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에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

이런저런 뉴스 몇 개: 슈타인호프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트랙백한 글에서 8번 기사를 보고 관련된 일화를 몇 개 적어보죠.

금이라는 금속은 사용하는 곳도 많고 그 가치가 예나 지금이나 무척 높습니다. 그런데 이 금의 주요한 특성 중에는 잘 부스러진다는 게 있습니다. 순금에 가까울 수록 잘 부스러지고 마모가 잘 되지요. 장신구로 순금보다는 18K나 14K 같은 구리 합금을 많이 쓰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다음과 같은 일화들이 있습니다.

- 19세기까지 서양에서는 금화를 직접 사용했습니다. 이 시절 은행에서는 금화를 다루는 창구가 따로 있었고, 두껍고 단단한 특별한 금화 전용 테이블에서 정해진 직원만 금화를 취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금화를 다루는 직원이 언제부터인가 테이블보를 가져와서 테이블에 깔고는 매주 테이블보를 집으로 가져가서 바꿔 오더랍니다. 상사는 성실한 직원이라고 기뻐했지만 의심을 품은 사람이 있었죠. 어느 주말, 그 직원을 몰래 따라가서 봤더니 그 테이블보를 프라이팬으로 달달 굽고 있더라는 이야기.

- 금 제련소 옆에 몇십년 된 낡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 교회 지붕을 거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얼씨구나 팔아치우려던 목사가 의심이 들어서 봤더니 교회 지붕에서 금이 잔뜩 나오더랍니다. 제련소의 굴뚝 연기 속에 금가루가 섞여 있었고, 교회 지붕에 수십년 동안 쌓여 왔던 것이지요.

- 아직 금속제련에 대한 지식이 적었던 시절, 구리를 제련하고 나면 많은 찌꺼기 - 슬러그라고 합니다. - 가 나왔습니다. 제련소에서는 이 슬러그를 공장 한쪽 구석에 쌓아두고 있었는데요. 이 찌꺼기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슬러그에는 금이 많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죠. 요즘은 구리 제련과정에서 금을 다 뽑아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요.

-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금 세공업을 하는 집 아들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주머니에 현금이 가득했답니다. 아버지가 용돈을 많이 줘서 그런 건 아니었다지요. 별다른 벌이도 없던 친구가 어떻게 그랬냐 하니... 그 친구는 아버지 일을 돕곤 했답니다. 골드 바 같은 것을 만들 때는 금을 도가니에 녹여서 거푸집에 붓는데요. 그렇게 금물(?)을 붓기 전에 거푸집 안에 물을 몇 방울 묻혀 두곤 했답니다. 그럼 치익~하고 금가루가 튀어나오는 걸 살짝살짝 모아서 그렇게 쓰고 다녔다는 이야기.

위에 세 에피소드는 어느 책인가에서 읽은 내용이고 마지막은 중학교 때 기술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금세공집 아버지는 아들이 그러는 걸 알고도 눈감아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by 함부르거 | 2009/09/30 23:14 | 역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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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케르나르 at 2009/10/01 01:14
십수년 전인가 TV에서 금세공하는 작업장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작업을 마치고나면 매일 좋은 볏짚빗자루로 바닥을 한번 쓸더군요... 거기에도 금이 들어 있어서 모이면 꽤 된다는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09/10/01 02:38
금 관련 일을 하는 곳은 모두 그러더라구요. 조그만 부스러기 하나도 돈이 되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천하귀남 at 2009/10/01 07:59
비슷한 경우인데 인도 금세공공방의 청소를 전담하는 카스트가 있다고 하더군요. 헌데 청소한걸 모아서 태우면 한번에 3만원 어치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과거와 달리 요즘 세공기술 하에서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을듯 합니다. ^^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09/10/01 16:13
트랙백에 언급된 청소부는 아주 카스트가 있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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