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업무를 측정할 것인가? by 함부르거

위에서 조직개편안을 만든다면서 현재 업무양을 측정한 기준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생산한 문서 양
 2. 초과근무시간

둘 다 문제가 있는 게, 문서의 양은 단순한 신청서나 민원을 처리하는 일이 가장 많은 부서가 가장 많고, 초과근무시간은 다들 알다시피 그게 실제 일한 시간인지 그냥 논 시간인지 알기가 어렵죠. 

문서는 일의 복잡도에 따라 양이 달라지기 쉽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며칠에 걸쳐서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 단순히 도장만 찍어주는 일 하는 사람보다 문서가 적다고 낮게 평가받을 수 있죠.

초과근무시간은 뭐... 그냥 앉아만 있거나, 휴일에 나와서 시간만 찍고 밖에서 운동하고 들어와도(...) 얼마든지 늘릴 수 있죠. 그렇게까지 비양심적인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만.

일의 중요도나 복잡성, 업무의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저런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우리 나라 대부분의 공조직이(사기업도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만) 저 두가지 외엔 직원의 업무를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KPI나 BSC 같이 영미권에서 만든 가치중심 평가기준은 우리 나라에 들어오면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듯이 실무와 무관한 보여주기식 지표로 변하게 되지요. 더군다나 기업의 성과측정 방법은 공공기관에는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가치 기준이 다른데 무리한 기업식 평가는 공조직에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객관적인 기준은 초과근무시간이나 문서 수 같이 수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기준은 직원들의 보여주기식 근무 밖에 조장하지 않습니다.

기업 같으면 벌어들인 돈(...)이란 확실한 기준이 있지만 이것도 그닥 좋은 기준은 아닙니다. 저는 매출 올리는 데만 급급하다 부정을 저질러서 조직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꼴을 봤던 사람입니다. -_-;;;;

공조직에서도 BSC로 평가기준을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인사에는 반영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왜냐면 BSC는 100% 달성이 기본이니까 차별성이 없어요. 직무 당사자들이 작성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서 등급을 정하지만 누구나 100%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정확한 성과 평가는 되기 어렵습니다. 원래 취지대로라면 도전적인 과제를 설정하고 90% 달성한 사람이 쉬운 과제를 설정하고 100% 채운 사람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지요. 승진 같은 인사 문제에는 이런 성과지표보다는 윗선들의 개인적인 인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솔직한 감상입니다.

누가 조직의 목표에 더 많이 기여하는가를 평가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목표'보다는 '조직'에 방점이 찍히는 경우가 많으니 골치아픈 일입니다. 조그만 조직일 수록 이런 게 더하구요. 사조직까진 아니더라도 직렬 같이 줄을 타는 문제까지 들어가면 답이 없습니다. 평가를 하는 간부들이 실무적인 부분까지 잘 파악하고 있다면 좀 더 세밀한 평가가 가능하겠습니다만 뺑뺑이 돌리는 우리 나라 문화에서는 머나먼 이야기지요.

암튼 천천히 생각하고 공부를 많이 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인간사는 정답이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자꾸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네요.

덧글

  • 2071 2013/08/28 08:26 # 삭제

    사실 사 조직도 그다지 효과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한다는 분석이 많죠. 결국 윗사람들이 합의한 "ㅇㅇ가 참 잘해"만한 평은 아직은 없는 셈..
  • 함부르거 2013/08/28 11:03 #

    사기업에서도 업무와 평가기준은 따로 노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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