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by 함부르거

솔직히 이야기하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냥 멍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랬다. 그냥 멍하더라.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울었다. 불효고 뭐고 그 깝깝하던 양반이 떠난 자리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만델라는 좀 많이 짧다. 어제(12.06) KBS에서 잽싸게(...) 해 준 다큐를 보면서 울었다. 아무리 그래도 친아버지 돌아가신 것보다야는 그렇지. 그래도 아버지 돌아가신 느낌이 팍 든다.

어떻게 그렇게 환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을까. 자신을 27년 동안이나 감옥에 가뒀던 사람들을 눈 앞에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평생에 꿈꾸던 민주국가를 눈 앞에 두고 어깃장을 놓던 정적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미소지을 수 있었을까. 자기 동포들을 학살하던 사람들을 앞에 두고 어떻게 화해와 평화를 외칠 수 있었을까. 나 같은 소인배는 도무지 그 경계를 측량할 수 없다. 나이 들 수록 세상 일은 이치로만 측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의 감정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 마음의 경계를 어떻게 측량할까. 

20세기의 마지막 거인이 세상을 떠났다. 딱 그 생각이 든다. 남은 사람은 누구일까? 카스트로? 쿠바 혁명을 성공시키고 나서 그에게 뭔가 있었나? 혁명 이후의 뒤처리에 허덕거리는 불쌍한 지도자일 뿐 아닌가. 미테랑, 등소평, 김수환... 내가 알던 거인들은 이미 다 세상을 떠났다. 누가 그 자리를 메꿀 수 있을까? 거인의 시대는 비로소 끝났다.

그냥 눈물이 난다. 그를 생전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약간의 질투심도 느낀다. 지금의 남아공이 아무리 개판이라도 그가 이룬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는 세상의 불합리에 도전했고 결국 이겨냈다. 남은 것은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넬슨 만델라는 동포들의 학살을 겪었고 옥에 갇혔고 풀려난 후에 또 학살당하는 동포들을 보았다. 그러고도 그는 백인들과 협상했고 그들을 감싸 안았다. 정치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사자를 접하면서도 웃으며 협상해야 하는 그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그 마음의 경계를 누가 측량하겠는가!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현실정치인의 논리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 30년을 기다려준 아내와 헤어지는 아픔을 토로하던 그가, 그냥 사이코패스처럼 협상해야 하니까 하는 그런 정치논리로만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을 수 있었을까. 마음 공부하는 사람으로 어떻게 하면 그 경지에 갈 수 있을까 다만 근심할 뿐이다.

생각하면 할 수록 눈물이 나는 그런 사람이 있다. 만델라는 그런 사람이 될  거 같다. 한 잔의 맥주와 한 병의 와인으로 그를 떠나 보낸다. Adios, Adios Mandela. 


ps. 20세기 마지막 남은 어르신(...)은 달라이 라마인 듯. 오래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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