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단상 by 함부르거

중국 연예계가 많이 성장한 것 같지만 잘 보면 만드는 게 항상 천편일률적이다. 영화라면 항일전쟁물과 무협물, 드라마는 사극, TV연예 프로그램은 한국 것 베끼기에 바쁘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검열이다. 중국에선 영화든 드라마든 기획단계에서부터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하는데, 검열을 통과하기에 가장 속편한 게 항일전쟁물과 사극이라 그렇다. 현대물의 경우 검열이 하도 심해서 매 편마다 심사를 받고 내용을 고쳐야 한다니 중국 창작자들이 편한 길로 가려는 걸 뭐라 하기도 힘들다.

이 점은 우리에게 다행인 게 중국이 우리의 문화산업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검열이 존재하는 한 문화산업이 발전할 일은 없다. 대한민국도 검열이 있던 80년대까지와 없어진 90년대 이후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난 검열이 있던 시대와 없어진 시대를 모두 목격한 사람으로서, 검열이야말로 모든 창작자를 억압하고 문화와 산업의 정상적인 발전을 막는 최악의 사회악임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단, 그것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하여 내가 요즘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각에서 창작물에 대한 검열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그런다!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세태다. 자기 생각이랑 조금 다르다 해서 찍어 누르고 보자는 괘씸한 사고방식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실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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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중 공개해도 괜찮은 부분을 일부 다듬어 올립니다.


소프라노 파트리치아 야네치코바(Patricia Janečková) by 함부르거

유튜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슬로바키아 출신 처자입니다. 사실 우연히 알게 됐을 리는 없죠. 유튜브가 제가 좋아하는 영상을 바탕으로 추천한 결과니까... 

사실 클래식을 즐겨 듣긴 하는데 가수나 연주자 일일히 알고 따라다니는 수준은 아녜요. 전 그냥 가끔씩 클래식 생각 나면 아무 거나 듣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죠. 이 처자가 그런 사람이구요.

이 처자가 어떤 가수인가는 아래의 영상 하나만 보시면 금방 파악 가능할 겁니다. 테크닉이나 표현력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듣는 사람들이 아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장점입니다. 상당히 어려운 부분도 굉장히 편안하게 불러요. 불안한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테크닉과 내공을 가지고 있는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대단한 가수가 얼마만큼의 경력을 가지고 있나 봤더니... 아직 19살, 1998년생입니다. 어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알고 보니 2010년에 탈렌트마니아라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더군요. 과연... (끄덕끄덕) 



나이 젊겠다, 외모 받쳐 주겠다, 실력 짱짱하겠다 앞으로도 아주 잘 나갈 것 같은 가수입니다. 외모 이야기 해서 좀 그런데 요즘 클래식 판에서 외모 없이는 팔리지 않는다는 거 상식이잖아요?

아미라 빌리하겐이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아이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긴 한데 테크닉적으로는 완성되어 있지 않아서 듣다 보면 불안불안 하거든요. 줄타기 하는 느낌이 든달까. 단순히 어린 나이에 신체가 완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어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그 때만 반짝하고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훌륭하게 성인 음악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태준 거 하나도 없으면서 괜히 뿌듯하고 그러죠. ^^;;;; 아미라도 부디 이렇게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만 마무리합니다.

아갓탤 2017 보는데 정신을 못차리겠네요 by 함부르거

America's Got Talent(이하 아갓탤) 2017 영상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는데 정신줄 놓고 계속 보고 있습니다. 

먼저 경이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우승자 Darci Lynne 이야기부터 해 보죠.

https://youtu.be/rk_qLtk0m2c (저작권 관계로 링크만 합니다.)

무슨 복화술사가 노래를 저렇게 잘해... 아니 그 이전에 복화술 자체도 완벽에 가깝습니다. 이게 12살 짜리 꼬마가 보여주는 거란 점에 기절할 지경이죠.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딱 첫 무대만 보고도 누가 우승할 지 알겠는 경우가 있는데 얘가 이런 경우죠. 유튜브에서 얘 동영상만 엄청 찾아서 보는데 그야말로 경이적입니다. 복화술로 오 미오 바비노 카로를 부르는데 환장하겠네요. 오늘 얘 영상만 보느라 서너시간은 보낸 거 같아요.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람이 있으니... Mandy Harvey 입니다. 청각장애인이예요. 베토벤 같은 대가도 청각장애인이었지만 대중 앞에서 직접 공연하는 가수는 아니었잖아요. 난 이 아가씨가 어떻게 노래를 준비하고 무대에서 어떻게 음을 느끼는지 감도 못 잡겠어요. 귀 멀쩡한 사람들도 음정 박자 틀리는 일 많은데 청중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청각장애인이 부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을 지 도무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선천성 청맹은 아니고 원래 음악 전공하다가 18살 때 병으로 청력을 잃었다고 하네요. 발성이나 발음이 정확한 것은 후천성 난청이기 때문이겠죠.

난 인간승리의 표상으로 그녀의 노래를 과대평가하거나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그녀는 부릅니다. 그녀가 부르는 What a wonderful world 를 들으면서 그냥 눈물이 쏟아지네요.

아갓탤 2017 보다가문득 생각나서 찾아 보게 된 홀란드 갓 탈렌트 2014 우승자 아미라 빌리하겐(Amira Willighagen) 영상도 한 2시간은 보고 있었던 거 같아요. 이 꼬마도 첫 무대부터 완전 충격이었죠. 아니 무슨 9살짜리가 발성이나 표현이 성인 소프라노급이여... 거기다 정식 음악수업은 받은 적도 없고 걍 집에서 유튜브 같은 거 보면서 따라해서 저렇게 됐다는 건데... 정말이지 세상엔 천재란 게 분명히 있어요. 요즘 공연 보니까 이미 한 사람의 오페라 가수로 자리 잡아가는 거 같더군요. 다만 여기저기 길거리 공연이니 교회 공연이니 아무데서나 너무 많이 공연 도는 거 같아서 걱정되긴 합니다.

요즘 음악계에 어린 천재들이 많아지는데 유튜브가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 팬질하고 있는 정성하도 비디오로 핑거스타일 배우고 유튜브로 뜬 케이스고요. 무엇보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음악 소스 역할을 해주면서 아이들의 배움의 폭이 넓어진 거 같습니다. 

확실히 아주 어릴 때부터 유튜브와 인터넷이 일상화된 세계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인식의 체계나 방법, 폭이 기존 어른들이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 말고도 각 분야에서 어린 천재들이 계속 나올 거 같아요.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적으로 인간의 인지능력이 폭발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저체온증 결산 by 함부르거

아무짝에도 쓸모는 없지만 암튼 최초로 얻은 엘리트 훈장.


통상일러는 별로 안 예쁜데 중상일러가 맘에 드는 95-1식의 샐비어 스킨.



빨봉 열다가 튀어 나온 카구팔과 수오미. 제조에서는 그렇게 안 나오더만.


그리고 전혀 기대 안했는데 빨봉 파밍 중에 튀어 나온 56식반. 


3개나 나와서 3링 달아준 AR70. 얘는 저체온증에서만 나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스테이지 도는데 툭툭 튀어나오네요.


애증의(...) 파세. 큐브 이벤트 때의 극악한 확률을 생각하면 정말 허탈하죠. 파밍이라면 학을 떼게 만든 원인입니다.


제일 먼저 얻었지만 도감의 순서가 나중인 관계로(...) 뒤로 처진 주지사.


작전지령 이벤트 점수 채우느라 막 달린 중제조에서 튀어 나온 이사카와 PzB39, G28. 돌이켜 보니까 전혀 중제조 달릴 필요 없었는데 그땐 제가 살짝 돌았나 봅니다. 그래도 이사카 나왔으니 오케이랄까요. PzB39의 열혈라이더 스킨은 포기합니다. 가차 달릴 돈 없어요. 마찬가지로 톰슨의 스킨도 포기. Live 2D 스킨하곤 인연이 없군요.



이벤트와는 전혀 관계 없지만(...) 이벤트 중에 제조로 나와준 이유식.


그밖에 가챠 돌려서 나온 스킨들. 망가5는 왜 옷은 있는데 옷걸이는 없는 거냐... ㅠㅠ


이정도로 저체온증 이벤트는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히든 스테이지는 시간이 너무 걸려서 도저히 할 생각 안납니다. 빨봉도 천개 열고 나니 이젠 거들떠 보기도 싫습니다. -_-;;;;

그동안 못 얻었던 인형이 많이 나와 줘서 나름 보람이 있군요. 아직도 FAL과 MG4 등등은 없지만 느긋하게 제조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오겠죠 뭐... 

나의 정치적 성향 by 함부르거



대충 비슷하게 나온 듯 합니다. 뭣보다 꼰대들을 드럽게 싫어하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니.



이쯤 되면 이것들은 반사회적 범죄집단으로 봐야 할 듯 by 함부르거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comic_new1&no=3504106


명명백백한 범죄행위를 사회운동으로 둔갑시키자는 아이디어를 공공연하게 떠드는 걸 보면 이미 정신병의 수준을 넘어서 범죄집단으로 전환되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거 사회적인 감시와 제재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_-;;;;

이국종 교수가 적폐인가? by 함부르거



어디의 어떤 개새끼들이 헛소릴 해댔는지 의사 입에서 저런 이야기가 나오게 만든다는 게 어이가 없네요. 아니 그럼 의사가 환자 오면 살리고 보는 거지 귀순이니 뭐니 따집니까? 진짜 인간들이 미쳐 돌아가네요.

이국종 교수는 응급환자들 살리느라 반병신 되고 욕 먹으면서도 꿋꿋이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분입니다. 이런 분을 칭송을 못할 망정 비난하고 참… 양아치만도 못한 새끼들 같으니라고.

근래 본 뉴스 중에서 가장 열받게 하는 뉴스네요. 자기 자리 지키면서 양심적으로 일하는 사람 건드리지 맙시다. 아오 빡쳐 정말…


ps. 주범이 정의당 김종대네요. 요즘 뉴스 신경 못쓰고 살아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반자이런이 뭔데 이 난리인가 했는데... by 함부르거

트위터 일부에서 반자이런이라고 난리가 났어요. 어떤 사람은 만화도 그리고... 

뭔가 하고 봤더니 이놈이 원흉인데 진짜 이 방식이 정말 뭐라고 말해야 되나 인간이길 포기한 느낌이... ㄷㄷㄷㄷ 원문의 댓글도 읽어볼 만 합니다.

그러니까 쥬피터 포대를 잡을 때 제대를 1레벨 인형 넷을 탱커로 세우고 만렙 딜러를 하나만 넣어서 넷이 터져 나가는 동안 쥬피터를 잡는다는 거죠.

아니 이런 발상도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이가 없네요. 대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뭔지... 저는 제대 편성하기 귀찮아서라도 안할 거 같습니다.

안그래도 이벤트가 계속되서 좀 지치는데 오히려 이런 게임 외적인 부분이 더 재미가 있게 느껴집니다. 과금한 것도 있지만 이래서 못 끊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포스트크로싱용 엽서 횡재(?) by 함부르거


포스트크로싱 하면서 제일 고민되는 게 어떤 엽서를 보낼 것인가 하는 겁니다. 엽서 취미가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구할 데가 마땅치 않네요. 요즘 서울-세종시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디 기념품 가게 같은 곳 가기도 쉽지 않아요. 포스트링 같은 엽서 제작 사이트에서 만들려고 보니까 제가 찍은 사진들은 그닥 마땅한 게 없는데다 한장 한장 사진 찾아 넣고 편집하기 무지 귀찮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헌데 오늘 제가 아주 좋은 엽서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책에 딸린 부록 엽서들이죠. 횡재(?) 했네요. ㅎㅎㅎ

제가 라이트노벨이나 만화책을 간간히 사는데 별책부록으로 엽서가 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의 특징은 바로 고품질의 일러스트 엽서라는 거죠. ^^;;; 책 사면 띠지 포함해서 부록까지 꼼꼼히 책 속에 끼워 놓는데 그 버릇 덕을 보게 됐습니다. 지금 찾아낸 것들은 저 정도지만 본가의 책장을 뒤지면 더 나올 겁니다. 당분간 내 책장 속에서 보물찾기 하게 생겼네요. ^^;;;;;

저 위에 있는 엽서 중에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하쿠메이와 미코치의 부록엽서입니다. 작가가 원체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라 그림 자체가 예술입니다. 보내기 좀 아깝긴 하지만 내가 보지도 않으면서 갖고 있느니 외국의 좋아할 만한 사람 손에 들어가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됩니다. 

2008년 경의 개인적인 기록들 by 함부르거

프랭클린 플래너 보관케이스를 재활용 하려고 2008년 케이스를 꺼내서 다시 보니까 참 재밌는 내용이 많네요. 이땐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기억도 되살리구요. 케이스를 재활용할까 했는데 그냥 놔둬야겠네요. 

그 때 다니던 회사에서 큰 사건이 터져서 사업본부가 날라가고 저는 그 참에 아예 퇴사를 해버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보니깐 사건이 1월 중순에 터졌는데 저는 이미 1월 초부터 퇴사할 결심을 하고 있었더군요. 사표는 1월 말에 내고... 그 달에 큰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아주 폭풍같은 한달이었습니다. 그 때 적어놨던 내용 몇가지 인용해 보죠.

< 2008. 1.1. 기록 >

ㅇㅇㅇ(전 상사)과 오래 같이 할 수 없는 이유 
 - 남의 잘못은 오래 기억하고 잘한 것은 잊어버린다
 - 즉, 고생은 같이 해도 즐거움은 같이 못한다.
 - 고생에 대해 치하를 하더라도 빈 말로만 들린다. 칭찬은 허례허식, 화내고 혼내는 건 진심. 이러니 오래 같이 못하지

그 때 제 바로 위 팀장 이야기인데 이 사람하곤 모종의 이유로 아주 정나미가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적어 놓은 게 아주 인정사정 없군요. 뭐 지금 봐도 객관적인 평가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제 사감이 아예 없었다곤 못하겠네요.

< 2008. 1.30. 기록 - 이날 사표 제출>

"이 조직은 안된다"라고 생각한 이유
  1. 사람을 우습게 안다.(직원 소중한 것을 모른다.)
  2. 신상필벌이 없다.
  3. 원칙 없이 윗사람의 임의대로 움직인다.
  4. 사장이 소인배다. (사장 조카 봤을 때 알아봤어야 한다.)

사장 조카 이야기가 왜 나오냐면 사장이 그 전해인가 전전해인가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당연히(?) 직원들 총 출동해서 상가집 안내하는 등 상가집 일 보고 있었는데 어떤 아가씨가 맨발에 쓰레빠 질질 끌면서 빈소로 들어오더라구요. 옷은 나시 티에 반바지 입구요. 아니 뭔 애가 상가집 오는데 저 꼴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사장 조카네요? 미국에서 왔다나 뭐라나. 아니 미국 사람은 조문하러 갈 때 그러고 갑니까? 자기 외할머니 빈소에 그 꼴로 오는 걸 보니까 집안 꼴을 알겠다 싶더군요. 그 때 때려쳤어야 하는데... -_-;;;;

여담이지만 한국 풍습 중에 가장 안 좋은게 무슨 조직이든 장 급이 상 당하면 직원들 총 출동해서 상가집 일 보는 거라고 봐요. 직원들이 상 당하면 기껏해야 봉투나 보내면서 말이죠. 그 사이에 조직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이며 조직원 간에 무슨 차등을 그렇게 두는 걸까요. 공사구분이 안되는 거지요. 한국이 아직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장 단적인 증거라고 봅니다.

사표 제출하고 나서도 일 이야기로 플래너가 빽빽하네요. 그만두기로 했으면서 뭘 그리 열심히 했는지 참... 아마 마무리는 확실히 하고 가자는 생각이었던 거 같습니다. ^^;;; 그 때 저말고도 그만 둔 사람들 많았네요. 사내 커플이 결혼했는데 그 중에서 부인 쪽은 사표 낸 사람도 있었고... 하여튼 사람들이 참 잘 그만두는, 아니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조직이었습니다.

그 때 사표 내고선 주말에는 여기저기 참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개발자 컨퍼런스 같은 곳도 가고... 다시 직장 다니면서부터는 그런 게 줄어든 게 좀 아쉽군요. 그 때 회사 일이 힘들어서 잠시 휴학하고 있던 대학원도 다시 나갔네요. 퇴사하기 전에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게 왜 이걸 보고야 기억이 나지... ^^;;; 사표는 1월 말에 냈지만 진짜로 그만 둔 건 2월 말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가장 큰 고민은 경제 문제였네요. 소액이지만 회사 다니면서 대출 받았던 것도 있었고... 그런 거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던 기록들이 있습니다.

퇴사하고 한달 정도 지나서 회사에 대한 기록을 다시 적었습니다.

< 2008. 3.27. 기록 >

XXXX 본부가 실패한 이유
  1. 원칙과 비전의 부재 - 매출목표만 있고 나머지가 없음
  2. 포용성 부족 리더십 부재 - 개성 있는 인재를 모두 놓침
  3. positioning 실패
  4. IT에 대한 몰이해

ㅇㅇㅇ도 결국 말만 있었지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헤맸다
  - 윗사람들과는 커뮤니케이션 잘 함
  - 아랫사람들에게는 강압과 비난, 강요로 일관

나 자신 : 협상력이 부족했다. 직급만 생각해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제 자신에 대한 반성도 있습니다. 일개 직원 신분이라고 생각해서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 생각을 안 했거든요. 첫 직장이라 경험도 부족하고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였던 게 크죠. 직급 빼고 사내 위치만 놓고 보면 제가 그 분야의 일을 주도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건 제 능력과 마인드 부족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네요. 그래서 ㅇㅇㅇ 같은 상사도 만난 거고.

그 밖에 제가 있던 본부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부연하자면, 1은 보이는 바와 같습니다. 2는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데, 그 때 회사 이름 보고 입사한 인재들이 많았거든요. 진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좋은 게 많았어요. 그 사람들을 못 버티게 하고 나가게 만든 게 그 당시의 경영진들이었죠. 결국엔 그 경영진들이 다 말아 먹었고 말이죠. 내가 뭘 보고 그 회사에 3년이나 있었는지... 입사 1년 째에 유능한 베테랑 직원을 계약직이 처우개선 요구한다고 자를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3은 그 때 회사의 전략이 참 모호했습니다. 당시 업계가 압도적인 1, 2위 업체가 있고 그 밖의 업체들이 올망졸망 하던 때였죠. 우리 회사는 그 올망졸망한 회사 중 하나였고... 이런 위치면 뭔가 신시장을 개척하던가 투자를 통해서 선도업체를 따라잡던가 해야 하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못했어요. 투자는 위에서 말한대로 사장이 소인배라(...) 몇 억 투자하는 것도 벌벌 떨었으니 될 리가 없었죠. 노후되서 자꾸 고장나는 서버 하나 교체하는 것도 결재 받는 데 한달씩 걸렸으니 투자가 말이나 되나요. 그 때 알아보고 퇴사했어야 하는데... ㅠㅠ

그렇다고 니치마켓이라도 잘 뚫었느냐면, 경영진의 능력부족으로 할 때마다 말아먹었습니다. 시장조사 하나 안하고 웹사이트 만들고 컨텐츠 채워 놓으면 사람들이 돈을 내겠지 하는 식이었으니 될 리가 있어요? 게다가 웹사이트도 엉망으로 만들어 놔서 뭐 하나 볼려면 30번인가 클릭을 해야 하는 구조였으니 그게 잘 되면 세상에 정의가 없는 거죠. 제 후배 개발자가 30번 클릭을 지적하니까 코웃음 치면서 무시하던 부장 녀석(박사)은 사업 말아먹고 퇴사하더니 어디 교수로 갔다고 하더군요. 지금 잘 사나 몰라. -_-+;; 제가 박사들 싫어하는 게 그 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는 위에 사례를 봐도 알겠지만, 당시 간부들 중에 IT 베이스인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뭐 꼭 IT 전공자라야 IT를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들은 IT의 특성에 대해 하나도 몰랐어요. 뭔가 계획이 있고 비전이 있어서 사업하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웹사이트 만들고 돌리면 되겠지 하는 식이었죠. 웹사이트 만들고 운영하는 걸 다 직원이나 외주에 맡겨 버리고 자기들이 관심 있는 거에만 집적거리니 뭐가 될 리가 있습니까. 자기들은 IT 업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장사를 IT를 통해서 하는데 뭔 IT 업체가 아녜요. 직원들은 나름 자질 있는 사람들 뽑았지만, 아무리 좋은 학교 나왔어도 신입은 신입이예요. 신입들한테 IT 운영을 다 맡겨 놓고도 회사가 굴러 갔으니 참 대단하긴 하네요. -_-;;;; 차라리 전부 외주로 돌렸으면 정상적이었겠습니다. 지금은 그러고 있는 것 같더만. 뭐 당시 1위 업체도 IT 베이스가 아니었긴 한데 거긴 돈이 많았거든요. 거긴 돈으로 때려 박아서 다 해결하는데 여긴 그러지도 못하고 참... 

이후에 2008년 한해는 백수로 지냈는데 그냥 놀진 않았네요.  무슨 청소년 독서 모임 멘토도 하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환예금 가지고 수익도 좀 올리고... ㅎㅎㅎ 

10년 가까이 지난 다음에 보니깐 재미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기록이란 게 일단 해놓고 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이렇게 다시 들춰 보면 이야기거리가 나오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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