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있는 청춘 느와르 - 전선 스파이크 힐즈 by 함부르거

전선 스파이크 힐즈 1
하라다 무네노리 글, 이다 히로토 그림 / 서울문화사(만화)
나의 점수 : ★★★★





느와르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정의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느와르의 요소로 악당, 범죄, 섹스를 꼽겠습니다. 세가지가 적당히 버무러져야 훌륭한 느와르가 되는 거죠. 주인공이 악당이고 범죄를 저지르며 섹스까지 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느와르의 요건을 만족한다 하겠습니다.

전선(戰線) 스파이크 힐즈의 주인공은 소매치기입니다. 악당이죠. 거기에 동료랑 짜고 더한 범죄까지 저지릅니다. 그것도 야쿠자 상대로요. 뿐만인 줄 아십니까? 1권에서 벌써 동정을 떼요. 마약까지 합니다. 마이클 콜레오네 대부님도 감탄할 만한 놈입니다. 주인공이 한 건 아니지만 살인도 나오죠. 이 작품은 분명 느와르 맞습니다.

헌데 말이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학생이기도 합니다. 시험 성적때문에 어머니한테 들들 볶이고 여자친구 만나는 데도 용기를 쥐어 짜내야 합니다. 위에서 악당짓 하는 거와 비교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순진한 녀석입니다. 이러던 아이가 연애도 하고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어른의 가르침을 받기도 하면서 몰라보게 성장합니다. 만화 끝날 때 쯤에는 이녀석 어른이 다 되었어요. 이런 장르를 우리는 청춘물, 성장물이라고 하죠.

말하자면 이 '전선 스파이크 힐즈'는 청춘 느와르물입니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리지면서 속도감 있는 전개가 합쳐졌습니다. 한번 손에 들면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만화가 되었습니다. 숨막히는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사건묘사,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정통파란 이런 것이라고 웅변하는 듯 합니다.

저는 표지가 예뻐보인데다 하라다 무네노리라는 원작자 이름이 좀 친숙해 보여서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7권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다른 만화책들 먼저 읽으면서 막 졸고 있었는데 이 책 보면서 잠이 싹 달아났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잊고 볼 정도였습니다. 위에 별 4개 줬습니다만 솔직히 별 다섯개 주고 싶은데 원작소설이 있어서 줄인 겁니다.

우리 나라에서 1권이 2007년 3월, 마지막 7권이 작년 2월에 발매되었는데 제가 어째서 이런 작품을 그동안 놓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원작 헤이세이 톰소여는 국내 번역도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영화나 드라마화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디오 드라마만 있군요.

내용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위에 설명만으로도 어떤 작품인지는 충분히 감 잡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라인 같은 것은 검색하면 다 찾아보실 수 있으니까요.

다만 1권에서부터 주인공이 동정 떼고 시작하는 거에는 좀 벙쪘달까요. 뭐 여자를 가지고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은 느와르물의 정통적인 수법이긴 한데, 이게 정말 달달해서 말예요. 보통 이런 이야기라면 좀 더 어두워져야 할텐데 전혀 어둡지가 않아요. 여주인공 키쿠치가 너무 데레데레해서 당황스러울 정도란 말입니다. 느와르이면서도 전혀 어둡지 않은 분위기는 이 작품의 또다른 매력이기도 합니다.

저라면 완전소중 키쿠치를 외치겠습니다만 여주인공이 처녀 아니라고 책을 찢거나 하는 요즘 오타쿠들은 감당 못할 캐릭터겠죠.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건가. 주인공은 고등학생인데 내용 자체는 성인들에게 더 어필하는 작품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여름날 밤에 더위를 잊게 해줄만한 느와르물로 이 만화를 추천합니다. 그림도 잘 그렸지만 무엇보다 스토리라인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아까 말한 그런 오타쿠가 아니라면 읽어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ps. 덧글로 알았는데 원작소설도 번역되어 나왔군요. 톰소여 비행클럽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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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게 그려져 있다. 다분히 공이 들어간 그림과 세세한 설정은 읽는 재미가 있다. 우리 인류도 언젠가는 이렇게 새로운 인류에게 밀려 사라져 가겠지... 그래스호퍼는 전선스파이크힐즈를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 내용도 안보고 집어들었다. 역시 기대를 100% 충족시켜 주는 훌륭한 느와르다. 특이한 능력을 가진 킬러들이 나오지만 어딘가 현실에 ... more

덧글

  • 알라니 2009/07/27 17:37 # 삭제

    어, 이 만화의 원작소설이 얼마 전 한국에서도 나왔어요. 인터넷서점 가셔서 '톰소여 비행 클럽'을 검색해보시면 상세 정보를 보실 수 있답니다. 원제목은 '헤이세이 톰소여'인데, 한국판이라 그렇게 새로 지은 모양이네요. 저도 만화 먼저 보고 이번에 소설을 사봤는데, 만화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원작소설 강추!
  • 함부르거 2009/07/28 01:43 #

    오 그렇군요.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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