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by 함부르거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1권

일본 만화의 신 테즈카 오사무의 일대기를 다룬 만화입니다. 만화의 신인 만큼 만화로 그의 전기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적절한 일일 겁니다.

이 책은 충실한 자료조사와 주변 사람들의 풍부한 증언으로 매우 꽉 짜여져 있습니다. 만화라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소장한다면 충분히 그 가치를 다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구요.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세계를 깊이 들여다 보려면 그 길잡이로 매우 좋은 책이라고 봅니다. 그 양반 작품이 워낙 많아서 이런 가이드가 없으면 헤매기 십상이거든요.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양반은 만화의 신 소리 들을 만 하다'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다작 작가지만 그 중에 이른 바 '시대를 바꾼'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품들입니다. 그런 작품 하나만 그려도 거장으로 추앙받는데 이 사람은 세기도 힘들어요. 지금 그냥 생각나는 작품만 해도 철완아톰, 정글대제, 블랙잭, 리본의 기사, 불새, 붓다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이전에도 만화는 있었고, 특히 미국에선 꽤 발전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쪽은 지금도 그렇지만 세계관 중심으로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불연속적 코믹스이거나 단편적인 카툰 위주였죠. 일본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60년대 이전까지의 일본 만화는 장편이라 해도 몇 권 되지 않는 분량이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는 장편만화라는 장르를 개척함으로서 긴 호흠으로 하나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일본만화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 냅니다. 오늘날 단행본이 수십권씩 이어지는 장편만화들은 모두 테즈카 오사무의 영향 하에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가 일본 만화에 끼친 영향은 단지 인기만화가로서 걸작을 그리고 장르를 개척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젊은 만화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만화계 성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후지코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치바 테츠야 같은 거장들은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읽고, 또 그와 같이 작업하거나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지 작풍만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세나 생활태도, 아이디어 구상 방법 같은 구체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 테즈카 본인도 그런 젊은 작가들을 보면서 경쟁심을 가지고 계속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갔죠. 그 때의 일본만화가는 전부 테즈카의 제자이거나 라이벌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봐야할 겁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죠. 그가 TV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채택한 리미티드 기법이나 저임금 체제는 후대에 악영향을 끼친 걸로도 악명이 높지만 정작 당대에 그 본인 앞에서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 본인이 밥 굶고 스튜디오 맨바닥에서 자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기 때문에(...). 뭐랄까 그야말로 워커홀릭 말기증상이란 걸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테즈카였거든요. 물론 연재 시절엔 땡땡이도 많이 쳤지만(...) 워낙에 다작하는데다 일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라 몸이 남아나지 않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 만화에 그런 면모가 정말 잘 나오지요. 이 양반이 환갑 조금 지나서 요절한 것도 일하느라 너무 몸을 혹사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테즈카 오사무라고 성인군자는 아닌 게, 무시프로덕션 폐쇄 때는 자기 뜻대로 안된다고 그냥 접어버리는 면모를 보여 줍니다. 많은 사람 밥줄이 걸려 있는데 말이죠. 부자집 도련님으로 자라서 그런지 그의 생애 곳곳에 그런 면모가 많이 보입니다. 이 사람이 지면 위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창작자의 삶을 살아서 그렇지 무슨 사업한다고 했으면 여러 사람 다치게 했을 거예요. 만화가를 한 게 본인을 위해서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나 최선의 길이었던 거죠.

암튼 테즈카 오사무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의 만화만큼이나 풍부하고 다채로와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만화의 천재였고, 일 중독자였고, 당대와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남긴 시대의 거목입니다. 일본 만화는 테즈카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이후의 일본 만화가들은 누구도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거장을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라는 소개를 드립니다.

덧글

  • 눈바람 2017/06/19 22:33 # 답글

    작품들을 보면...진짜 안건드린 장르나 소재가 없을 정도죠.

    액션/전쟁/탐정/의사/모험/로봇/시대극/역사물/드라마/SF/순정/성인...

    막말로 혼자서 다해먹으셨습니다. ㅎㅎ

    연출방식도 가히 시대를 초월했다고 밖에...
    작화도 단언컨대 수십년 지난 오늘날 웹툰작가들보다 더 잘그리셨죠.
  • 함부르거 2017/06/20 06:31 #

    스포츠 빼면 완벽했죠. 그야말로 만화의 신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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