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국군이 남미에서 대활약?!?!?!?!?!? by 함부르거

태평군 잔여부대의 남미 전투기

평소에 자주 보는 중은우시님의 중국, 북경, 장안가에서 블로그에서 발견한 번역문 하나인데 너무 그럴싸해서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가? 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본문을 쓰기 전에 일단 오해를 막기 위해 말하자면, 트랙백한 블로그는 주로 중국의 각종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번역해서 게재하는 블로그입니다. 따라서 주로 중국인들만의 시각으로 쓰여진 글이 많지만 블로그 주인장님의 의견은 아니니까 이런 글에 주인장님을 비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트랙백한 원문의 요지는 태평천국군의 잔당이 남미로 가서 칠레와 페루-볼리비아간 전쟁인 태평양전쟁(남미)에서 큰 활약을 했다는 겁니다.

사실 태평천국군의 잔당이 남미에 갔을 수도 있었겠다는 싶습니다. 태평군 잔당 중에 홍콩 등을 통해서 외국으로 간 사람들도 있기는 있거든요. 1866년이나 1879년에 남미에 전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이 글은 이런 몇 가지 사실을 혼합해서 억측과 과장으로 양념해서는 결론은 중국인 만세로 나오는 전형적인 중국식 뻥튀기 글입니다.

1866-1868 년에 분명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건 스페인과 칠레, 페루 등 남미국가들이 맞붙은 전쟁인 친차군도 전쟁(또는초석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구아노(초석)자원이 풍부한 친차군도를 점령하려는 스페인에 대항해 칠레와 페루가 연합해서 싸운 전쟁입니다. 
이때만 해도 칠레와 페루 사이는 연합해서 스페인에 대항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 때 중국인 광산노동자들이 군대를 조직해서 페루인들을 죽이고 칠레 측에 붙었다는 기술은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지요.

그리고 페루-볼리비아 연합과 칠레가 싸운 전쟁은 war of pacific(2차대전과 헷갈리니까 그냥 영문명으로 적습니다.) 이라고 불리는데 1879~1884년 사이에 있었습니다. 본문의 와르파라이소 협정은 발파라이소(Valparaíso) 조약이구요. 이 전쟁은 아타카마 사막의 초석자원을 놓고 칠레와 페루-볼리비아 연합이 싸운 전쟁입니다. 이 전쟁만 해도 기관총과 대포가 대거 투입된 근대 전쟁입니다. 과연 이 전쟁에서 태평군이 대도를 들고 인디오 용병(...)에 돌진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을까요?

진실은 이렇습니다. 이키케 지역에서 페루 광산회사들에게 혹사당하던 중국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가 1879년 칠레 군에 점령되었죠. 광산에서 혹사당하느니 전쟁에 나가는 게 좋았는지 약 2000명 가량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칠레 군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수송, 지뢰제거, 부상자 후송 등의 후방임무에 투입되었습니다. (참고

원 글에서 묘사된 태평군의 참전은 1866년 전쟁에는 정치적 이유로 불가능하고, 1879년 전쟁에서는 기술적 이유로 불가능합니다. 태평군이 망하고 17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 조직이 남아 있기는 커녕 나이 들고 병들어서 힘들었을 게 확실합니다. 참전한 중국인 노동자 중에 태평군이나 그 후예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일이지 확인된 것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원문은 1879~1884년의 일을 1866~68년으로 연대를 속이고, 이키케에 중국계가 많고 전쟁에 참여한 바가 있다는 사실을 짜맞춰서, 전혀 엉뚱한 결론, 즉 '태평군이 남미에서 대활약했다.'를 만들어 낸 소설입니다. -_-;;;

아 이딴 소설에 혹해서 2시간 동안 웹을 뒤지고 다니다니...ㅠ.ㅠ 중국인들의 역사 기술은 이래서 항상 조심해야 한다니깐요. -_-;;;

덧글

  • 루치까 2011/01/17 00:59 #

    아, 그래도 추론 자체는 흥미있네요. 잘 다듬으면 대체역사소설 시나리오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함부르거 2011/01/17 10:39 #

    그렇죠? 원문 보시면 알겠지만 꽤나 재밌습니다. 근데 소설이면 소설이라고 해야지 진짜 역사처럼 써 놓았으니...
  • 론디 2011/01/17 15:37 # 삭제

    역시 뻥타는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죠.
    처음에 이러했으면 어떨까하는 if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데 허허허
  • 윤현철 2011/01/18 17:47 # 삭제

    원문에서 트랙백타고 들어왔습니다.

    태평천국의 난때 3만명이나 남미로 갈수있었다는 글에 갸우뚱 했었는데, 역시 소설이었군요.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루드라 2011/01/21 00:28 #

    역시 원문에서 트랙백 타고 들어왔습니다.

    태평천국은 그동안 연구가 엄청나게 쌓였기 때문에 외국에서 어떤 흔적 정도만 보였어도 연구가 됐을 건데 싶어서 원문을 보며 아무래도 중국애들이 지어낸 뻥인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함부르거님은 직접 찾아보기까지 하셨군요. 덕분에 확실히 소설인 걸 확인하게 되었네요. ^^

    중은우시님 블로그는 이런 글조차 여과없이 그대로 올려 주시기 때문에 그 가치가 훨씬 높아지는 거 같습니다. 중국인의 시각 뿐만이 아니라 습관이나 버릇 같은 거까지 단편적이나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서요.
  • 함부르거 2011/01/21 23:26 #

    진짜 조금이라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면 저 영미권 밀덕(...)들이 연구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증은우시님 블로그는 중국인들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1차 자료를 쉽게 접하는 것은 귀중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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