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마니 by 함부르거

< 스포일러 주의 >

'추억의 마니'가 개봉한 지 한참 됐는데도 아직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어서 다행히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바람이 분다' 덕에 심한 내상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지브리 작품은 되도록 영화관에서 본다는 주의거든요. 어릴 때 각인이 되어 버린 중증의 지브리 빠란 이런 거죠. 네. ^^:;;

지난 토요일 KU시네마테크에서 봤는데 건국대학교 안의 소극장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좋은 극장이더군요.

감상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영화를 보고 나오던 어느 커플의 대화였습니다.

'마니가 할마니였다는 거네'

그자리에서 뿜을 뻔 한 걸 간신히 참았네요. 이 썰렁함이란... 오해들 마시길 바랍니다. 제 감상이 아니라 어떤 커플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것 뿐입니다. ^^

암튼 참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예의 지브리 아트워크야 이젠 설명할 필요도 없어 보이고... 무엇보다 주인공 안나가 머물던 친척집이 너무 좋네요. 발코니가 딸린 침실에 창밖으론 아름다운 해변이 그대로 보이는 방이라니 질투날 정도입니다. 통나무로 기둥을 세운 침대도 너무 좋고 그 밖의 생활소품들이 너무 좋습니다. 친척 아저씨가 목수라는 설정이라 그렇겠지만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예쁜 소품들이 마음을 사로잡네요.

이 영화는 주인공 안나의 성장담이자 소녀들의 우정담이고 몽환적인 판타지이며 그리고 한 가족의 비극적인, 그러나 희망으로 끝나는 가족사이기도 합니다. 여러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스토리인데다 연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교적 복잡한 연출이라 이런 영화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겐 많이 불편할 겁니다.

저는 좋았습니다만. 전 백투더 퓨처 시리즈 중 복잡해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2편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

복잡한 스토리와 연출에다 주인공 안나의 성격도 많은 분들이 짜증내기에 충분할 겁니다. 내성적인데다 가정환경 때문에 트라우마와 열등감으로 젖어 있는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히 외향적인 성격인 분들에겐 진짜 이해가 안될 겁니다. 외향적인 분들이 보기엔 이 아이가 민폐 덩어리로만 보일 수도 있어요. 전 어린 시절의 저를 보는 거 같아서 참 공감하면서 봤습니다만...

암튼 복잡한 스토리와 연출, 주인공의 성격까지 더해져서 이 영화는 그리 대중적인 영화는 못 됩니다. 아... 소녀적 감성으로 만든 영화기도 하네요.

어느 분이 '어른 용도 아이 용도 아닌 영화'라고 평하셨는데 일정 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성격이 맞는 사람들에겐 무척 특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향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거나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지브리가 잘 하는 게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 지는 영화를 만드는 건데 이 영화도 그런 영화입니다.

정리하자면 타겟이 너무 좁아서 대중적이진 못하지만 아주 훌륭한 예술적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만에 지브리 감성에 푹 빠진 1시간 반이었네요.

덧글

  • 아하핫 2015/04/20 14:38 #

    저랑 남자친구가 영화보고 나오면서 한 말이랑 똑같아서 저희커플인줄 알았어요ㅋㅋㅋㅋ(저희는 상상마당에서 봐서 아니지만 ㅋㅋ) 할마니 ㅋㅋㅋ 저는 영화보고 나서 여름휴가를 한적한 시골에서 보내고 싶은 소망이 생겼어요 ㅋㅋ
  • 함부르거 2015/04/20 15:40 #

    음... 무슨 싱크로니시티가... ㅋㅋㅋ 정말 그렇게 예쁜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죠.
  • 2015/04/20 15: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함부르거 2015/04/20 15:42 #

    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저도 정말 재밌게 봤는데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ㅠㅠ

    둘다 정말 감성적인 영화라 감성이 안 맞으면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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