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에서 다들 꿀꿀하게 웹툰 이야기만 하시는데, 분위기 환기도 할 겸, 한국 출판만화 작품 이야기 하나 하죠. 임주연 작가의 '퓨어 크라운'입니다. 이 작가도 트위터는 하는데 이번 사태하곤 관계 없군요. 다행이다... ㅠㅠ
임주연이라는 작가는 저에게 있어 한마디로 애증의 대상입니다.
제가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게 씨엘(CIEL)이었습니다. 씨엘을 처음 봤을 때 '아 이제 대한민국에도 클램프를 능가하는 위대한 여성 판타지 만화가가 등장했구나'라고 생각했다니까요? 정말 뻥하나 안치구요.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탁월한 작화실력, 거창하면서도 세세한 세계관 설정능력, 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작가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씨엘이 저에게 빅엿을 안겨주었죠. 엔딩 부근 마지막 몇 권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주인공 년놈들은 세계의 위기라는데 남의 일인양 중2병 대사나 뇌까리고 있고, 뭔가 대단한 흑막 같던 캐릭터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억지로 짜낸 것 같은 BL 커플(?)은 메인 스토리랑 별 상관도 없는데 지면은 왕창 차지하고 있고, 여기저기 던져 놨던 숱한 떡밥들은 회수도 안되고 지리멸렬했죠.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망가지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담했습니다. 아예 망해버린 대한민국 출판만화계에서 그래도 꾸준히 팔리는 정말 한줌도 안되는 작가, 그것도 탑클래스에 있는 사람이 이 지경이라니... 그래도 계속 작품 내놓는 걸 보니 책은 꽤 팔린 모양이더군요.
이 작가는 처음 작품 시작할 때는 정말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개그 감각도 이 때는 아주 멋지게 돌아가죠. 일상이나 개그를 그릴 때는 그야말로 캐릭터가 살아 숨쉬고 통통 튀어다닙니다. 문제는 한참 이야기를 전개해서 세계관을 확장하고 시리어스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망가진다는 거예요. 작가 자신도 생각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랄까요. 상상력은 폭주하는데 그걸 이어주는 논리를 못 가져가요. 씨엘이 그렇게 망가졌죠. 그러고 보니 단점이 아까 이야기한 클램프와 닮았군요. 왜 안 좋은 쪽까지 닮는 거지... ㅠㅠ
신작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전작에 대한 아쉬움만 잔뜩 늘어놔 버렸습니다. 이것도 작가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있기 때문이죠. 좀 잘해줬으면 하는... ㅠㅠ
임주연 작가가 요즘 연재하고 있는 '퓨어 크라운'은 마법소녀물입니다. 현재 7권까지 단행본이 나와 있는데 6권까지 읽었습니다. 역시 초반이라 그런가 정말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1권만 읽어야지 했다가 앉은 자리에서 6권까지 해치워버렸죠.^^;;;; 간단한 감상을 이야기 해 보자면 카드캡터 사쿠라를 처음 읽었던 때의 그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다시 받았다고나 할까요.(이 나이에!!!!!)
간단한 내용은, 페어리랜드의 겨울의 여왕 '이어링'이 자신의 마력을 지탱해 주는 보물 '리스펙트'을 실수로 잃어버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와 편모가정의 소년 문시후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마법과 사랑과 동화같은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시는 게 낫습니다.
암튼 6권까지는 정말 순조롭습니다.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대사들도 통통 튀고, 러브라인도 섬세하고, 세계관도 어떻게든 납득이 가게 그리고 있어요. 그림도 그렇고 거의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아주 매력적인 마법소녀(소년?)물입니다.
그리고 권수가 늘어날 수록 쌓이는 이 불안감... ㅠㅠ 점점 시리어스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제대로 이어질 지 아니면 또 망가질지... 아 진짜... ㅠㅠ 암튼 읽을 수 밖에 없죠. ㅠㅠ
덧글
전 소교헌부터 팬이엇는데 끝으로 갈수록 뿌려놓은 거 못 치우는 느낌..? 그림이나 색감도 초창기에 비해 제 취향에서 빗겨가네여. 못그린다는게 아니고 제 취향 기준이니 태클 놉. 파스텔 수체화 느낌이 좋앗던 거라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