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노 요코 후기 감상 2

이번 주는 이 썰렁하기 그지 없는 일기장 수준 블로그에 사상 최대의 방문객 분들이 왔다 가셨습니다.
Paul Potts 형님하고 칸노 누님 덕입니다.
두 분 덕에 이번 주는 귀가 호강했습니다. 두분에게 깊은 감사를.

기니까 펼쳐서 보세요



칸노 요코 누님...

전 이 사람이 모차르트의 환생이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이 누님의 팬이 된 지가 거의 20년입니다. 중학생 때 코에이의 삼국지2에 푹 빠져 지냈는데
게임 보다도 그 음악에 빠져 있었드랬죠. MSX의 그 빈약한 3중화음 사운드로 들려 주는 곡조차도
그토록 아름다웠으니 말이죠.

일본 음악 같은 거 구하는 게 정말 어려웠던 그 시절 (MP3가 있었습니까 인터넷이 있었습니까?)
삼국지2 OST를 간신히 구해서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더랬죠. 그러면서 칸노 요코라는 이름도
자연히 알게 되고...

그 이후는 다른 사람들하고 비슷합니다. 게임, 애니, MP3... 다종다양하게 칸노 요코 음악을 들어 왔죠.

이런 분이 한국에 와서 콘서트를 한다는데, 그것도 일본에서도 몇 번 안한 콘서트를! 안 올 수가  없죠.
그리고 흥분과 감동, 광란의 저녁....
얼마나 흥분했었는지는 지난 포스팅에 있으니 참고하시고...


자... 이제 흥분은 가라 앉히고, 차분히 공연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죠.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지은 지는 오래 됐지만 여전히 한국 최고의 콘서트홀입니다.
좌석 수가 3100석이었나요? 더 많은 분들이 같이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음향설계가 안되어 있는 다른 공연장이라면 칸노 누님의 그 환상적인 음악을 완전히 들을 수 없겠죠.
그 면에서 공연장 선택은 최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공연장 덕에 사운드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고
각 세션들의 연주도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게 구분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대장치 세팅, 조명, 연출... 뭐 완벽했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군요.
그 복잡 다단한 많은 악기들을 깔끔하게 조율해 내고 무대를 완벽하게 꾸며준
스태프들의 노력과 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가수분들 이야기를 하자면...

야마네 마이 씨.

일단 전 이분이 여자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O-;;;; 비밥 OST 한창 들을 때도 남자 가수인 줄로만 알았어요.
목소리가 너무 파워풀해서. 직접 라이브로 보니까 기대했던 것 이상의 파워와 소울이 넘치는 진짜 가수였습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 이렇게 전율해 본 것은 제 인생 처음인 것 같아요.


오리가.

초반부 공각기동대 노래 부를 때 엄청났구요. 중간 중간에 부를 때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가서 약간 떠 버린 느낌은 좀 아쉬웠습니다. 반지 부를 때 메모지는 좀 아쉬운...
하지만 러시아 사람이 생소한 언어로 노래 부르는 데 그정도는 양해를 해 줘야겠죠.


사카모토 마아야.

요정. 네 요정 말고 뭘로 그녀를 표현해야겠습니까. 라이브의 요정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노래에도 열심히 코러스 넣어주고... 특히 파이프 오르간 있는 곳에 올라왔을 때는
여신이라도 강림한 듯한... 공연 후반부로 갈 수록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칸노 누님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온 몸을 불사르는 - 머리 모양까지 해서 - 퍼포먼스는 그녀가 얼마나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이 콘서트를 준비했는지 단적으로 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분이 말씀한 대로 음악을, 콘서트를 정말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제 프로그램 가지고 곡별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선 처음 나오는 공각기동대 세곡.
다들 알고 있는 곡이라 관객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예의 몽환적인 사운드는 라이브로 들으니까
세션이 분리되면서 들려서 더욱 좋더군요.

Don't bother none 부를 때는 박수 좀 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기타 사운드가 묻혀버리더군요.
나중에도 그랬지만 옆 사람들이 박수를 얼마나 세게 치던지 박수 소리가 고막을 따악 따악 하고 때리더라구요.
세종문화회관의 음향 반사 효과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다음 Call me Call me...
네  관객들 이 때부터 자지러지기 시작합니다. 야마네 마이 씨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죠.

공기와 별... 사카모토 마아야 짱의 첫 솔로였습니다만 이땐 좀 불안한 느낌.
관객들이 너무 열광적이라 그랬나? ^^;;;

光の中へ(빛의 속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중 하나라 나올 때부터 감격.
이 때부터 정신이 혼미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공기와 별 때 까진 그래도 냉정하게 음악을
감상하려고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곡이 나오기 시작하니깐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요.
칸노 여사 피아노 반주 정말 좋았습니다.

암튼 프로그램 1번부터 9번까진 다들 아는 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라그나로크 곡으로 넘어가는 구성 좋았습니다.
확 달아오르게 했다가 조용한 곡인 빛의 속으로로 음악에 집중시키고, 신곡을 들려 준 거죠.

전체적으로 라그나로크 곡들도 진짜 좋았어요. OST 사야겠다는 생각 들 정도로.
여담이지만 시장에 OST 나온 줄 알고 이날 안샀는데 알고 보니 발매 전이더군요. -_-;;;
집에 와서 엄청 후회했다는... (그런데 그날 지갑에 돈도 없었잖아? ^^;;;;)

라그나로크 곡들 중에서 특기할 만한 곡은 stone music.
무려 실로폰 4연탄! 4명이서 8개의 스틱을 가지고 조그만 실로폰 하나에 붙어 있는데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지고... 물론 곡도 정말 즐겁고 정겨운 느낌이었어요.

The Real Folk Blues. 뭐 말이 필요 없는 곡이죠?
기타와 첼로 반주만의 단순한 구성이었는데 오히려 정감 있어서 좋더군요.

ELM.... 비밥 사운드트랙 듣다 보면 귀에 팍 꽂히는 곡입니다. 곡명이 기억 안나서 그렇지... -_-;;;
프로그램에 넣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게 또 진국이었어요.
오리가, 야마네 마이 두 사람의 보컬 만으로 그토록 아름다운 화음을 창조하다니!!!
중세 음악 들어보면 단순하지만 인간의 목소리에서 배어 나오는 그 진솔하고 순수한 감정에
감동할  때가 많은데, 그 느낌에다가 아름다운 화음에 대한 감동을 얹어 놓은 것이,
뭐랄까 다른 거 일체 없이 맛있는 플레인 요구르트에 체리 하나 얹어서 먹은 느낌이랄까...

정말이지 칸노 요코는 복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이토록 훌륭한 연주자들과
가수들이 그녀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겁니다. 음악가가 훌륭한 연주자를 만나는 건 유비가 제갈량을
만난 것과 같겠죠. 그녀 자신도 탁월한 연주자입니다만.

라그나로크 인트로 테마는 꼬맹이(윤현수)가 진짜 잘 불러 줬어요.
토크 때도 칸노 여사가 칭찬했지만 재능은 있는 듯. 뭐 사내 아이니까 변성기를 지나 봐야 알겠죠.

라그나로크 곡이 주욱 나오다가...
Five years war 나올 때 짜잔~~~ 무대가 돌아가면서 오케스트라의 충격적인 출현!!!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역시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칸노 여사가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현악 협주를 안할 리가 없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흠 잡을 데가 업었습니다. Five years war
는 전쟁의 느낌을 잘 표현한
긴장감 넘치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Blue...

이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지금도 생각만 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야마네 마이 씨 쓰러질 정도로 열창 또 열창! 관객들 모조리 자지러지고...

저도 곡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 치고 고함지르고... 뭐 열광의 도가니였어요.


이어지는 마아야, 오리가, 마이  씨의 반지 한국어 버전 합창!
이건 뭐...

뭐...

뭐...

살아 있기를 잘했습니다.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게.

그 다음 약속은 필요 없어... 이것도 설명할 필요 없죠. 손가락 아파요.

여자 분들 울고... 나는 소리치고... 박수 소리가 온 몸을 때리더군요.
군대 시절 소총 사격하면서 소리가 몸을 때린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박수 소리도 사람 몸을 때리더군요.


토크... 전에 글에도 썼지만 칸노 누님 한국어 공부 진짜 열심히 하셨더군요.
이 공연에 대한 열정과 정성, 그리고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울고 웃고... 완전 트랜스 상태였는데 그걸 옆 자리 분들이 기억하고 게시판에 쓰셨더라구요.
이런 나의 소셜 포지션이... 포지션이... (운다)


다음 오케스트라 메들리.

라그온2 게시판에 어느 연주자 분도 감상을 쓰셨지만 환상적이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이라도 해주시려는 듯 울프스 레인에다가 턴에이 곡에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팬들의 기대를 1000% 만족시켜 주셨습니다.


마지막 곡 Hodo... 이 땐 제정신이 아니라 잘 기억이 안나요. 흑흑...ㅠ.ㅠ

그 다음 마지막 피아노 독주.
들으면서 이 분은 연주자로 나섰어도 대성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곡가로서의 재능이 더 넘쳐서 그렇지. ^^
대항해 시대 카탈리나 연주할 때는 아아아아아아아아... 난 얼마나 행복한 놈인가.


이렇게 공연은 끝나고 전설이 남았습니다.

아마 앞으로 몇 년은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예요.
이렇게 감동적인 공연을 일생에 몇번이나 볼 수 있을까요.
위대한 칸노 요코에게 축배를!

by 함부르거 | 2007/06/22 11:48 | 후기+감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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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ZUL at 2007/06/22 23:55
엑... 남자인 줄 아셨다니요! ㅋㅋ 카우보이 비밥을 남자 분도 부르시긴 했던 것 같아요. 기억이 가물가물... 그치만 공연을 보니 피가 끓어서(?) 카우보이 비밥을 다시 보고자 DVD를 질러버렸지 뭐에요(...)

히힛, 어쨌든 덕분에 다시 되집어 보니 되게 두근거리네요 ㅋㅋ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07/06/24 02:43
AZUL// 커헉 DVD를 지르시다니..
Commented by Jeimian at 2007/06/28 13:39
이제 겨우 진정되 가던 차에 또 이런 뒷치기로 카운터를...OTL

아 증말 칸노요코 미워요.. 홋카이도 와줘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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