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1 : 2 크로아티아 경기 끝 by 함부르거

---------- 전반 종료 ----------

잉글랜드가 전반 5분 경 트리피어의 멋진 프리킥 골로 앞서 갑니다. 마치 베컴 전성기 시절 킥을 연상시키는 멋진 슛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잉글랜드 선수들 컨디션이 좋습니다. 케인과 스털링 투톱이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쳐 주고 있고 수비조직은 거의 틈이 없습니다. 특히 스털링은 계속 달리면서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져 있는 크로아티아 수비진을 엄청나게 괴롭히네요. 이 친구는 오늘 이렇게 달려 주는 것만으로도 밥값은 다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역시 격전의 여파가 남아 있네요. 패스 미스가 많고 특히 패널티 박스 안쪽으로의 전진패스가 거의 안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지쳐 있어요. 지쳐 있으니 킥의 정확도나 달려 들어가는 타이밍 같은 게 안 맞는 겁니다. 뇌는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고 명령하는데 몸이 못 따라 오는 거죠. 크로아티아가 승리하려면 미드필드를 장악하고 패스 게임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현재의 상태로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도 잉글랜드가 미세하게 유리합니다.

크로아티아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이대로라면 잉글랜드가 이기겠네요.


---------- 경기 종료 ----------

크로아티아가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을 해냈습니다. 그야말로 월드컵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이렇게 극적인 승부를 4강전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크로아티아 선수들 놀랍네요. 제가 꼽은 오늘의 MoM은 동점골을 넣고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페리시치입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정신력이 만들어 낸 드라마입니다. 이 선수들을 무슨 말로 칭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16강, 8강, 4강 연속 세번이나 연장 승부를 하면서도 승리에의 확신을 놓지 않은 결과입니다. 정신력이 육체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해야겠네요. 

먼저의 승부에서 두번이나 극한상황을 극복해 낸 것이 끝까지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뛰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극한상황을 극복해 낸 자신감, 근성, 그리고 그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세. 이것이 크로아티아 승리의 원인입니다. 크로아티아의 기세가 잉글랜드의 자만심을 깨 부순 거죠. 

잉글랜드는 1:0으로 전반을 마친 상태에서 이미 승리에 취해 있던 게 아닐까요. 전반전에 한 골을 더 넣고 승부를 확정지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체력적 우위에 대한 확신, 전반전에 상대의 플레이를 제어해 내는 데 성공한 자신감, 이런 것들이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느슨한 마음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느슨한 마음은 골을 넣기 위해 달려드는 크로아티아 선수보다 반응을 늦게 만들었습니다. 동점골을 내준 뒤에는 당혹감에 집중력을 잃고 오히려 찬스를 더 주게 됐죠. 여기서부터 기세에 밀려 버린 겁니다.

비슷한 기량이라면 정신력이 앞서는 쪽이 이긴다는 걸 보여준 명승부였습니다. 특히 역전골 장면을 보세요. 만주키치는 첫번째 시도가 실패한 다음에 낙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페리시치의 백헤딩으로 자기 앞에 공이 떨어지자 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죠. 그에 비해 잉글랜드 수비진은 공과 만주치키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 승리에 대한 의지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습니다. 그에 비해 잉글랜드 선수들은 동점골 먹은 후엔 '지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뛰었죠. 그게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봅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마음가짐입니다. 전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이고 후자는 패배에 대한 공포입니다. 공포에 지배되는 순간 몸은 수동적, 기계적으로 움직입니다. 마음부터 지고 들어간다는 건 이런 거죠.

한국의 축구 지도자들은 이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깊이 연구해야 할 겁니다. 한국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마지막 경기가 되어서야 패배의 공포에서 벗어나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크로아티아 팀처럼 일관되게 승리를 위해 뛸 수 있다면 훨씬 좋은 경기를 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전에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도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겠지만요.

크로아티아의 위대한 승리를 축하하며,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이겨 주길 기대합니다. 진짜 역사를 한번 써 봤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 어떤날 2018/07/12 06:55 # 답글

    승리에 대한 확신, 패배에 대한 공포- 백번 공감합니다. 67분까지 영국은 무슨 바늘 하나 안 들어갈 정도로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선보였지만 동점이 된 이후 자기 축구를 전혀 못하더라구요. 계속 크로아티아의 플레이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면에 크로아티아는 동점이 되자 드디어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날라다니더라구요. 크로아티아가 승리에 대한 갈망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함부르거 2018/07/12 08:14 #

    정말 신기할 정도로 동점골 이전과 이후의 흐름이 달라졌죠. 그래서 축구에서 골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해리 케인이 전반의 찬스에서 넣기만 했으면 또 달랐을 거예요.
  • 解明 2018/07/12 16:35 # 답글

    만약에 크로아티아가 우승한다면, 함부르거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겠군요. 영길리와 불란서는 가라!

    그리고 결승전에 올라간 두 팀을 불행히 만나서 장렬히 산화한 아르헨티나는 재평가해야겠습니……. ^-^;;;
  • 함부르거 2018/07/12 18:21 #

    그러고 보니 아르헨티나는.... ㅎㅎㅎㅎㅎㅎ ^^;;;

    크로아티아 우승하고 음바페 질질 짜는 장면 나오면 최고의 월드컵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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