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아이 독서 지도, 스파르타式으로!

일단 위 기사에 대한 감상부터 짤방으로 표현해 보죠.

조선일보가 애저녁에 맛이 간 건 알고 있었지만 외부 기고자라고 이딴 거나 실어 주는 거 보니까 답이 없다는 생각이 일단 듭니다. 어디 교수라는데 대체 어떻게 공부했길래 이딴 글이나 싸지르고 있을까요? 멀쩡한 남의 애들 잡을 일 있나... 암튼 이건 그렇다고 접어 두죠.
전 애들 책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이해가 잘 안되요. 지가 좋으면 읽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책 안 읽는다고 인생 못 사는 거 아닙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책 한권 못 읽으셨으면서도 죄 안 짓고 농사 잘 짓고 자식들 잘 키우면서 잘만 사셨어요. 같은 배에서 나와도 책 읽는 놈도 있고 안 읽는 놈도 있고 형제간에도 차이가 납니다. 책 읽는 소질이 없는 애들한테 억지로 읽혀 봤자 역효과만 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자식에게 책 읽는 삶을 추천하고는 싶습니다. 제 자신부터가 거의 문자중독자에 가까운 인간인 것도 있지만 책을 읽음으로서 인생이 풍요로와졌다는 인식이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그 풍요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풍요는 아닙니다. 돈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는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 풍요로와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느끼는 그런 거죠. 그러니 그런 풍요를 자식에게도 맛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자식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만...
제가 어릴 때를 돌이켜 보면 책을 너무 읽어대서 시력이 나빠질 정도였습니다. 애가 너무 책만 읽으니까 부모님이 못 읽게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불 속에 숨어서 책 읽다가 눈이 나빠졌어요. 하다 못해서 백과사전을 달달 읽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중학생 때는 신문을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한글자도 안 빼고 읽었고 - 그게 조선일보라는 아이러니 - 하다 못해 광고지까지 전부 읽을 정도였습니다. 음... 전 제가 정상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써놓고 보니 정상은 아니군요... -_-;;;;;
어쨌든 제가 이런 인간이다 보니 솔직히 책 안 읽는 애들과 그런 애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이해가 잘 안됩니다. 애들 수준에 맞는 책만 적절히 던져 주면 열심히 읽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은 있습니다. 환경을 만들어 줬는데 애가 안 읽으면 그건 소질이 없는 거구요. 억지로 시켜 봤자 애들한테 트라우마만 심어 주는 게 되죠. 같은 환경에서도 그닥 안 읽었던 형제를 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집니다. 그런 사람도 나중에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논어 같은 고전도 열심히 읽더군요.
사실 애들을 독서하게 만드는 건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모님은 그닥 독서를 많이 하는 분들은 아니었고, 책 읽으라고 감시하고 독촉하는 분들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만, 책을 소중히 여기고 - 책 밟거나 하면 막 혼났어요. - 독서를 존중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마구잡이로 읽어대는 자식놈 책 사다 주느라 허리가 휘셨던 건 말할 필요도 없군요. 부모의 가치관이 자식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을 볼 때 독서를 존중하고 독서인을 존경하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들을 책을 읽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는 책을 골라 주는 것도 중요하겠군요. 저는 독서가 너무나 즐겁고 재밌는 일이라서 빠져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재미 있는 책이 있죠. 제가 어릴 때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어머니가 본인이 읽으시려고 빌려 왔던 무협지였습니다. 그것도 김용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3부작이죠. ㅋㅋㅋ 어머니는 이 책들을 성인용으로 생각하셔서 제가 훔쳐 읽는 걸 아시고 무진장 화내셨지만요. ㅋㅋㅋㅋㅋ 원래 책은 훔쳐 읽는 게 제일 재밌어요. ㅋㅋㅋㅋ 일단 재밌는 책으로 시작해서 읽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재미 없어 보이는 어려운 책들도 잘 읽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써 놓고 보니 고민하는 부모들에겐 별 도움이 안되는 거 같긴 하네요. 그닥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약간의 힌트는 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억지로 읽혀 봤자 역효과만 난다고 봅니다. 특히나 부모의 기준에서 좋은 책과 아이들 입장에서 좋은 책은 상당히 다른 것 같으니 말이죠. 일단 만화든 뭐든 재밌는 거를 잔뜩, 무조건 많이 읽을 수 있게 해 주면 나중에는 지가 찾아서 읽는다고 저는 봅니다.
덧글
저는 아이는 없습니다만 있다면 저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겁니다. 동화책이던 뭐든 말이죠. 개인적으로 목소리 갖고 장난치는데에 자신이 있기에 꿀잼으로 읽어줄 자신도 있고 말입니다ㅎㅎ 여튼 "책 = 재미있는것" 이라는 공식을 아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해주면 그 다음은 애가 알아서 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것을 권장할지언정 강제로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절대 아니니까요. (읽어라! 하면 읽기 싫어지는게 애들 심리기도 하고요ㅋ)
책을 소중히 여기고 독서를 존중하는 자세는 우리 부모님도 그러하시기에 100% 공감합니다.
....무슨 논리를 거쳐야 저런 대안이 나오는 겝니까?
저 양반은 고정필진이라 윤서인마냥 외부기고라 하기도 민망할텐데 말이죠.
셜록 홈즈 단편은 정말 추천할 만 하죠. 초등학생 시절에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