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새 다큐멘터리를 보고 by 함부르거


< 그림출처 : KBS 홈페이지 http://news.kbs.co.kr/news.php?kind=c&id=1500999 >


방금 끝난 KBS 다큐멘터리 "600년의 비전, 국새"를 보고 필 받아서 한마디 남깁니다.

우선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국새는 그 품격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가 안되는 너무나 훌륭한 예술품이며 문화재라는 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 나라의 오랜 역사와 기술이 이 도장 하나에 집결되어 있습니다.

왜 이것이 다른 나라 국새보다 격이 다른가를 보겠습니다.

우선 서양 여러 나라의 경우 국새라는 것이 그냥 공문서에 찍는 압인입니다. 물론 그 중요성과 권위가 다른 도장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프레스기로 꾹꾹 눌러 찍는 그림 도장이란 것은 아무리 봐도 아름답지가 않아요. 품위가 없어요.

역시 도장의 역사와 권위는 동양이 강한 것이 자명합니다.

헌데 중국의 경우 개국국새라는 것이 그냥 구리로 만든 도장입니다.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만든 건데 중국 전통의 옥새들에 비하면 이건 국새라기 민망한 물건입니다. 장식 없이 쭉 뻗은 인뉴(손잡이)는 멋대가리도 의미도 없습니다. 도장면은 구리에다가 직접 전각으로 새긴 물건입니다. 물론 구리에다 새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국새는 주물로 만들어 제작기술에 있어 차원을 달리합니다. 게다가 중국은 더이상 국새를 쓰지도 않으니 비교할 의미가 없습니다.

일본은 메이지 천황 때 만든 국새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어떤 언론매체에도 공개를 안하고 황실에서만 사용한다는데 딱 한번 80년대에 NHK에서 촬영을 했더군요. 뭐랄까 너무 신비주의로 꽁꽁 감춰 놓은 느낌인데...

잠깐 나온 것을 보면 인뉴에는 봉황이 음각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봉황은 부여의 토템이니 일본이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자세하게는 안나오더군요. 두 종류가 있고 문서에 따라 사용처가 다릅니다. 주물로 만든 것 같은데 모양새로 볼 때 우리 국새처럼 정교하게 제작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의 새 국새를 살펴 보죠.

먼저 제작자인 민홍규 장인을 보면 이 분은 대한제국 국새를 만들었던 전흥식 장인의 손제자(제자의 제자)입니다. 전흥식 장인이 사용하던 도구와 기록을 보관하고 계시더군요. 솔직히 이런 일은 일본에나 있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b

민홍규 장인의 스승이신 정기호 선생은 20세기 초 최고의 전각가였고, 대한민국 개국국새를 제작하신 분입니다. 이 분이 남긴 기록에는 국새 제작에 사용한 대왕가마와 상세한 제작기술이 남겨져 있습니다. 한편으론 이중으로 된 표지 안쪽에 시험 날인한 자국도있습니다. 아마 국새를 이런 데 찍어놓을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롱(ㅋㅋ) 하는 심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

암튼 이렇게 옛 장인들이 기록을 남겨 놓고 제자를 기르신 덕에 우리는 600년 전 전통기술이 재현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묵념)

다음 제작과정을 살펴 보면 이 제작원리가 철저하게 음양오행을 따른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거푸집에 쓸 흙부터 고르는데, 백흑청적황의 다섯가지 빛깔의 흙을 골라 거푸집을 빚으니 이를 오합토(五合土)로 한답니다. 이는 목화토금수의 오행기운이 고르게 들어감을 의미하죠. 장인의 설명으론 흙마다 성질이 달라서 각각 역할이 다르답니다.

다음 가마를 짓는데 벽돌부터 하나하나 새로 구워서 정성들여 짓습니다. 화면상으로도 정성 들이는 모습이 그냥...ㅠ.ㅠ  크게 암가마 숫가마로 나누어 있는데 이는 음양을 상징하고, 따로 따로 주물한 인뉴와 인면(도장면)을 다시 가마에 넣어서 용접하니 음양이 조화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 합금을 만드는 것도 쇠를 녹여 물에다 떨구니 수화상관하니 음양조화를 이루죠.

사실 인뉴와 인면을 따로 주조하길래 어떻게 붙이나 했는데, 사이에 금판을 놓고 다시 가마에서 불로 굽더군요. O.O 시간을 잘못 맞추면 기껏 만든 도장이 다 녹을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도장은 주조와 용접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어 추가적인 조각이 필요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인면의 글자가 선명하게 나오기 위해 각이 딱딱 잡혀야 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쇳물이 차 들어가야 하는데 주물 기술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군요. 이건 우리 나라에만 남아 있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본 국새도 주물한 다음 인면을 다시 조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왜냐면 일본 전각학회장이 그런 금속 인장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네요. 중국의 경우 진한시대까지는 금속으로 인장을 만들었는데 이후 기술이 실전되고 주로 옥을 깎아서 만들었거든요.

정리하자면 이번에 새로 만든 대한민국 4대 국새는 최고의 전통기술과 예술, 거기에 음양오행의 이치까지 결집된 동서고금에 찾기 힘든 보물이라는 거지요.

국가의 상징물로서 이만한 아름다움과 품격을 갖춘 물건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작자이신 민홍규 선생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그 뜨거운 거푸집을 아기 다루듯 정성스럽게 꺼내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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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010.9.16.

민홍규 국새사기 시민단체까지 동원

... 완전히 속았군요.
당장 이 글을 내려버리고 싶지만 인간의 판단력이 얼마나 흐려질 수 있는가에 대한 증거로, 교훈으로 남겨 놓고자 합니다.
하긴 기자들과 다큐 제작진도 전부 속을 정도였으니 제가 속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저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겠지요.

덧글

  • kicker 2008/03/07 10:19 # 삭제

    그런데 정작 이명박은 청와대에서 봉황무늬표장을 다 없애라고 했으니...

    과연 저 국새가 명박정부에서 '환영' 받을런지는 두고 봐야겠군요.

    만들었으니 쓰긴 하겠지만 말이죠.
  • 함부르거 2008/03/07 11:04 #

    kicker // 2MB가 뭘 알겠습니까? 머리 속에 돈 버는 일 밖에 없는 인간들이니... 그나마 노무현 정권 때 만들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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