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16일
돈과 두뇌의 등가교환 법칙
이전에 학교에 다닐 때는 대부분의 회사 엔지니어들을 "돈으로 밀어버리는 무식쟁이들"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조금만 머리를 써서 알고리즘이나 프로세스를 만들어 넣으면 큰 비용 증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네트워크 대역폭을 넓히고 머신 파워를 늘리고 새로 인력을 채용해서 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서 전산쟁이 일을 하는 입장이 되면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리해야 할 일은 쌓이고 쌓였는데 문제는 당장 해결하라고 난리다. 차분하게 앉아서 고민을 하고 연구를 해보고 싶어도 윗사람은 당장 내일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한다. 결국 엔지니어가 내놓는 해결책은 가장 빠르고 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돈을 더 쓰세요."
결코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돌대가리라서 이런 해결책을 쓰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진짜로 지능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엔지니어에게 그 문제를 연구할 시간을 주던가, 아니면 외부의 솔루션을 사오는 방법이다. 이 두가지 방법은 학생들이 보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전자는 머리를 쓰는 "스마트한" 방법이고 후자는 능력이 없어서 돈으로 때워 보이는 것이다. 전자는 구글이나 IBM이 되겠고, 후자는 거리에 허다한 그저 그런 회사 되겠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보면 둘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둘 다 비용을 소모한다. 물론 기업문화와 지식자산의 축적이라는 측면까지 생각한다면 전자가 훨씬 낫겠지만(그래서 초일류 기업들은 많은 R&D 비용을 소모한다.), 문제의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자체 엔지니어에게 시간을 줘서 연구를 시킨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 사람의 일당) x (소모된 날짜) 만큼의 비용을 소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솔루션을 사오는 것과 차이가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등가법칙이 성립한다.
(지능적 솔루션) = (개발비용) = (인건비) + (기타 투자비용) = (솔루션 가격)
여기서 TCO와 마진율을 더하고 빼면 다음과 같이 된다.
(지능적 솔루션) = (개발비용) + (유지비용) = (인건비) + (기타 투자비용) = (솔루션 가격) + (마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렇게 모든 것이 돈으로 계산된다. 저 위대한 튜링과 섀넌, 크누스 선생들의 위업도 전부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참으로 서글프기만 하다. 하나 공학이라는 것은 결국 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비용 문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회사 다니는 사람은 경영 마인드가 없으면 일하기가 힘들다. 특히 엔지니어들은 더욱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학교 다닐 때 들었으면 경영학 수업 청강이라도 했을 듯 싶다.
# by | 2006/05/16 10:36 | 직장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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