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2019) by 함부르거

일단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는, 엄청난 긴장감과 흡입력을 가진 영화였다고 말하겠습니다. 상영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는데 정말 시간이 얼마 안 지난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듯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미장센이나 연출이나 모든 것이 꽉 짜여진 영화였습니다.

영화 내용, 특히 정치적 영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지금 미국과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느낍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그 생존의 한계까지 내몰려서 인간적인 존엄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안전까지 위협받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걸 조커라는 캐릭터를 빌려서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겁니다.

지하철 쓰리킬 씬에서 어떤 분은 눈물까지 났다고 합니다만 전 웃음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뇌 속에서 브레이크가 딱 걸리면서 진정했지만요. 진정해. 웃지 마. 공감하지 마. 쾌감을 느끼지 마. 이건 그냥 한계점에 달한 인간이 광기에 빠져드는 장면일 뿐이야.

아서 플렉이 왜 조커가 되었고 어떻게 되었나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말하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는 조커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조커가 되고 나서도 그는 평소 자기에게 잘해 주었던 난장이 동료는 살려서 보내 줍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그에게 남아 있는 인간성과 조커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봅니다. 

이 영화를 선동적이라고 느끼는 이는 지금의 세상에 만연한 어둠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이미 비슷한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 없어도 자발적 테러리스트는 차고 넘친다구요.

그렇다고 영화 속 조커에게 완전 공감하시는 분은... 음...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게 어떨까요?



ps. 여담이지만 어린 브루스 웨인 역의 아역배우(단테 페레이라-올슨)는 정말 예쁘장 하더군요. 정말 부잣집 도련님 느낌?

ps2. 로버트 드 니로 많이 늙었더군요. 완전 노인네가 됐어요. 처음엔 몰라봤습니다. 아 세월이란...

덧글

  • 괴인 怪人 2019/10/10 18:09 # 답글

    지적하신 내용대로면 관객들은 이 영화를 사회비난영화로 기억하겠지만

    마지막 상담장면이 이 영화를 조커&오락영화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메세지는 남기고 논란은 피하는 감독이하 제작진의 깔끔한 편집이었죠.
  • 함부르거 2019/10/10 18:17 #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교묘하게 빠져나갈 곳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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