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S 12권 by 함부르거


파이브 스타 스토리 The Five Star Stories 12
나가노 마모루 지음 / 서울문화사(만화)
나의 점수 : ★★★





자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 이놈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이하 FSS)란 놈과 저의 인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접한 지 정확하게 20년째이군요. 때는 1989년, 중학교 2학년의 여름이었죠. 그 때는 우리 나라에 일본 만화 해적판의 열품이 몰아치던 시절입니다. 제 나이 또래 사람이면 누구나 기억할 거예요. 손바닥만한 500원짜리 '드래곤의 비밀' 단행본을 말이죠. 그 외에 시티헌터라던가... 오랜 세월 나왔던 일본 만화의 걸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던 시절이죠. 만화 감상자들에게 있어서는 행복하기 그지 없던 시절이네요. FSS는 일본에선 1987년에 1권이 나왔으니 당시로선 최신의 일본만화가 들어온 겁니다. 뭐 일본에서 연재되자마자 번역되서 인터넷에 올려지는 요즘 생각하지 마세요. 그 때 인터넷이 있었어요 뭐가 있었어요.

그 시절 저는 엄청나게 책을 읽었어요. 하루 종일 서점에서 책을 서서 읽는 게 버릇이 되서 서점 직원들이 제 얼굴을 외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립군요. 롯데월드 세종문고. 그 때 저는 어떤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내 두뇌로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 따위는 없다' 자신감이었죠. 그야말로 중2의 나이에 딱 맞는 중2병이었습니다. 특히 만화는 상당히 저평가를 하고 있었어요. 소설 등에 비해서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니 그냥 빌려서 보고 내던지면 그만이다 라는 게 저의 만화에 대한 평가였죠.

그 생각을 여지없이 처부순게 이 FSS였습니다. 처음 본 게 한양쇼핑센터 - 잠실에 오래 사신 분들이라면 기억 날지도. 그 터가 지금은 갤러리아 팰리스가 되어 있죠. - 에서였는데, 다른 만화책과는 달리 랩도 안씌워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읽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해가 안되는 거예요!!! 한 번 봐서 이해가 안되는 만화라니!!! 뭐랄까 그 때 오기가 생겼습니다. 몇번을 봐도 잘 모르겠어서 결국엔 샀습니다.  집에다 들여 놓고 연구(?)를 거듭하고서야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었지요. 

FSS는 제 돈 주고 산 최초의 만화책입니다. 만화에 대한 제 관념을 바꿔 놓은 위대한 책입니다. 뭐 그 책이 사실은 해적판이었다던가, 덕택에 정판 사모으느라 이중으로 돈이 들어갔다던가, 그 때 나온 Full for the City도 갖고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여담이지만요. 

각설하고, 12권의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일단 스토리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11권이 나온 게 5년 전이네요. 덕택에 캐릭터를 다 까먹어서 본가에 모셔둔 전권들을 다시 끄집에 내야 합니다만, 이해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인이 박혀서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연구(?) 덕택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니면 작가가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옛날처럼 불친절한 작가인 것은 여전하지만 알 수 없는 소리만 지껄이는 버릇은 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전 만화 속에서 작가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큐키(...)라고 생각하니 말이죠.

그 외의 내용은 책 보면 아실테니 더 말은 안하겠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웹에서도 스토리가 잔뜩 돌기도 했지요. 그래도 욘 바인첼이 파르쉐트를 받아들이는 장면은 좀 많이 찡하네요. 과정은 사기에 가깝지만 뭐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10년도 전에(리얼 타임으로 말예요.) 주인 잃고 떠돌면서 차마 필설로 못할 온갖 고생하던 아이가 이제야 안정을 찾았으니 말이예요. 비유하자면 부모 잃고 소식 끊어지고, 알고 보니 못할 일 하던 친척 누이가 좋은 남편 만난 것을 본 기분이랄까. ㅠ.ㅠ 아... 욘 바인첼-파르쉐트 파트너는 이미 1~3권에서부터 파트너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스포일러 아님. 설정을 찾아보세요! ^^

그림... 나가노 마모루가 그림 잘 그리는 작가는 아닙니다. 인체비례는 과장되어 있고 가끔 사람의 표정이나 동작이 이상하게 찌그러져 있기도 하죠.  뭐 읽는 동안엔 인쇄가 잘못된 거라고 뇌내보완을 합니다. 이게 빠의 자세가 아니고 무엇이랴. -_-;;; 그럼에도 말입니다. 이놈의 망할 작가가 탁월한 디자이너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겁니다. 모터헤드로 대변되는 메카닉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지요. 자동차나 바이크 같은 것도 초현실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이 녹아 있습니다. 의상! 이 사람은 자기가 디자인한 옷들로 패션쇼를 열어도 되요. 받쳐줄 모델이 있다면 말이지만. 표지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죠. 제가 1권을 사게 된 것도 표지가 결정타였죠. 초현실주의 회화라고 해도 되는 이 표지는 FSS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암튼 이런 저런 디자인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게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살 수 밖에 없개 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쌓아놓고 천천히 찾아봐야 하니...

번역 이야기를 좀 해보죠. 역자가 바뀌었습니다. 전권까지의 역자가 번역은 훌륭했습니다만 불미스런 사건 때문에 바뀌게 된 것은 어쩔수 없긴 합니다. 모르시겠는 분들은 검색창에 '춍조제' 찾아보시구요. -_-;;; 이번 역자분은 무난하게 번역하시긴 했습니다. 그렇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지요. 하지만 나가노 마모루의 그 정신나간 센스가 적절하게 번역되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너무 얌전해서 맛이 떨어져요. 특히 세이레이라든가 세이레이라든가. 이런 면에서는 예전 역자가 나았죠. 거기에 세부적인 부분에서 약간씩 오역이 눈에 띄네요. 182페이지 '종기사'는 '시종기사'쪽이 좀더 부드러운 번역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 외에도 좀 있습니다. 오탈자도 몇군데 있네요. 그런데 다시 찾기 귀찮... -_-;;;;

이 작품은 확실히 번역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일본인들도 이해하기 힘든 일본어가 많이 나오는데다, 엄청난 대사량에 온갖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 기계 설명에 오디오 용어가 등장하는 판이니 - 방대한 설정이 복잡하게 꼬여 있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좀더 노력해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빠가 아니면 제대로 번역하기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 게 12권 번역이 아닌가 합니다. 

인쇄와 장정... 항상 모든 FSS 국내판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인쇄질이 아쉬워요. 이놈의 작가가 원체 선이 가늘고 많고 톤을 많이 쓰고 세밀하게 그리기 때문에 콘트라스트가 엄청 높아요. 그런데 그걸 인쇄해 놓은 것을 보면 너무 어둡게 나온단 말이죠. 일본판을 보면 세세하게 잘 나오는 선들이 국내판에서는 그냥 꺼멓게 뭉게져서 나온단 말이죠. 종이질이나 인쇄기가 일본보다 결코 나쁜 게 아닌데 이렇게 그림이 뭉게진다는 것은 뭘 말하는 걸까요? 우리 나라 출판문화가 일본보다 뒤쳐진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뭐 그래도 인쇄는 옛날판들보단 나아졌네요. 컬러페이지도 잘 들어갔고. 앞으로 보다 노력해 주시길.

이러니 저러니 해도 12권 번역해서 출판해 주신 것만 해도 고맙네요. 이 망할 작가놈이 먼저 죽나 내가 먼저 죽나 알 수는 없지만 내 생전에 완결날 가망이 없어 보이는 - 한마디로 답이 없는 - 작품이 꾸준히 번역되서 나오는 게 어딥니까. 다음 권은 또 언제 나올 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때까지 또 기다려야죠... 에휴...

ps. 챠아가 메이드 알바한 집이 어딘가 설거지하다 깨달았습니다. 바로 B... (끌려간다.)

렛츠리뷰

덧글

  • solitaire 2009/09/20 17:28 #

    챠아가 알바한 집 ㅎㅎㅎ 콧수염 집사아저씨가 낯익어서 '얼래?' 했다가 중간에 뷰라드가 하는 얘길 듣고 아(!)했죠. 사실 챠아가 A의 동생이라는 것도 중간에 나오는 뻗친머리를 유심히 봤으면 알았을텐데, 전 나중에 검색질하다 보고 알았지 뭐예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함부르거 2009/09/20 20:26 #

    즐겁게 읽으신 듯 해서 감사합니다. ^^
  • ㅎㅎ 2009/10/18 22:22 # 삭제

    전 두번째 볼 때 알았음. 이틀만에 터득 ㅋ
  • jironia 2009/11/11 01:41 # 삭제

    인쇄 질을 말씀하셔서 말인데....

    사실 우리나라 인쇄기가 상당히 구형인데다, 가는 선은 잘 안나옵니다.
    게다가 싸구려 중질만화지(종이 이름입니다.)에 찍으니 더더욱 가는선은 뭉개져버리지요.

    종이를 좀 좋은 걸 쓰면 되는데, 판매가를 더 높게 잡으면 살 사람도 안살테니.....

    나름 출판사의 딜레마가 있지요.

    아.. 제 직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인쇄쪽을 쬐금 알아서 참견 한번 했습니다.
  • 함부르거 2009/11/11 02:25 #

    하긴 돈 들이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 일본 쪽도 문고본은 인쇄질이 안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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