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은 자느라 못 봤고, 후반전부터 봤습니다. 뭐 이런 경기가 다 있나요.
후반 45분 내내 벨기에가 거의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전부 막아낸 팀 하워드 골리의 미친 선방... 보면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중간에 선방 수 12개라고 나왔는데 그 후에도 수없이 선방을 해서 갯수도 세기 힘듭니다. 환상적이었죠.
미국에도 결정적 찬스가 있었습니다만 슈팅이 정교하지 못해서 날려 먹었습니다. 슈팅의 정교함, 이게 미국과 벨기에의 차이고 승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합니다.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구요.
정규시간 90분이 지났을 시점에 이미 선수들은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습도 80%가 넘는 푹푹 찌는 날씨에 누가 봐도 지쳐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연장전은 정말 가혹하기 그지 없는 것이죠.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 연장 시작과 함께 루카쿠를 투입한 것이 빌모츠 감독의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양쪽 다 미드필더들이 전부 방전된 상황에서 전술은 의미가 없었고, 축구라기 보단 공격수와 수비수의 힘의 대결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루카쿠 같이 힘 있는 공격수가 교체 투입된 것은 승부를 결정짓기 충분했습니다. 예선 3차전에서 루카쿠를 선발에서 빼버린 것도 더 열심히 뛰게 만든 것 같구요.
연장 전반 2분, 루카쿠가 수비를 뚫고 데 브라이네에게 패스를 연결, 수비 2명 달고 슈팅한 것이 골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경기 내내 미친 선방을 하던 하워드 골키퍼도 수비수에 가려서 정확한 슈팅 방향을 읽어낼 수 없었던 거죠.
이어서 루카쿠가 멋진 돌파 후 골을 넣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카메라에 키스하더군요. ^^;;;
2:0이 되는 순간 벨기에의 승리를 예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진가는 그때부터 발휘되었습니다.
똑같이 지쳐 있었지만 미국 선수들은 한걸음이라도 더 뛰었고 공이 떨어지면 전력질주했습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연장 후반 시작할 때 주심은 무정하게도 물 마실 시간도 안주려 했습니다. 물론 선수들이 순순하게 따르진 않았죠. ^^ 뭐 주심도 사람인데 그 날씨에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겠어요. ^^
연장 후반 시작과 동시에 클린스만은 18살의 쥴리안 그린을 투입합니다. 그리고 이 선수가 멋진 발리슛으로 추격골을 성공시킵니다. 저는 이 선수를 연장 시작할 때 투입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선수가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기엔 시간이 부족했어요.
연장 후반은 미국의 근성어린 추격이었습니다. 이미 양팀 모두 포메이션이고 뭐고 다 무너진 상태에서 오로지 훈련된 본능만으로 골을 넣기 위해, 달리고, 패스하고, 슈팅했습니다. 수 없는 슈팅과 선방이 교환되고, 너무나 아쉽게도 인저리 타임은 1분만이 주어졌죠. 클린스만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정해진 걸 바꿀 순 없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심판도 사람인데 선수들조차 쓰러질 만한 날씨에 더 뛰어다니고 싶겠어요. -_-;;; 구경꾼인 저 같은 사람이야 조금만 더 했으면 했지만요. ^^;;;
120분간의 드라마가 끝나고 승자로 남은 것은 벨기에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에게도 승리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연장 후반에 프리킥 찬스에서 골을 못 넣은 것은 너무 아쉽지요. 그 장면 말고도 미국은 정교하지 못한 슈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지요.
벨기에는 주전 상당수가 예선 마지막 경기를 뛰지 않았는데도 미국보다 그닥 체력적 우세가 없었습니다. 확실히 미국이 체력적으로 잘 준비된 팀입니다. 스포츠과학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니 당연할 지도요.
사실 94년 미국월드컵 때부터 미국 경기를 보아 왔습니다만 그동안 전 미국팀의 성격, 이미지가 정확히 잡히질 않았습니다. 저는 축구 국가대표팀에는 그 나라의 민족성이 녹아 있고 한두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늪', 이탈리아는 '교활함', 독일은 '효율성' 이런 식으로요. 헌데 다민족 국가라 그런가 미국은 그게 잘 안잡혔어요.
이 경기를 보고 이제야 미국팀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습니다. 바로 '근성'. 여러 대륙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미국이란 나라의 사람들이 가지는 근성, 그것이 미국팀에 있더군요.
졌지만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보여 준 미국팀에 찬사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칩니다.
후반 45분 내내 벨기에가 거의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전부 막아낸 팀 하워드 골리의 미친 선방... 보면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중간에 선방 수 12개라고 나왔는데 그 후에도 수없이 선방을 해서 갯수도 세기 힘듭니다. 환상적이었죠.
미국에도 결정적 찬스가 있었습니다만 슈팅이 정교하지 못해서 날려 먹었습니다. 슈팅의 정교함, 이게 미국과 벨기에의 차이고 승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합니다.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구요.
정규시간 90분이 지났을 시점에 이미 선수들은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습도 80%가 넘는 푹푹 찌는 날씨에 누가 봐도 지쳐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연장전은 정말 가혹하기 그지 없는 것이죠.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 연장 시작과 함께 루카쿠를 투입한 것이 빌모츠 감독의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양쪽 다 미드필더들이 전부 방전된 상황에서 전술은 의미가 없었고, 축구라기 보단 공격수와 수비수의 힘의 대결이 되어 버린 상태에서 루카쿠 같이 힘 있는 공격수가 교체 투입된 것은 승부를 결정짓기 충분했습니다. 예선 3차전에서 루카쿠를 선발에서 빼버린 것도 더 열심히 뛰게 만든 것 같구요.
연장 전반 2분, 루카쿠가 수비를 뚫고 데 브라이네에게 패스를 연결, 수비 2명 달고 슈팅한 것이 골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경기 내내 미친 선방을 하던 하워드 골키퍼도 수비수에 가려서 정확한 슈팅 방향을 읽어낼 수 없었던 거죠.
이어서 루카쿠가 멋진 돌파 후 골을 넣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카메라에 키스하더군요. ^^;;;
2:0이 되는 순간 벨기에의 승리를 예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의 진가는 그때부터 발휘되었습니다.
똑같이 지쳐 있었지만 미국 선수들은 한걸음이라도 더 뛰었고 공이 떨어지면 전력질주했습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연장 후반 시작할 때 주심은 무정하게도 물 마실 시간도 안주려 했습니다. 물론 선수들이 순순하게 따르진 않았죠. ^^ 뭐 주심도 사람인데 그 날씨에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겠어요. ^^
연장 후반 시작과 동시에 클린스만은 18살의 쥴리안 그린을 투입합니다. 그리고 이 선수가 멋진 발리슛으로 추격골을 성공시킵니다. 저는 이 선수를 연장 시작할 때 투입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선수가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기엔 시간이 부족했어요.
연장 후반은 미국의 근성어린 추격이었습니다. 이미 양팀 모두 포메이션이고 뭐고 다 무너진 상태에서 오로지 훈련된 본능만으로 골을 넣기 위해, 달리고, 패스하고, 슈팅했습니다. 수 없는 슈팅과 선방이 교환되고, 너무나 아쉽게도 인저리 타임은 1분만이 주어졌죠. 클린스만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정해진 걸 바꿀 순 없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심판도 사람인데 선수들조차 쓰러질 만한 날씨에 더 뛰어다니고 싶겠어요. -_-;;; 구경꾼인 저 같은 사람이야 조금만 더 했으면 했지만요. ^^;;;
120분간의 드라마가 끝나고 승자로 남은 것은 벨기에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에게도 승리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연장 후반에 프리킥 찬스에서 골을 못 넣은 것은 너무 아쉽지요. 그 장면 말고도 미국은 정교하지 못한 슈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지요.
벨기에는 주전 상당수가 예선 마지막 경기를 뛰지 않았는데도 미국보다 그닥 체력적 우세가 없었습니다. 확실히 미국이 체력적으로 잘 준비된 팀입니다. 스포츠과학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니 당연할 지도요.
사실 94년 미국월드컵 때부터 미국 경기를 보아 왔습니다만 그동안 전 미국팀의 성격, 이미지가 정확히 잡히질 않았습니다. 저는 축구 국가대표팀에는 그 나라의 민족성이 녹아 있고 한두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늪', 이탈리아는 '교활함', 독일은 '효율성' 이런 식으로요. 헌데 다민족 국가라 그런가 미국은 그게 잘 안잡혔어요.
이 경기를 보고 이제야 미국팀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잡힌 것 같습니다. 바로 '근성'. 여러 대륙에서 온 이민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미국이란 나라의 사람들이 가지는 근성, 그것이 미국팀에 있더군요.
졌지만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보여 준 미국팀에 찬사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칩니다.
덧글
"아아아아아악 또 뚫린다!!!!!" 하면 팀 하워드가 막아내고
골키퍼들의 선방이 가득한 이번 월드컵에서도 정말 독보적인 활약이었습니다.
그게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게 너무나도 아쉬울 뿐 ㅜㅠ
그리고 미국이야 이민자의 나라가 아닙니까. 외국 출신 국대라고 해서 차별 같은 건 없을 거 같아요. 예전부터 꼭 귀화선수 한두명씩은 있던 팀이기도 하고.
MLS도 제대로 정착하고 있는 거 같고, 미국 관중들이나 시청자 숫자도 이젠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미국팀은 앞으로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해지진 않을 거 같습니다.
이걸 실시간으로 못본게 진짜 아쉽네요
이번 알제리와 미국의 경기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루카쿠 아니었다면 미국이 이길수도 있는 경기였다고 봅니다...
저는 클린스만 때문에 미국 경기를 보기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클린스만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팀에 대해 흥미가 점점 생기더라구요. 축구를 보다보면 선수들의 개인기술에 감탄할 때도 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투지에 감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미국 대표팀도 딱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대표팀의 테마가 근성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그런 면에서 많이 공감이 되네요. 특히 클린스만이 피트니스 덕후라고 바이언에서 욕 먹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잘 준비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 대표팀의 선전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ㅋㅋ
저니맨 클린스만과 미국의 궁합은 상당히 잘 맞는 거 같습니다. 선수시절에도 여기저기 참 많이 돌아다니더니 감독 생활도 그러네요. ㅋㅋ
참말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선방ㅠㅠ 실력+경험 그이상의 무언가를 본 것같습니다.
"Why the fuck are you giving me just one minute?"이라고
고래고래 욕을 하더구먼여...확실히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