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5일
개미 이야기
개미제국의 발견최재천 지음 / 사이언스북스
나의 점수 : ★★★★★
최재천 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은 개미라는 곤충이 얼마나 놀라운 동물인지 알려준다. 내가 굳이 서평을 할 것도 없이 베스트셀러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준 책이다. 이 책은 훌륭한 곤충학 서적이자 사회학 서적이기도 하다.
사실 오늘은 서평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다. 한참 옛날에 읽었던 저 책이 생각난 김에 내가 체험한 세가지 개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야기 1. 개미의 놀라운 적응력
내가 예전에 살던 잠실 주공3단지 아파트는 무척 낡았지만 정감이 있는 동네였다. 아이들 놀 곳도 많았고... 지금은 재개발되서 삐까뻔쩍하기만 하고 겉보기만 그럴싸 한 재미 없는 동네가 되어버렸지만.
암튼 집이 낡아서 개미가 많았다. 그 집에 있던 개미는 애집개미라고 몸길이 2mm정도의 아주 작은 개미다. 이녀석들은 수십~수백마리씩 떼지어 다니면서 집 구석구석 안 나오는 곳이 없었다. 이들의 출몰 지역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다니는 길이 일정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길목 중 하나가 화장실 변기 바로 앞, 변기에 앉으면 딱 눈높이에 위치하는 가스파이프였던 것이다.

<애집개미 - 출처: 동아엔싸이버백과사전>
여러분은 화장실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자, 변기에 앉으면 눈 바로 앞,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이 작은 개미들이 줄지어 지나다니는 것을 매일 보게 된다. 이 녀석들을 가지고 놀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물도 뿌려보고, 길을 지워서 당황하는 꼴을 보기도 하고, 하나 하나 꾹꾹 눌러 잡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에도 질려버린 나는 저 개미제국의 발견에 나온 한 구절을 생각해내었다. 한 구석에 설탕 한 움큼만 놓아 주면 개미들은 거기에만 몰릴 것이라고.
생각난 김에 실행에 옮겨야지. 난 설탕을 가져다 놈들이 다니는 길목에 놓았다. 이 녀석들이 이것만 가져가길 기대하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 너무나도 작은 개미들은 눈 앞의 먹이도 가져가질 못하는 것이었다. 왜냐면 이들의 턱은 너무 작아서 설탕 알갱이 하나도 물어 옮기질 못하는 것이 아닌가. 숱한 일개미들이 몰려와서 낑낑대면서 설탕을 가져가려고 애쓰지만, 설탕을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개미의 수는 너무 적었다. 그러길 하루, 이틀, 사흘... 설탕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였고 개미들도 여전했다. 난 흥미를 잃고 있었다.
1주일 정도 지났을까, 화장실에 앉은 나는 새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일개미들이 설탕더미에 고개를 처박고 꼼짝도 않고 있는 것이었다. 뭘 하는 걸까? 보고 있노라니 그렇게 고개를 처박고 있는 개미들의 배가 점점 검어지고 커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설탕더미는 알갱이 상태에서 반쯤 녹은 젤 비슷한 상태로 변하고 있었다.
아하. 설탕 알갱이를 운반할 수 없자 개미들은 타액으로 설탕을 녹여서 배에 잔뜩 저장한 다음 집으로 가져가서 토해내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난생 처음 보는 설탕더미에 어쩔 줄 몰라하던 개미들은 끝내 운반할 방법을 찾아냈다. 몸길이 2mm 밖에 안되는, 개미들 중 가장 열등한 종류에 속하는 애집개미들은 꿀개미들이 하는 방식을 배운 적이 없을 터인데도 똑같은 먹이 채취 방식을 찾아냈다.
저 작은 생물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새로운 먹이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저들이 결코 열등한 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뇌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곤충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인간 이상이었다. 한편으로 감탄을, 한편으론 치를 떨었다. 이놈들은 절대 퇴치할 수 없겠구나.
이야기 2. 개미가 사람을 무는 이유
저 애집개미라는 놈들은 아기를 물어서 울리기도 하는 웃기지도 않는 놈들이다. 왜 사람을 물까? 나는 저놈들이 사람을 무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좀 더럽다. 더러운 거 싫어하는 분들은 걍 스킵하시길.
손가락으로 때를 밀어본 적은 아마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를 그냥 버리는 게 아니고 돌돌 뭉쳐서 때 덩어리를 만들어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없다고? 가정교육 잘 받으셨구려. 깨끗하게 잘 사세요. 투덜투덜. -_-;;; 암튼 난 그 때 덩어리를 안버리고 책상 한 구석에 놓았다. 계속 뭉쳐서 크게 만들어 보려고. -_-;;; (중학생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예요. ㅠ.ㅠ)
때 덩어리가 비비탄만한 크기가 되었던 어느날, 난 보고 만 것이다. 개미들이 때 덩어리에 몰려 있는 모습을!!!! 놈들은 그 덩어리에 몰려가 열심히 조각을 뜯어내 운반하고 있었다. -_-;;;;;
그래... 때는 무엇일까? 사람의 피부 각질층이다. 피부 각질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영양소다. 놈들은 고기 (-_-;;;;)를 만난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애집개미들이 사람을 무는지. 이놈들은 아주 작지만 사람의 피부를 깨물어서 그 각질을 떼어내 먹을 수 있다. 치가 떨리지 않나? ㅠ.ㅠ
이야기 3. 개미의 전쟁
초등학생 시절, 난 개미의 전쟁을 본 적이 있다. 고작 개미가 전쟁을 하는 게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번 본다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고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스팔트 도로에는 배수로 겸 도로 구분선으로 40~50cm 정도 폭의 하얀 공간이 있다. 내가 본 개미들의 전쟁은 그 하얀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붉은 시체의 카펫이었다. 그 때 카메라가 없어서 찍어두지 못한 게 지금도 안타깝다. 그 참상은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위 그림은 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상황도다. 그림의 조잡함은 촘 참아주시길. 정말 뻥하나 안치고 저 정도의 공간이 개미의 시체와 싸우고 있는 개미들로 가득했다.
가까이에서 관찰한 개미 전쟁은 참혹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다리 하나 잘려나가지 않은 개미가 드물었고, 목이 잘려서 머리만 남았는데도 적을 계속 물고 있는 개미, 여러 마리에게 물어 뜯겨서 산산토막이 난 개미, 한참 적의 머리를 물어뜯고 있는 개미, 머리통이 날아갔는데 몸통은 계속 움직이는 개미, 머리가 반쪽으로 쪼개져서 죽은 개미, 아래 배가 없어졌는데도 계속 움직이면서 적을 찾고 있는 개미 등등... 인간의 전쟁이었다면 훈장을 몇 개씩 받을 만한 전사가 천만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동료인지 적인지 알수 없는 시체의 산 위에 서서 시체를 만들며 시체를 토막내고 있었다.
어느 쪽이 이겼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어린 마음에 신기해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그들의 전쟁을 관찰했다. 그리고 25년도 넘게 지난 지금도 그 광경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생생하게 느낀 전장의 실상이리라.
전쟁은 끔찍하다. 설령 그것이 개미의 전쟁일지라도.
# by | 2008/11/15 01:01 | 책 冊 Book Buch 本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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