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Darlings로 보는 영국의 사회 분위기? by 함부르거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뜬금 없이 보여 준 게 바로 위의 영상 되시겠습니다.

정말 뜬금 없이 1940년대 영국 공군 복장을 한 언니들이 그 시절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만 이게 제 추천 영상에 뜬 이유는 짐작이 가요. 요즘 또 러뽕을 충전중이라 군가 같은 거 많이 들었거든요.

문제는 이 케케묵은 스타일의 음악에 영길리 친구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다는 건데... 알고 보니 작년 브갓텔 결승까지 올라간 팀이더군요. 

뭐 노래는 잘 부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언니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음악이야 케케묵은 옛날 노래 때깔 좀 살짝 다듬은 거 밖에 안되는데 이야기할 거리가 없죠.

문제는 이 관제 합창단 같은 그룹이 큰 인기를 얻는 영국의 사회 분위기입니다. 이 언니들은 레퍼토리도 딱 2차대전 시기 노래 아니면 Rule Britannia(영국 국가) 같은 거예요. 우리 나라로 치면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준결승에서 애국가 부르고 결승전 올라간 격입니다.

대체 지금 영국의 사회 분위기가 어떻길래 이런 그룹이 인기를 얻는 걸까요? 감히 예단하자면 브렉시트로 드러난 우경화 경향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세계적인 우경화 경향은 영국도 예외가 아닌 것이죠. 다른 말로는 세계화에 대한 반동이기도 하구요.

다만 제가 조금 충격을 받은 건 영국조차도 이런가 하는 겁니다. 언제나 시니컬하고 삐딱하게 비꼬는 블랙 유머의 영국인들조차 이런 국뽕 드라이브에 넘어가는가 하는 충격이죠. 미국이나 러시아 애들이 그러는 건 놀랍지 않죠. 걔네들은 언제나 국뽕 중독인 애들입니다. 헌데 이젠 영길리조차도 홍차에 국뽕을 말고 있으니... 반세계화의 흐름은 이젠 대세가 된 거 같습니다.

진짜 걱정되는 건 이런 흐름이 전세계적인 거고 그 피해를 가장 크게 볼 나라가 대한민국이란 겁니다. 세계화를 통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나라이지만 역풍이 불 때 가장 큰 피해를 볼 나라이기도 하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부디 모두에게 지혜를 내려 달라고 기도 드릴 뿐입니다.

UCC 오리지날 블렌드 by 함부르거



캔을 따고 나서야 이시국 씨를 떠올린 덕에 반강제로(?) 마시게 된 녀석입니다. 사실 집에서는 직접 볶은 원두를 갈아서 머시기 때문에 이건 사무실 용이죠.

확실히 갈린 원두는 캔이 진리라는 걸 보여주는 물건이랄까요. 선도가 비닐 백에 든 녀석하곤 비교가 안됩니다. 캔으로 나오는 원두커피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일리하고 이녀석 정도 말곤 마트에서 찾기 어렵네요. 일리는 너무 비싸고… 우리 나라 커피 업체들이 캔 제품을 내놓으면 좋겠습니다만 쉽지 않겠죠.

분쇄도는 중간 크기의 드립 전용으로 맞춰져 있고, 맛은 딱 스탠다드 하다는 느낌입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난한 맛입니다. 너무 쓰지도 시지도 않고 향기도 적당하죠. 사실 신선도만 좋으면 어떤 커피든 맛있습니다만 이런 메이저 브랜드의 표준 블렌드와 로스팅은 한번 정도는 맛볼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플라스틱 뚜껑입니다. 나사식으로 단단히 밀폐시킬 수 있어서 선도를 비교적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 폴저스 제품은 슬립 씰 방식이라 편하지만 선도 유지에는 불안한 면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일본 업체 다운 꼼꼼함이 느껴집니다.

UCC는 캔커피로 유명한 회사지만 역시 그 뿌리는 로스터리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물건이네요. 튀지는 않지만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맛입니다. UCC 커피가 어떤 맛인가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비닐 백보단 이 캔 제품이 나을 겁니다. 이시국 씨 신경쓰지 않는다면 말이죠.



밀바(Milva) by 함부르거


우리 어머니 세대, 그러니까 1950년대생 분들에게 최고의 가수가 누구냐고 물어 보면 외국 가수 중에서는 꼭 나오는 이름이 밀바입니다. 

우연히 생각이 나서 유튜브에서 검색한 영상이 위에 건데 과연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양반이 요즘 복면가왕 같은 데 나오면 다 씹어먹고 다닐 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 성량, 테크닉, 감정표현... 개 쩐다는 말 밖엔...

무려 1939년생이시고 - 울 할머니 동생 뻘, 2차대전 중 출생... ㄷㄷㄷ, - 1959년 데뷔해서 전성기는 60년대였던 듯. 유튜브 찾아 보니 90년대까진 꾸준히 활동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뭐 연세가 있으니... ㅠㅠ

오랜 활동기간만큼이나 레퍼토리도 엄청나게 많은데 그 중에 저는 위의 Nessuno di Voi 가 가장 마음에 드네요. 유튜브에 좀더 음질이 깨끗한 음반 버전도 있지만 밀바란 가수의 음색은 이 영상이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마이크 같은 거 개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질러도 저렇게 또렷하게 나오는 목소리라니 그저 ㄷㄷㄷ

60년대 이전의 옛날 가수들 찾아보면 많이 안타까운 게, 녹음 상태 좋은 음원을 찾기가 참 힘들다는 겁니다. 옛날에는 녹음 장비도 안좋고 마스터링 기술도 부족했으니 말이죠. 아날로그 테이프나 레코드가 세월에 따라 열화된 것들도 많구요. 

나이 든 분들의 IT 기기 학습이 어려운 이유 by 함부르거

요즘 어머니께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배우려고 많이 노력중이신데 참 어렵습니다. 왜 어려운가 관찰해 보니 요즘에야 약간의 실마리가 잡히는 거 같아요.

나이 든 분들의 IT 학습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Trial and Error' 즉 시행착오적 학습의 개념이 약하다는 겁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고, 나이에 따른 학습능력이나 운동능력 저하 같은 부분은 사실 부차적으로 보입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가 게임을 할 때 매뉴얼부터 열심히 읽고 시작하는 사람 있나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일단 해 보고, 안되면 다시 해 보죠. 하다하다 정 안되면 그제서야 공략 찾아 보거나 하죠. IT 기기 조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써 보고,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방법을 바꿔서 다시 해 보면서 조작방법을 찾아 나갑니다. 이게 Trial and Error 방법론입니다.

노년 세대가 IT 기기를 처음 접할 때를 보면 이 '일단 해본다'는 부분이 가장 큰 난관이예요. 뭔가 버튼 같은 건 잔뜩 있는데 뭘 눌러야 될 지 모르겠고, 눌렀는데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뭔가 잘못된 거 같아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시게 되죠. IT 기기는 특성상 거의 반드시 '뒤로 가기' 기능이 있는데 그걸 잘 이해를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노년 세대들은 Trial and Error 란 게 거의 허용되지 않거나 필요 없는 세상에서 자랐습니다. 그 분들이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었던 문명의 산물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일단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는 기계장치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끽해야 기차, 아주 드물게 자동차, TV, 라디오, 오디오, 세탁기 정도? 대부분 조작방법도 간단하지만 조작이 잘못되면 큰일 나는 경우도 많죠. 자동차는 Trial and Error가 허용되질 않죠. 한번 실수하면 사고납니다. 노년세대들에게 기계장치 조작이란 엄격한 사전학습과 훈련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IT 기기는 그 복잡성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인간은 실수한다'는 걸 전제로 깔고 설계됩니다.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서 배워 나가는 걸 기본으로 하게 되죠. 기계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쉬워졌어요. 다른 말로 소프트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이런 소프트한 기계를 어릴 때부터 자신이 보아 왔던 하드한 기계처럼 대하니까 학습이 어려워지는 겁니다. 사전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고, 누군가 교관이 필요하죠. 그리고 배운 것만 할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은 배운대로 안하면 큰 문제가 생기는 세상에서 살던 분들입니다.

노년 세대에게 IT기기를 가르칠 때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무턱대고 '일단 해보면 되는데 왜 안하시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 분들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ps. 반대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전통적인 기계 - 대표적으로 자동차 - 를 접할 때 문제가 쉽게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러가 거의 허용되지 않는 기계를 IT기기처럼 다루게 된다면 사고가 많이 나겠죠.

겨울왕국 2 - 이건 도 닦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by 함부르거

겨울왕국 2에 대한 감상은 제목과 같습니다.

지금 모바일이라 길게 못 쓰겠는데, 전편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신화적 상징과 음양오행의 이치가 풍부하게 녹아 있어요. 예전에 제가 쓴 동양사상으로 본 Let it go에서도 언급했지만 더더욱 그런 부분이 강화됐습니다.

각본가인 제니퍼 리는 미국 백인이고 전공도 영문학인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써 냈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주인공과 배경만 동양으로 바꾸면 그냥 부처 되는 이야기고 신선 되는 이야기예요.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2~3번 더 관람하고 하겠습니다. 지금 집 밖으로 여행중이라 자세히 쓸 수가 없네요.

암튼 이걸로 엘사 신화는 끝입니다. 완벽하게 끝이예요. 만약에 겨울왕국 시리즈의 후속편이 더 나온다면 주인공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겨울왕국 1편 안 보신 분 있으면 꼭 먼저 보시고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이건 전편과 완벽한 음양 짝으로 된 이야기라 전편을 안 보신다면 이해 자체가 어려울 겁니다. 아니면 수박 겉핥기로만 보던가요.

겨울왕국은 전편도 그렇고 이번 작도 그렇고 저한테는 미스테리입니다. 그 돈독 오른 인간들이 어떻게 이런 기획을 통과시켜줬을까… 암튼 흥행은 전편보다 못할 것 같습니다. 자매의 우애를 가장해서 신선의 구도기를 그리다니 살다 살다 이런 영화를 다 보네요.

이쯤에서 되짚어 보는 신카이 마코토 필모그래피 by 함부르거

날씨의 아이 본 김에 신카이 마코토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습니다. 영화 내용 같은 건 위키 같은 데 아주 잘 정리 되어 있으니 제 감상 위주로 간단하게 풀어 보지요.



ㅇ시청 추천도 : ★★★ (3.0/5.0)

아직 인터넷도 잘 보급되지 않고 PC통신이 남아 있던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은 보따리상에 의해 알음알음 전해지던 그런 시절에 신카이 마코토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1인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짤막하지만 아주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작가 신카이 마코토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분도 안되는 단편이니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요. 신카이의 팬이라면 필견. 

참고로 '더 커플브레이커' 신카이의 시작점이기도 한 작품. -_-;;;;;;

신카이 원작으로 다른 사람이 감독한 TV판도 있는데 그건 안 봤으니 패스합니다.


별의 목소리(2002)


ㅇ 시청 추천도 : ★★ (4.0/5.0)

"단 혼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미친 놈이 있더라."는 소문에 홀리듯이 찾아 보게 된 작품. 제가 가장 처음 본 신카이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 원화, 동화, 편집까지 신카이 혼자서 다 해버린 작품이죠. 성우와 음악만 다른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텐몬(天門)은 이후 오랫동안 그와 작업을 같이 하게 됩니다. 

단 혼자서 작업했다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의 작품이기 때문에 저 같은 신카이 팬들을 양산한 작품이기도 하죠. 지금 보면 인물 작화는 좀 떨어지지만 배경이나 메카닉은 도저히 혼자 작업했다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예요.

그당시만 해도 일본 애니 업계에선 컴퓨터 작업이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만, 신카이는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이후의 작품활동에 있어서나 여러 모로 기념비적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신카이는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해 나가게 됩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커플 괴롭히기는 어디 안 가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 ^^;;;; 연상연하 뒤집기로 괴롭히는 건 생전 처음 본 신박한 수법이었죠. ㅋㅋㅋㅋ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

ㅇ 시청 추천도 : ★★ (3.0/5.0)

혼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미친 놈이 혼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미친 놈으로 업그레이드한 작품입니다.

저한테는 묘하게  인상이 약한 작품이기도 해요. 왜냐면 뒤에 나오는 초속 5cm라는 망할 작품 때문에... -_-;;;

영상미는 전작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고 커플브레이킹도 여전하고(^^;;;), 나름 잘 만든 작품입니다만 뭔가 인상이 약해요.












초속 5센티미터(2007)

ㅇ 시청 추천도 : 일반인 (1.0/5.0), 
                  오타쿠 - (0.0/5.0), 
                  매저키스트 ★★★ (5.0/5.0)

ㅇ 작품성 : ★★★ (5.0/5.0)

ㅇ 총평 : 신카이 이 개새끼...


왜 별점이 저따위냐면 이 작품은 저한테는 일종의 트라우마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잘 만들어서 오히려 보기가 괴로운 작품이죠.

이 작품은 퀄리티로 말할 것 같으면 1인 제작시스템을 극한까지 밀어 붙여서 만든 위대한 성과물입니다. 신카이 작품 중 상업성에 물들지 않은 마지막 작품이자 작가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친 듯한 배경 퀄리티와 작화는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견할 만한 작품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막말로 아무 장면이나 캡쳐해도 윈도우 배경화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놈의 스토리가... 미친 듯한 작화와 연출로 사람을 빠져 들게 하고서는 관객들을 아주 그냥 나락으로 떨어트려 버리죠. 조금이라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한 사람이면 환장할 듯한 괴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극장에서 보는 걸 극히 주의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그나마 집에서 보면 조금 덜 몰입하니까 덜 위험한데, 극장에서 보면 어디 달아날 데도 없으니 감정적으로 고문당하는 기분을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오덕들한테는 그야말로 쥐약이고, 일반인 분들도 대단히 괴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난 고문당하는 게 좋아' 하는 매저키스트 분들이라면 대추천. (...) 이건 여러 가지로 끝판왕입니다. 1인 제작시스템의 끝판왕이고, 커플 브레이커의 끝판왕이고, 트라우마 끝판왕이죠. 

이걸 끝으로 신카이는 1인 제작을 그만두고 메이저 애니 제작시스템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작품의 성과로 장래성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죠. 뭐 물리적으로도 이 이상 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할 겁니다. 지금 봐도 어떻게 이걸 혼자서 그릴 수 있었는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작품이죠.

참고로 이걸 원작으로 하는 만화도 있습니다. 이걸 보고도 만화를 다시 볼 생각이 드는 분이라면 고통내성 100% 인정합니다. 전 멋 모르고 만화 보다가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습니다. 만화도 너무 잘 그려서 아주 미칩니다 미쳐요.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2011)

ㅇ 시청 추천도 : (1.0/5.0)

신카이 마코토가 1인 제작을 포기하고 드디어 메이저 영화사의 일반적 제작시스템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 신카이 혼자서 안 그려도 작화 퀄리티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 그 이상의 의미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브리 따라하다 이도 저도 안되고 흐리멍텅해진 작품이예요. 그래도 최초의 '감독' 작품이란 점에서 신카이의 필모그래피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는 있습니다.




언어의 정원(2013)

ㅇ 시청 추천도 : (4.0/5.0)

정말 잘 만든 작품인데 어째 발 페티쉬(...) 밖에 기억 안나는 작품. 정말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데 유독 그것 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아니 난 그런 취향 없어요. 정말이예요. ㅠㅠ

위에는 그냥 농담이고(...), 신카이가 대중적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조심스럽게 타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악명 높은 커플 브레이킹도 좀 자제하고, 현실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고 노력한 작품이죠. 이 작품부터 신카이는 본격적으로 이륙을 준비합니다.



너의 이름은.(2016)

ㅇ 시청 추천도 : (5.0/5.0)

뭐 이 작품은 설명이 필요 없죠? 개봉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흥행 수입을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신카이의 장점은 최대화 되고 약점은 최소화된 작품이라고 평하겠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 봤던 사람들에겐 트라우마를 잠깐이나마 되살려 주긴 했지만요.

어느 정도는 시운을 잘 탄 면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크게 흥행할 수 있었죠. 

다만 저한테는 신카이 특유의 비뚤어진 심성(...)이 안 느껴져서 아쉬운 작품이 되겠습니다. 보면서도 '얘가 이럴 놈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너무 둥글둥글해요.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만.








날씨의 아이(2019)

ㅇ 시청 추천도 : (5.0/5.0)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전작보다도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오타쿠 신카이가 작가선생님 신카이가 된 작품, 그 특유의 비뚤어진 심성(...)과 함께 따뜻한 시선이 함께하는 작품, 작가로서 신카이가 크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준 작품입니다.

전 이렇게 좀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현실주의자가 되어서 그런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작품은 이젠 좀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커플브레이킹 없습니다.(우효~) 아주 그냥 뿌듯해요 그냥. 커플 안 깨도 이야기가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나 봅니다. 어휴...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죠? 영상미라던가 음악이라던가. 다 훌륭합니다.

다만 전작처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안될 겁니다.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가장 신카이 다웠으면서도, 그의 성장이 두드러진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되네요.


이상 신카이 마코토가 감독한 작품들을 짤막하게 돌아 봤습니다. 이렇게 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늘어 놓으니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보여서 흥미롭네요.

날씨의 아이 - 신카이, 시대정신을 반영하다 (약간 스포 포함) by 함부르거



신카이, 네가 킹이다.



신카이 마코토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한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포스트 미야자키가 누구냐 하는 논란은 이 작품으로 종결된 거 같아요. 분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는 궤가 다르지만, 현시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감독은 신카이가 맞다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훌륭하게 일본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후퇴와 퇴영, 자포자기이면서도 희망찬 감정이죠. 그 이야기를 좀 길게 풀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중간까지 아주 무겁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상당히 심각하게 밀고 나가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죠. 사실 작중에 나온 불법행위가 한둘이 아니거든요. 미성년자 가출, 유괴, 불법노동, 공무집행 방해, 불법총기 소지, 인신공양(?)... 과연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걱정했습니다. 헌데 아주 정통적으로 정면돌파를 해 버리더군요. 설마 도쿄를 물에 담궈버릴 줄이야. 여담이지만 올해 일본에 태풍 피해가 심각한 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네요.

작중 도쿄의 모습은 참으로 화려합니다. 아마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는 세상에 신카이 마코토 한명 뿐일 겁니다. 이번에도 배경 아트워크는 압도적입니다. 신카이 작품은 언제나 그렇지만 영화의 아무 장면이나 캡쳐해도 배경화면 하나 나오죠. 초반 몇 장면에서 보여준 도쿄 풍경은 이번 도쿄 올림픽 포스터로 써도 될 겁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도쿄의 이면에는 낡아빠진 간판과 지저분한 뒷골목과 버려지고 무너져 가는 빌딩이 나옵니다. 히나와 호다카가 만나고 생활하는 배경은 다 그런 식입니다. 호다카는 넷카페를 전전하다 스가네 사무실에 더부살이 하고, 히나의 집은 전차가 지나갈 때마다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고, 두 사람은 빈 빌딩에서 만나죠. 이게 뭘 의미할까요? 화려한 대도시의 풍경 뒤에 서민들이 사는 곳은 처량하기만 합니다. 

신카이는 말하고 있는 거예요. 니들이 그렇게 화려하게 부흥이니 뭐니 떠들고 있지만 사람들 사는 건 그냥 이렇게 초라하기만 해. 실제 버려진 빈 집들은 일본에서 이제 아주 심각한 문제죠. 도쿄 올림픽이니 뭐니 열심히 띄우고 있지만,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퇴락과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취업에 애를 먹고 있는 나츠미는 이런 면을 반영하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비가 그치질 않는 도쿄는 퇴락하는 일본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신카이가 내 놓은 해법은? 네, 화끈하게 비를 그치지 않게 하고 아예 물에 담궈 버립니다. 뉴 노멀의 탄생입니다.

작중에 일본은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3년 내내 비가 오고 도쿄가 물에 잠겨 버렸으니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일본에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겁니다. 나라가 망할 판이고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죠. 

그 때문에 히나가 고민합니다. 나 하나 희생하면 이 비를 그치게 할 수 있다고. 아마 일본의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그걸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헌데 신카이는 말합니다. '희생? 조까. 그리고 사람들은 잘 적응해서 살고 있어. 억지로 띄운다고 사람 괴롭히지 마.'

도쿄는 200년 전만 해도 만과 습지대였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나, 누가 비를 멈추게 한다거나 하는 헛소리 하지 말라는 스가의 반응,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그치건 말건 사랑하는 이를 선택하는 호다카의 선택은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거예요. 후퇴하고 망가지는 것처럼 보일 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지난 '너의 이름은.'이 재해를 견뎌내고 꿋꿋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 영화는 정체되고 퇴락하는 사회 속에서 자랐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일본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그들은 불경기의 세상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들에겐 어떤 큰 희망 없이 근근히 사는 세상이 노멀이예요. 어른들은 과거의 영광스런 모습만 생각하고 현실을 못 받아들이지만, 젊은이들은 현실에 적응해서 살고 있다는 거죠. 그게 우울하고 퇴영적으로 보일 지 모르지만, 나름 행복을 추구하고 잘 산다는 모습, 그게 신카이가 말하고 있는 일본의 시대정신입니다.

한국에서 신카이가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한국에도 곧 닥칠 미래입니다. 일본하고 같은 모습이 되진 않겠지만, 고통스런 현실은 비슷하고 신카이는 그걸 아주 훌륭한 솜씨로 그려 내고 있어요.

신카이가 말하는 시대정신이 기분 나쁠 수 있을 겁니다. 후퇴와 퇴영은 별로 기분 좋은 게 아니거든요. 그러나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일 때, 사람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가? 그걸 신카이 마코토는 작품을 통해서, 한마디도 직접적인 이야기는 안하지만, 하고 있는 겁니다. 미야자키 선생 시대의 그 희망과 격동하는 에너지는 찾을 수 없어요. 시대가 바뀐 거죠.


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좀 뿌듯한 감정을 느꼈어요. 신카이가 이렇게까지 성장했구나. 그의 데뷔작이랄 수 있는 1999년작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부터 모든 작품을 다 봐 온 사람으로서, 자기 세계에 집착하던 한 오타쿠가 이젠 시대정신을 말할 수 있는 작가로 성장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사실 '너의 이름은.'까지만 해도 아슬아슬 했어요. 이 친구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말이죠. 그 작품은 진짜 아슬아슬한 선에서 대중성과 자기 고집 사이의 균형을 맞춘 겁니다. 그런데 이번 '날씨의 아이'는 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는 왕도를 걸었습니다. 작가의 스타일과 흥행성, 시대의식까지 모두 어우러진 절묘한 밸런스가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이 신카이 작품세계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스타일로 죽 갈 거 같아요. 신카이 나름의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로 말이죠. 이번 영화는 신카이 스타일이 확립된 것을 확인한 작품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런 스타일로 죽 좋은 작품활동 할 거 같다는 말로 긴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신카이가 발전한 거 또 하나. 이젠 여캐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줄 압니다. 팔아먹을 수 있는 여캐를 만들어요. 아마 언어의 정원 때부터 좀 그런 시도가 있었는데, 그 땐 취향이 너무 마이너해서(발 페티쉬...) 무리였지만, 최근 두 작품에서부턴 아주 확실해졌네요. 원래 이러던 친구가 아닌데...ㅋㅋㅋㅋ 

ps2. 전작의 미츠하, 타키 등장이라는 팬서비스까지. ㅋㅋㅋㅋ 이젠 작품 파는 법을 아네요. 아 글쎄 이 친구 원래 이러던 친구가 아니라니깐요. ㅋㅋㅋㅋ

미국 교포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 by 함부르거

https://www.fmkorea.com/best/2322908045

위 링크에 있는 사건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건 없어 보이지만, 이 사건에서도 미국 교포들 중 일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근거 없는 자신감이 보여서 글 좀 써 보려고 합니다.

어떤 자신감이냐 하면, "뭘 하든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 또는 "뭘 하든 한국에서 사랑 받을 것이다." 아니면 "한국에선 내 모든 걸 받아 줄 거야" 같이 자신이 한국에서 대단히 잘 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자신감입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순진한 거고, 어떻게 보면 세상 모르는 바보 같은 마인드인데 정작 본인들은 자신감이 충만해 있는 경우가 많죠.

이 사건에서도 보면 이 언니는 자기가 한국인들에게 비판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영상들을 올렸어요. 한국에서 아주 민감한 부분이 잔뜩 있는데 말이죠. 트위터에 누군가 평하기를 "천진한 건지 천치인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딱 공감합니다.

예전에 메건 리라고 케이팝스타에 나왔던 교포 아이가 있었는데, 전 걔 처음 봤을 때부터 저런 느낌을 받았어요. 패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왜 이런 지적을 받아야 하지?'라고 의문을 표하는 모습에서 상당한 불쾌감을 받았죠. 그냥 자신감이 넘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는 당연히 성공할 거고, 자기는 당연히 사랑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보였습니다. 그게 간절한 모습의다른 참가자들과 비교되면서 기묘한 불쾌감을 낳더라구요.

물론 미국 교포들이 다 이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디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헌데 유독 미국 출신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왜 이런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교육의 문제일까요? 미국 교육 문화가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게 있으면 막 칭찬해 주고 더 잘하라고 북돋아 주는 문화라서 어린 애들이 이런 근자감을 가지는 경우가 꽤 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헌데 미국도 경쟁이 장난 아닌 나라이니 이런 어린애들도 성장과정에서 세상과 부딪히면서 성숙해지고 세련되어지는 거 같아요. 미국 십대 후반 아이들은 한국 일본보다 성숙한 친구들이 많이 보인단 말입니다. 저 Korean-American 들도 미국 주류사회의 경쟁구도 안에서 자라났다면 비슷하게 되는 거 같단 말이죠.

그럼 교육 관련해선 한가지 가설이 세워질 거 같습니다.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미국식 교육 시스템에서 자라나긴 했는데, 경쟁은 제대로 맛보지 못한 온실 속 화초들이 저렇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게 첫번재 가설입니다. 

두번째 가설은 '대국의식설'입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모든 게 우월한 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인인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은 한국인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자신이 미국에서 인정 못 받는 이유는 인종차별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인종인 한국으로 가면 우월한 미국인으로서 인정받을 것이다라는 자신감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있지 않냐 싶어요. 예단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이쪽이 크지 않나 싶은 느낌이 좀 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이게 특히 미국의 하층민들 사이에 크게 있거든요. 주한미군들 보면 대부분 미국 사회의 최하층민인데, 자신감 하나는 진짜 하늘을 찌릅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서 한국 사람들 개무시하는 놈들 참 많죠. 미국 문화 자체가 자신감 없어 보이는 사람을 루저 취급하는 것도 이런 친구들이 나오는 이유일 겁니다. 이게 교포들 사이에도 많이 있어서, 교포들 중엔 한국을 완전히 후진국 취급하면서 무시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70~80년대 한국이 후진국이던 시절에 이민 간 사람들이 이렇더군요. 이런 사람들 밑에서 자란 교포 2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을 무시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스티브 유가 위 두가지 가설이 혼합된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다할 경쟁을 겪지 않고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자신감 충만한 상황에서, 한국인들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시해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게 아닐까요? 그가 병역을 기피하게 된 모든 과정을 돌이켜 보면 한국을 무시했다라는 건 확실해 보이거든요.

뭐 모든 교포들이 저런 건 아니죠. 한국에 잘 적응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많구요. 오히려 저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국에서 실패를 맛보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얼마나 경쟁이 심한데 저런 천진난만한 정신세계로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위의 링크에 있는 여자도 유튜브로 한번 떠 보려고 하다가 호되게 두들겨 맞고 지금 모든 SNS를 중단했더군요. 

지금은 글로벌하게 경쟁이 벌어지는 세상이고, 어디에서든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미국에서 잘 안되도 한국에서라면 성공할 수 있겠다라거나, 그 반대로 한국에서 안되도 미국은 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이젠 통하지 않습니다. 어떤 성공전략을 세우든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걸로 이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친구들을 가까이 하라, 적들은 더욱 가까이 하라. by 함부르거

日정치 아이돌의 추락..고이즈미, 장관 취임 한달만에 '동네북' 신세

고이즈미 신지로가 장관이 됐다고 했을 때 바로 돈 콜레오네의 저 명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 sonnet 님 포스팅에서도 지적됐지만, 정적을 제거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높은 자리를 맡기고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두는 겁니다. 

고이즈미가 누굴 탓할 수 있겠나요. 자기 그릇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제안한다고 덥썩 문 게 잘못이죠. 이래서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조커 (2019) by 함부르거

일단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는, 엄청난 긴장감과 흡입력을 가진 영화였다고 말하겠습니다. 상영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는데 정말 시간이 얼마 안 지난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듯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미장센이나 연출이나 모든 것이 꽉 짜여진 영화였습니다.

영화 내용, 특히 정치적 영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지금 미국과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느낍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그 생존의 한계까지 내몰려서 인간적인 존엄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안전까지 위협받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걸 조커라는 캐릭터를 빌려서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겁니다.

지하철 쓰리킬 씬에서 어떤 분은 눈물까지 났다고 합니다만 전 웃음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뇌 속에서 브레이크가 딱 걸리면서 진정했지만요. 진정해. 웃지 마. 공감하지 마. 쾌감을 느끼지 마. 이건 그냥 한계점에 달한 인간이 광기에 빠져드는 장면일 뿐이야.

아서 플렉이 왜 조커가 되었고 어떻게 되었나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말하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는 조커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조커가 되고 나서도 그는 평소 자기에게 잘해 주었던 난장이 동료는 살려서 보내 줍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그에게 남아 있는 인간성과 조커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봅니다. 

이 영화를 선동적이라고 느끼는 이는 지금의 세상에 만연한 어둠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이미 비슷한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 없어도 자발적 테러리스트는 차고 넘친다구요.

그렇다고 영화 속 조커에게 완전 공감하시는 분은... 음...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게 어떨까요?



ps. 여담이지만 어린 브루스 웨인 역의 아역배우(단테 페레이라-올슨)는 정말 예쁘장 하더군요. 정말 부잣집 도련님 느낌?

ps2. 로버트 드 니로 많이 늙었더군요. 완전 노인네가 됐어요. 처음엔 몰라봤습니다. 아 세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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