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IT 관련 일로 밥벌어 먹고 산 지도 어느덧 십몇년째 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에 전공 선택한 걸 아직도 써먹고 있는 거죠. -_-;;;;
그동안 IT 관련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컴퓨터 고쳐달라는 매우 짜증나는 이야기부터, 상사의 자식 진로상담, 정보화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고담준론까지 각양각색이었죠. 그 때마다 나름 성실하게 답한다고 하면서 살았습니다. 덕분에 그럭저럭 직장에서 버티고 있는 거 같아요.
헌데 지난 주에 아주 난감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IT하곤 담 쌓고 살던 50대 중반 중간관리자 분이 "IT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클라우드니 서버 클라이언트니 뭐니 일 관련해서 IT용어들이 잔뜩 나오는데 하나도 모르겠다는 거죠.
질문을 딱 받고 나니까 참 난감하더군요. 각각의 용어를 설명해 달라면 할 수 있고, 그에 관련된 기술이나 트렌드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암것도 모르니까 뭘 공부해야 하냐'고 하면 참 설명하기 난감한 겁니다.
생각해 보면 저의 IT 관련 지식의 기초는 이미 20여년 전 학교시절에 완성을 했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거나 인터넷을 찾아 보면서 업데이트를 해 온 것입니다. 그동안 상대해 온 사람들도 어느 정도씩 정보화 사업에 발을 걸치고 있던 사람들이니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구요. 헌데 이제 와서 다시 생 기초를 학습하는 사람에게 뭘 권해야 하냐고 하니까 그쪽으론 제가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_-;;;;; 여러분은 20년 전에 공부한 교과서가 기억나시나요? -_-;;;; 거기다 이런 종류의 기초강의가 예전엔 많았는데 요즘엔 없어요.
한 이틀 고민한 결과 떠올린 게 대학 때 배운 '컴퓨터공학 개론' 입니다. 요즘 지식이 업데이트 된 판이면 어느 정도 괜찮겠더군요. 헌데 서점 가서 보니까 적당한 게 없습니다. 다 전공자들 대상이라 관리자 급에겐 별 필요 없는 내용이 많아요. 16진수 2진수 변환 같은 걸 그런 양반들이 배워서 뭐하게요? 물론 전체적인 개념 잡는 데는 상당히 괜찮습니다만...
관리자에게 IT를 기초개념부터 가르친다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그냥 신문기사에서 나오는 요즘 트렌드는 이거다 하고 설명하는 정도면 그냥 IT용어집 정도로 괜찮겠지요. 그러나 사업을 설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초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매우 난감합니다. 개론서 쓰는 교수님들이 왜 대단한지 알겠다니깐요. -_-;;;
IT라는 게 워낙에 방대한 분야를 망라하다 보니 말이 쉽지 실제 공부하려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컴퓨터 공학도 IT관련 지식세계에 대해서는 일부에 불과한 거니까요.
좀 더 알아보니 IT 관련 에세이나 역사서 정도는 괜찮을 거 같습니다. 정지훈(비 아닙니다. ^^) 씨의 '거의 모든 IT의 역사'가 괜찮아 보이더군요. 슥 훑어 봤는데 이해하기 어렵진 않을 거 같습니다. 다만 이게 그 분의 용도에 맞을지는 의문입니다. 교양이 아니라 일에 써먹을 지식이 필요한 거니까요. 그래도 현대 사회에서 IT 관련 교양이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불편한 인생이 되는 거니까, 교양 수준의 공부가 해가 될 일은 없겠지요.
암튼 뭔가 난데 없이 심각한 질문이 날아와서 저도 한참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질문이 올 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상대할 사람들은 IT 문외한들이 더 많을 것 같으니 말이죠.
덧글
제가 고민하는 건 평생 IT쪽 하곤 담 쌓아온 50대 중간관리자에게 추천할 만한 교재나 교육 프로그램이 뭘까 모르겠다는 겁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