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양반 by 함부르거

회사에 일의 경중을 구분할 줄 모르고 떨어지는 일마다 이거 따지고 저거 따지느라 사소한 일도 한참을 붙들고 늘어지는 선배가 있습니다. 중요한 일엔 시간을 들이고 그렇지 않은 일은 기계적으로 팍팍 처리해야 하는데 소소한 일에 매달려서 시간 들이다 상사의 지시사항도 늦어지고 하는 양반이죠. 일 많다고 징징대는데 실제 보면 중기 하나 일일업무 하나 두가지 업무 밖에 없어요. 장기 업무가 3개에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열 몇 개씩 떨어지는 제 입장에서 보면 참 한심해 보입니다. 

또 이 양반 하는 걸 보면 일이 끝나고 맺어지는 게 없어요. 다 진행중이예요. 그렇다고 윗사람들에게 자기 어필도 못해요. 업무보고 할 때마다 보면 뭐뭐 진행중 해서 한두줄로 끝. 이러니 자기 상태가 어떻든 남들이 보기엔 일을 안하는 걸로 보이죠. 그러면서 어줍잖게 자기 일 떠넘기려다 후배한테 욕이나 먹고. 

나이나 경력으로 보면 진작에 승진을 했어야 하는 양반인데 요즘 겪어보면서 승진 못한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오히려 지금 직급에 있는 것도 많이 봐준다는 느낌? 사람도 부족한데 버릴 수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는 거죠. 예전엔 우리 부서가 일이 적은 부서이기도 했구요. 요즘엔 죽어나지만. -_-;;;;

일마다 잘못될 가능성을 고려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심사숙고해서 처리한다는 태도는 좋은 태도입니다만 그것도 경중에 따라서입니다. 이 닦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한시간씩 닦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사소한 데서부터 일이 틀어져서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런 일들은 드문 일이고, 어찌 보면 다 운이예요.

인간이 모든 일에 관심과 정력을 기울일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삶의 목표, 지향을 중심으로 잡고 가닥을 쳐 나가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쳐 나간 가지가 이마를 때릴 수는 있지만 그게 무서워서 중심을 잃는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오늘도 반면교사 한분 모시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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