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30주년 by 함부르거


천공의 성 라퓨타는 1986년 작품인데 왜 제목이 저러냐면, 제가 맨 처음 이 작품을 본 게 딱 30년 전이기 때문입니다.

잊을 수도 없어요. 1989년 딱 이맘 때 잠실 주공 3단지 친구네 집에서 지직거리는 복제 VHS 테이프로 자막도 없는 이 작품을 보았을 때의 그 어마어마한 충격을. 제 인생을 바꿔 놓은 사건을 꼽으라면 세번째 안에 들어갈 겁니다.

1989년은 제 인생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분기점이었습니다. 오타쿠가 된 기점이죠. ^^;;;;; 그 때 시작했던 게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덕질이었습니다. 만화는 이제는 흑역사가 되어 버린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나가노 마모루 이 개XX) 게임은 MSX가지고 그 전부터 하고 있었구요. 

30년이 지난 지금 만화도 여전히 보고 있고, 게임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허나 애니메이션은 이젠 거의 보질 않네요. 마지막으로 집에서 아니메 본 게 몇 년 된 거 같아요. 영화관에서 개봉한 것들은 몇 편 봤습니다만.

유튜브에 길들여져서인지 아니메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시간이 긴 영상물 자체를 못 보게 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영화관에 안가면 10분 넘어가는 영상물은 가만히 보고 있질 못하겠습니다. 넷플릭스도 구독했다 끊어 버렸죠. TV야 뭐 90년대부터 안 보고 살았으니...

일본 아니메가 절정을 넘어 쇠퇴하고 있는 것도 있겠지요. 아니메 뿐 아니라 전 세계 문화산업이 이젠 절정에 달해서 더 이상 새로운 걸 창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디즈니도 이젠 옛날 작품들 실사화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아니라면 제가 더 이상 예전 같은 흥분과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된 거겠지요. ㅠㅠ

이젠 스튜디오 지브리도 해체됐고 미야자키 선생님도 마지막 작품을 만들고 계신다 하니 세월이 무상합니다. 이젠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봤다는 추억만이 남았네요. 허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풍부하고 모든 걸 흡수할 수 있는 시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내 영혼 속에 들어와 박혔다는 것만으로 전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선생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덧글

  • 괴인 怪人 2019/09/21 15:26 # 답글

    홍돈으로 지브리에 입문해서 거꾸로 올라왔지만

    이 작품만큼 순수를 버리고 힘을 추구한 어른 앞에
    희망과 순수를 버리지 않은 소년소녀가 승리한다 는 클리셰를
    잘 녹여낸 명작이 드물죠. 2016년에 재개봉을 기대했으나 불발..

    2026년을 기대해봅니다.
  • 함부르거 2019/09/21 15:43 #

    붉은 돼지는 저도 정말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노망 들은 작품인 바람이 분다 빼면 지브리 작품 중에 사랑하지 않는 게 없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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