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by 함부르거

코쿠리코 언덕에서
나가사와 마사미,오카다 준이치,타케시타 케이코 / 미야자키 고로
나의 점수 : ★★★★













아저씨의, 아저씨에 의한, 아저씨를 위한 영화?

전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1시간 반 내내 만면에 가득 아빠미소 지으며 봤어요. 왜냐면 나도 이제 아저씨니까. (웃음) 제대로 레트로한 분위기 살려주는 영화에 무지 약한 것도 있습니다만. 자꾸 이젠 그렇게 젊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서 눈꼽만치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ㅎㅎㅎ

이 영화가 일본에서 성공하고 있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가뜩이나 팍팍해진 세상인데 작년 올해는 특히나 힘든 일이 많았죠. 아저씨들 피곤해서 골아픈 거 싫은데 60년대 좋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알콩달콩 풋풋한 러브스토리라니 아저씨들 하트에 직격입니다. 덕분에 저도 치유되는 느낌 만끽했습니다.

이 영화를 실사로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절대로 비슷한 느낌조차 안 날 거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왜냐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영상은 기억 속의 과거가 이상화되어 표현되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세트를 잘 지어 놓고 소품을 잘 배치하고 캐스팅을 잘해도 인간의 머리 속에서 직접 끄집어 내서 그려내는 것보다 아름다울 순 없습니다. 더군다나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의상을 잘 고증하고 연기를 잘해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시대에 현실로 존재하는 한 과거에 완전히 녹아들 수는 없죠. 차라리 아무도 경험한 적 없는 중세나 고대라면 모를까요.

다른 건 몰라도 우미를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은 완벽한 '지브리표 여인'들을 보여줬습니다. 강하고 아름답고 선량하죠. 캐릭터메이킹 만큼은 좋았습니다. '지브리표' 배경과 소품들은 두말하면 입아프고요. 

이제 칭찬할 만한 건 다 칭찬했으니 이젠 좀 까 볼까요?(웃음)

가장 문제되는 건 이 영화가 좋았던 과거에 대한 회상 외의 메시지가 없다는 겁니다. 있어도 거기에 다 묻혀버렸던지요. 저같은 아저씨(크흑)들한테는 먹힐 지 몰라도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기엔 역부족이 아닐까요. 한국 일본이야 미야자키 선생 팬층이 워낙 두꺼우니 당분간은 추억팔이만 해도 먹고 살 만은 할겁니다. 그 다음은? 지브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안할 수가 없죠. 

지브리라고 해도 모노노케히메나 센치카미 같은 걸작들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걸 기대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죠. '지브리 영화는 이런 거다.'고 관객들이 제멋대로 정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저냥 좋은 영화만 계속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지브리의 후계자들이 하루 빨리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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