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신병 면회 일가족 사고, 강원도, 겨울, 내리막길 by 함부르거

주인 잃은 신발만 덩그러니…화천 면회가족 참사 현장

좀 지난 사건이지만 이야기는 해야 할 거 같아서 글 씁니다. 이 사고는 정말 안타까운 사고이고, 절대로 운전자분 탓하려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사실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사고인지 딱 감이 오더군요. '강원도', '겨울', '굽은 내리막길' 이것만 가지고도 정확하게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왜냐면 저도 비슷한 사고를 겪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산길들, 특히 군부대가 있는 쪽의 옛날 길들은 급경사에 구불구불 굽이친 곳이 많습니다. 그쪽에서 근무할 때 여러번 다녔음에도 아찔한 기분을 느낀 적이 많이 있어요.

제가 사고를 겼었던 곳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터널 나와서 굽이굽이 길게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곳이었죠. 늘상 다니던 곳이라 평소에 몰던대로 우회전을 하던 순간 뒷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차가 뱅글뱅글 돌더군요. 한쪽은 낭떠러지, 한쪽은 절벽인 길에서 그랬습니다. 1초도 안되는 사이에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마침 절벽 쪽이 눈앞에 들어오길래 '그래 저걸 들이받으면 최소한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걍 엑셀 밟고 절벽 들이 받아 멈췄습니다. 낭떠러지 쪽으로 갔으면 아마 높은 확률로 굴렀을 거라고 생각해요.

멈추고 나서 진정 좀 하고... 제가 미끄러진 지점을 보니까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더군요. 전전날 제설을 위해 뿌렸던 모래가 파우더처럼 곱게 깔려서 뒷바퀴를 미끄러트린 거죠.

그때 사실 좀 방심했던 것도 있습니다. 전전날에 눈이 오긴 했지만 다 녹았고 길바닥도 말라 있었거든요. 모래 때문에 미끄러질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겁니다. 거기다 타이어가 좀 오래된 상태여서 바꿔야 했지만 이번만 운행하고 바꾸자... 하다가 사고가 난 거죠.

아마 이번 사고도 길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이고 왔던 길 돌아가는 거라 운전자분이 평소대로 운전하다가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난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 사고차량이 제 차랑 같은 쏘렌토인데(연식은 다르지만), 쏘렌토 같은 SUV는 차고가 높아서 한번 스핀 나면 회복시키기가 훨씬 힘들어요. 모노코크 바디는 더더욱. 

아니 강원도 산길에선 한번 스핀 나면 바로 사고로 직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길도 좁고 경사도 급해서 스핀 났을 때 길 밖으로 튕겨 나가기까지 시간이 정말 짧아요. 사람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프로 운전사한테도 쉽지 않은 일일텐데 보통 운전자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저는 겨울에 강원도 산길로 차 몰고 가시는 분들은 무조건 조심하고 또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거기는 맨날 운전하고 다니는 현지인들도 사고 많이 나는 곳입니다. 저도 그 쪽에서 거의 8만킬로 뛰었는데 사고가 났어요.

눈 오는 날은 말할 것도 없고 - 전 눈 올 땐 강원도에선 운전할 생각 말라고 해요. - 제가 사고 났던 것처럼 마른 날에도 조심해야 합니다. 제설을 위해서 열심히 뿌린 모래와 소금 같은 게 곳곳에 널려 있어요. 눈 녹은 블랙아이스가 깔려 있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눈이 안 왔어도 아침엔 안개가 얼어서 블랙아이스가 되어 있는 동네가 강원도예요. 사고 정말 많이 납니다. 겨울에는 무조건 규정속도에서 -20km/h 정도 감속해서 달리기를 권장드립니다. 특히 내리막길에선 엔진브레이크 기본이구요.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정말 몇번이고 다시 말하게 되는데, 강원도에서 운전할 때는 무조건 안전운전 하세요. 규정속도 지키시고. 거기는 대부분의 한국 운전자들이 결코 경험한 적이 없는 악천후와 빙판길과 급커브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요즘 국도 중심으로 길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 동네의 기상과 지형조건은 바뀐 게 없어요. 

저도 거기서 사고 많이 봤습니다. 특히 자기 운전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사고 더 잘내요. 제 사고도 그 쪽 지형에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때 쯤에 났구요.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곳이 강원도 산길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강원도에서 겨울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여름엔 안전한가... 하면, 여름엔 낙석이 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강원도 지형이 사암 중심의 퇴적암 지형이라 비 좀 오면 낙석 진짜 많이 발생해요. 보통 때는 비 좀 온다고 돌 떨어지고 그런 건 아닙니다만 - 당연히 도로 설계와 공사에 그런 건 다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 장마철 같은 때는 상당히 많이 발생합니다. 사람 머리통 만한 돌이 도로에 떨어져 있는 경우도 종종 봤어요. 오죽하면 돌 많이 떨어지는 지점에는 피암터널이라고 낙석을 방어하는 전용터널까지 만들겠어요. 비 많이 온 다음에는 낙석도 조심해야 합니다.

뭐... 이렇게 말하면 거기서 사람 살 수나 있겠냐는 기분이 들겠지만 사실 저런 사고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건 당연히 아니죠. ^^;;;;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위험성이 큰 게 사실이고, 그걸 모르고 함부로 운전하다가는 사고 나기 딱 좋은 곳이 강원도입니다. 강원도 산길은 절대로 우습게 볼 수 있는 길이 아니란 점 명심하시고 다들 안전운전하시고 사고 없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덧글

  • 2019/01/01 14:52 # 삭제 답글

    그런 문제가 있군요
    그런 문제가 있으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않나요?

    스스로 조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건가요?
  • 함부르거 2019/01/01 15:13 #

    관리를 해도 저렇다는 겁니다. 제가 볼 때 강원도 지역의 도로관리는 타 지역에 비해 아주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만 그놈의 자연환경이 타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특수 환경이라... 본문에도 적었지만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동네죠.

    그리고 요즘 길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운전자들이 방심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한속도 60, 80인 곳에서 120, 150 밟다가 사고 나면 누굴 탓하겠습니까? 운전은 스스로 조심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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