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vs 브라질 7:1 by 함부르거

브라질이 월드컵 4강전에서 졌습니다. 독일에게 졌습니다. 그것만이라면 그렇게 큰 뉴스가 아닐 겁니다. 

문제는 7:1로 졌습니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7골을 내준 것은 역사상 처음이랍니다. 아니 월드컵 아니라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7골 내준 경기가 무려 80년 만에 나온 거랍니다. 

가히 미네이랑 경기장의 비극, 미네이라수(Mineiraço)로 명명되기 충분합니다. 이미 그렇게 부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네요.

사실 경기 자체는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독일의 두번째 골, 바로 클로제의 역사적인 월드컵 통산 16번째 골이 터진 이후부터 브라질 선수들의 발은 땅에 붙어버렸습니다. 독일 선수들은 브라질 진영 한복판에서 마음대로 패스하고 마음껏 뛰어다니고 내키는대로 슈팅했습니다. 

그리고 세골 네골 다섯째 골... 제가 어제 밤을 새서가 아니라, 이게 과연 현실인지 아닌지 믿기가 어려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오열하는 브라질 관중들의 모습만이 이게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죠.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참담한 모습이었습니다. 

뭐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대회 이전부터 브라질 선수들이 받는 정신적 중압감에 대해서 우려를 해 왔습니다. 브라질의 이동거리를 걱정하는 댓글에 답글로 정신적인 중압감이 더 큰 문제일 거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것이 현실로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네이마르도 티아구 실바도 없는 상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터져 버릴 것 같은 상황에서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지자 브라질 선수들은 무너졌습니다. 

사실 이건 브라질 국민들이 만든 결과입니다. 대회 전부터 마라카나조의 주인공 알시데스 기지아를 불러서 조 추첨식에 세워 놓는 모습에서 브라질인들의 집념이 어떤 건지 오싹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완전 제3자인 제가 보기에도 그랬는데 어릴 때부터 마라카낭의 비극을 귀에 박히도록 들어 온 브라질 선수들은 어땠겠습니까? 거기에 못하는 축구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브라질의 팬들... 아니 축구 그 자체에 미친 브라질 사람들이 과연 선수들에게 어떤 압력으로 다가왔을 지는 불문가지입니다.

세상에서 월드컵 우승 못했다고 욕하는 나라는 브라질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나라의 선수들이 자기네 안방에서 우승 열망이라는 국민들이 기대와 성원을 넘어선 한맺힌 집념을 등에 짊어진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이었을 겁니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카푸 같은 브라질의 레전드 선배들이 정신력 약하다고 후배들을 질타했지만 제가 볼 땐 그건 너무 심한 말입니다. 그들은 홈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지 않았고, 마라카낭의 비극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홈이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 나라가 브라질입니다. 지금의 선수들이 겪었던 스트레스는 역대의 어떤 브라질 선수들도 겪어 보지 못한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못하면 인정사정 없이 야유를 날리는 관중들, 우승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는 언론들,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인생을 망친 선배들의 기억...... 브라질 선수들에게 과연 자기 편이 있었을까요? 전 없었다고 봅니다. 오로지 같은 팀의 선수들끼리만이 그 고통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마르와 실바가 이탈했죠. 고통을 공유하고 동시에 희망을 같이 나눌 수 있었던 그들이 없어지자 브라질 선수들은 무너졌습니다. 그걸 누가 탓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도 한도 이상의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무너집니다. 

브라질을 무너뜨린 것은 독일 팀이 아닙니다. 64년동안 쌓아 온 브라질인들의 집념이 범인입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을 집착으로 만든 브라질리언들이 그들을 무너뜨렸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이 조금만 냉정해지고 마음을 다스리길 바랍니다. 그깟 공놀이일 뿐인데 말이죠... 폭동도 자살도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은 끝나도 축구는 계속됩니다.

덧글

  • 다져써스피릿 2014/07/09 07:51 #

    잠깐 경기장주변 항공사진 보여주던데 경찰차가 쫘악 깔렸더군요. 아마도 폭동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조치인듯.
    3-0, 4-0때는 서럽게 우는 브라질 관중 모습을 카메라가 잡아주더니 5-0 이후부터는 그런 모습 안 보여주더군요. 방송제작진도 넘 잔인하다 느꼈는지.......;;;;
  • 함부르거 2014/07/09 07:53 #

    진짜 이 경기의 충격은 마라카낭의 비극 이상일 거 같습니다. 그 땐 TV 중계도 없었고 라디오만 있었는데도 그 모양이었는데... 이건 뭐 HD 카메라로 선수들 땀방울까지 생생히 보여주는 시대에... -_-;;;;;
  • 比良坂初音 2014/07/09 07:54 #

    현지의 각국 대사관에서는 이미 긴급 연락망으로
    외출 자제하고 출입구와 창문 봉쇄하고 학교 등교도 하지말고
    비상연락망을 켜놓으라고 지시가 왔다고 하더군요
    과연 브라질(.....)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스포츠 이벤트의 좋은 결과라는 도박으로 해결하려 들다간
    무슨 꼴이 벌어지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 루카스 2014/07/09 08:08 #

    저는 브라질의 '두번 실수는 안하리라'하는 마음이 어떻게든 동기부여가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러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네요.
  • 함부르거 2014/07/09 08:47 #

    워낙에 브라질 사람들이 극성이라서요. 월드컵 우승한 감독도 스트레스 받아서 때려치우는 게 브라질 국대니 말이죠.
  • 공놀이 2014/07/09 08:18 # 삭제

    밑에도 댓글 달았지만 전 네이마르의 부재보다는 실바의 빈자리가 이런 대참사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수니가도 걱정되지만 실바도 몸조심해야할듯. 축구때문에 목숨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니 너무 무섭습니다ㄷㄷㄷ
  • 강철의대원수 2014/07/09 09:10 #

    실바는 망명이라도 해야할거같고 수니가는 평생방탄차타고 경호원대동하고 살아야할듯하네요
  • 함부르거 2014/07/09 10:10 #

    경기에 못 뛴 선수가지고 뭐라고 할 브라질 사람들은 아닐 것 같긴 한데... 지금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니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겠네요.
  • 강철의대원수 2014/07/09 09:14 #

    하이라이트만 잠시봣는대 바르보시가 그후어떤꼴을당했는지아는 세자르 맨붕한거같던대요;;
  • 함부르거 2014/07/09 10:09 #

    뒷일을 생각 안하더라도 경기시작 30분도 안돼 5골 먹으면 골키퍼는 멘붕합니다. -_-;;;
  • 역사관심 2014/07/09 09:24 #

    펠레와 더불어 이영표는 돗자리수준이군요. 일주일전기사.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30/2014063003973.html?brief_news02
  • 함부르거 2014/07/09 11:11 #

    뭐 이거야 원론적인 이야기니까요. 여튼 펠레는 과연 브라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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