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쪽) 근황
최근의 성희엽의 '조용한 혁명'을 읽었는데 오늘날 일본 정치의 뿌리가 어떤 건지 이해가 되더군요. 제가 볼 땐 일본 정치의 제도는 현대화 되었지만 그 정신적 바탕은 19세기 메이지 시대에서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존다리안 님이 말씀하신 한국에서 극우와 기타 세력을 나누는 기준이 이상하다는 건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들의 그런 바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극좌가 아니면 누구나 천황제를 절대적 기준으로 놓고 있는 사람들을 한국 기준으로만 보니 다 극우로 보이죠. -_-;;;
그러니까 천황은 잘못한 게 없다는 게 극소수 극좌파를 제외한 일본 사람들의 공통 인식입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면 천황에 대한 부정이 되니까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회피하거나 왜곡해서 망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게 일본인들의 공통 인식이죠. 아니 인식 자체가 없죠. 그런 사람들을 과거사 반성을 안하면 극우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게 한국인들이니 갭이 너무 큰 겁니다.
아베가 짤려도 이런 기본적인 상황은 안 바뀝니다. 천황은 일본의 국체요 만세일계의 유일정통으로서 일본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나라인 이유라고 보는 18세기 일본 국학자들의 인식에서 일본 정치가들은 벗어날 수가 없어요. 누가 정권을 잡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아베를 극우라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일본인들 입장에선 국가의 유일정통인 천황을 현양하자는 정통주의자일 뿐이지 옛날 쇼와시대처럼 막나가는 인간은 아니거든요. 물론 아베의 생각대로 개헌하게 되면 천황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론 모든 책임은 천황한테 몰아 놓고 정치가들이 지들 맘대로 다 해먹게 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아키히토 천황이 싫어하는 거지요. 그 사람이 볼 땐 자기 아버지가 당했던 일을 자기도 똑같이 당하는 거니까. 아베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요. 여기서 조금만 더 삐끗하면 천황을 건드리게 되고 그럼 끝장입니다.
암튼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이런 기저의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존심 꺾고 기어들어갈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문제 있다는 생각 전혀 없는 애들한테 억지로 우리 입장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히 일본 내부에서 각성과 자기반성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어요. 민간 차원의 학술교류 같은 것도 좋은 방법이죠. 문제는 그렇게 긴 시간 들이는 일을 가장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란 거지만요... -_-;;;;;
덧글
과거 만행을 인정하되 현재의 업적 또한 인정하자는 형태인데 일본인 스스로에게는 먹힐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한국인이 인정해 줄지는 의문이군요. 하긴 굳이 한국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앙 빠름띠!
왤케 늦어!! 이것도 이렇게 느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