 전문직입니다. 외가 쪽은 더 대단해서, 외할아버지가 무려 왕자님이예요. 팔레비 왕조 전의 카자르 왕조의 후손이죠. 부모님 모두 외국 유학을 다녀 왔고 작가 본인도 초등학교는 비싼 프랑스계 외국인학교를 다녔죠. 한마디로 잘 사는 중산층 이상의 집안입니다. 심지어 입주가정부까지 있던 집이예요.

작중에서 작가의 친척들,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직접 이야기 합니다. 국민의 8할이 문맹인 국가에서 어떻게 혁명을 할 것인가. 결국 혁명의 결과는 이슬람주의 국가가 되는 것 뿐 아닌가. 결과는 물론 이들이 예측한 대로 됐습니다. 

정리를 해 보죠. 여전히 이란 국민들 대다수는 가난하고 빈부격차는 상당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화려한 이란 젊은이들의 삶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몰래 하는 거고, 그나마 일부 도시 중산층 이상의 이야기입니다. 수영장 사진을 찍었다는 건 자기 집안에 수영장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영장이 집안에 있을 만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 지는 짐작이 가죠? 비키니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던 아가씨들이 외출할 때는 꽁꽁 싸맨 뒤에 히잡을 푹 눌러 쓰고 다닐 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네요. 

농촌에 사는 대다수 이란 국민들은 여전히 이슬람주의를 지지하고 현 신정국가 체제를 지지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서구식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개방적인 젊은이들이 있다고 해도 일부 부유층의 이야기입니다. 나무를 보고 숲을 봤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지금 이란은 그래도 중동 국가 중에선 가장 안정적인 민주공화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종교를 전면에 내세운 덕에 그 안에서는 숨쉴 공간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작가에겐 이란에서의 기억이 끔찍한 일이었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오늘의 이란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책을 종교꼴통들에게 탄압받은 불쌍한 자유주의자의 기억으로 볼 지, 현 이란 사회에 대한 좋은 참고서로 볼 지는 독자의 몫일 겁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 by 함부르거

먼저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젊은이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30대 초반 이하 젊은이들에게는 별로 기분 좋은 글이 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한창 대선에 전쟁설에 시국이 뒤숭숭합니다. 하지만 전 별로 동요도 안되고 기대도 안되네요. 일단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별 차이 없고, 미국이 북한 공격한다고 전쟁날 일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20여년 넘게 우리 나라가 겪을 고난이 걱정될 뿐이죠.

일단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별 차이 없다는 점은, 지금 대선 후보 중에 누구도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갈 역량과 비전이 있다고 보이질 않기 때문입니다. 누가 되면 정의고 누가 되면 불의라는 식의 순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어리지도 않고요. 지금 대선 후보들 중 될 만한 사람들만 보면 개인적인 자질이나 비전이 그렇게 차이 안 납니다. 그리고 누구도 예정된 실패로 갈 거라는 점이 명확해 보이구요. 대통령과는 상관 없이 현재 우리 나라의 사회문화 환경이 이런 난국을 헤쳐나갈 여건이 안됩니다.

제가 몇년 전부터 미래 예측과 관련해서 인터넷에서 가장 즐겨 찾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분은 투자분석가인 김동조 선생(@hubirs2015)이고. 한 분은 역학자인 호호당 김태규 선생입니다.(hohodang.com경제 문제를 자주 다룬다는 점만 빼고는 사상의 출발점도 사고방식도 전혀 다른 두 분이지만 신기하게도 두 사람 다 한가지 일치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앞으로 약 20년은 침체를 겪을 거라는 점이죠.

한 사람은 경제학, 한사람은 명리학이라는 전혀 다른 사상체계를 가지고 있는데도 일치하는 의견이 나온다는 점이 신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에게는 모순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젊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본 것도 있겠습니다만, 거시적인 문제는 분석방법이 체계적이고 팩트만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어떤 경로로 사고하든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도 앞으로 20여년 동안은 우리 나라가 끔찍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할 겁니다. 어떤 감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지켜 보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풀어 보죠.

첫번째로 정치적인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동안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십이 없을 겁니다. 일단 지금 정치가들 중에서 우리 나라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니 제시할 수 없다고 해야겠죠. 이건 단순히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자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왜 구조적인 문제인가 하면, 87년 이후로 선거란 걸 죽 겪으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 나라엔 정치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정치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요. 정치도 분명히 하나의 일이고, 잘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민주 사회의 정치인이라면 갈등을 인식하고 그것을 공론화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설득하고 끌어모으는 능력도 길러야 하죠. 이런 것들이 하루 아침에 될 리가 없습니다. 어딘가에서 훈련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일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 지역당과 같은 조직, 심지어 학교 같은 곳에서 그런 훈련이 이뤄지고 적합한 인재가 길러집니다. 오바마 같은 사람이 하루 아침에 정치인이 된 거 아닙니다. 시카고, 일리노이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적 훈련을 쌓은 결과죠. 심지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도 10년 넘게 정치무대 주변을 돌면서 내공을 쌓았습니다. 미국은 세부적인 사회 조직들에서 정치적 훈련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는 거죠.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의 세부적인 조직들은 아직도 굉장히 비민주적이며 권위적입니다. 학생회장 뽑아 봤자 선생들의 장식품 아니면 조폭의 놀이터가 되고, 정당의 지역조직은 의원들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죠.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로 지역 호족들의 사교장 아니면 단체장의 사조직 같이 운영됩니다. 

그러니 정치인을 뽑는다면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사람이 나오고 - 분명히 정치적 훈련은 부족한 - 사람들도 그런 생짜 초보를 좋아합니다. 사실 오랫동안 정치한 사람도 초보자와 별 차이 없으니까요. 정치 문화 자체가 어젠다를 설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그런 게 아녜요. 애당초에 토론과 합의의 문화 자체가 미약해서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이런 것들을 갖춰 나가고 훈련시킨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뒤에도 계속 이야기 하겠지만 적어도 20년은 걸릴 겁니다.


둘째로 경제적 구조의 문제입니다. 저는 박근혜 탄핵이 그동안의 대한민국의 성장모델,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주도의 성장모델이 끝장 났다는 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진즉에 그 모델의 수명은 끝이 났습니다만 사람들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죠. 정부 조직과 문화도 그렇게 짜여 있구요.

그동안 우리 나라 경제를 이끌어 오고 성장을 주도했던 구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우리 나라의 경제 주체들이 큰 배를 타고 함께 나아가면서 왔다면, 이젠 배에서 내려서 각자 헤엄쳐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새로운 배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억지로 누가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앞으로도 계속 헤매면서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어 봐야 뭔가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이제야 부활하고 있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일본도 경제 구조를 바꾸는 데 20년이 넘게 걸렸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동안 일본 정부나 기업들이 노력 안했을 거 같나요? 고이즈미 시절에도 온갖 대책이 다 나왔습니다. 그게 먹혀들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이 안되었던 거죠. 아베노믹스가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게 아니라, 아베노믹스가 먹혀들 환경이 이제야 만들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셋째로 사회 구성원의 문제입니다.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세대는 고도성장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40대 이상 세대들은 열심히 일하면, 아니 미친듯이 일하면 성과가 나오고 보상을 받는 세상에 살았습니다. 이 사람들이 그 문화, 경험을 버리긴 너무나 힘듭니다.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사람들이 사회일선에서 물러나고, 지금의 저성장 시대를 산 젊은이들이 장년이 되서 지도층이 될 만한 시기가 되지 않으면 절대로 문제의 해법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까 말한 사회, 문화, 경제적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20년입니다. 지금 있는 사람들이 은퇴하거나 죽고 새로운 세대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요. 그 때쯤 가야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가야겠구나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거죠. 결국 시간이 해결책입니다.

자꾸 일본 이야기 하게 되는데, 아베노믹스 같은 것이 나오고 먹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단카이 세대의 은퇴 시기와 겹친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우리 나라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젊은이들, 특히 요즘 사회 초년생으로 뛰어들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은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생은 엄청 하면서도 그 댓가는 그다지 받지 못할 세대들이거든요. 그나마 그 고생의 댓가는 그 자식세대들, 그러니까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이 받게 될 거라는 점이 위안거리긴 합니다만...  원래 세상이 그렇습니다. 고생하는 세대가 있으면 그 덕을 보는 세대가 있고 그 다음은 또 고생하는 세대죠. 돌고 도는 게 세상입니다. 

그러니 요즘의 저출산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당신 자식은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 죽었다 생각하고 고생만 하라고 누구한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부모님들은 그렇게 사셨지만 자식이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중요한 건 어떻게 하느냐겠지요. 어차피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보지만, 그 동안 뭘 하느냐에 따라서 부흥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미래세대를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적으로 투자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고 실질적으로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그동안 성장시대를 통과하면서 우리 나라는 여기에 너무 신경을 안 썼습니다. 사실 성장기에는 국가적으로 방치해도 개인들이 알아서 실력을 키우고 올라갈 공간이 있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기도 했죠.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국가가, 사회가 나서서 젊은이와 어린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그들이 성장할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의 가혹한 경쟁환경에서는 싹이 트기도 전에 짓밟혀 사라져 버립니다. 젊은이들이 실패를 해도 받아줄 수 있는 여유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독일이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고도 부활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그들이 젊은이, 어린이에게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제 독일의 모든 사회제도는 젋은이들에게 유리합니다. 30세 이하의 젊은이들에겐 학비도 거의 없고 모든 게 싸게 제공됩니다. 어린 세대를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데 독일인들이 기울이는 노력은 범사회적인 것입니다. 그에 비해 젋은이들을 방치하다시피 했던 영국은 승자였음에도 오랜 침체를 겪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만 잘 된다면 앞으로 우리 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한국인들은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선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침체기 동안 성장기에 만들어 온 병폐를 뜯어 고치고 미래를 대비하는 기틀을 만들어 놓는다면 21세기 중반은 대한민국의 시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세상이 올 때 쯤이면 전 이미 노인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어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으면서 몸관리 잘 하는 걸 추천하고 싶군요. 일은 적당히 하구요. 괜히 성공하겠다고 아둥바둥 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장래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길일 겁니다. 당분간 대한민국은 뭘 해도 안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성공해야겠다는 분들은 미국, 일본 가시길 권장 드립니다. 병든 닭벼슬이 되는 것보다는 팔팔한 호랑이 꼬리라도 되는 게 나을 겁니다.

참으로 험난한 시절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겐 특별한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의 예상이 완전히 어긋나기를 기대합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


트위터위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