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교든 당신에게 더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그 종교는 잘못된 것이다.
위의 문장이 이 다큐의 핵심이라고 할까. 이 4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잘 만들어져서. 솔직히 SBS에서 이정도 수준의 다큐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공감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아 일부의 목사님들 말고...
이슬람 원리주의자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건 공통점은 이거다. "
생각을 안한다." 경전을 문자 그대로 절대적으로 믿으며, 자신과 다른 사상, 진실,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타 종교를 이해할 생각은 조금도 안하며, 그들 자신의 교리 해석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아예 문맹이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성경 외에 다른 책은 읽지도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어린아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이 있어 잘 안다. 어떤 책에 나온 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고 다른 의견은 모두 유치한 것이나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는... 한 국민학교 6학년 때까지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조숙한 편이라 내가 읽는 책들을 다른 아이들은 읽지 않았고 난 다른 아이들보다 아는 게 많은 편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는 자부심, 그 자부심의 근원이 되어 주는 책들.
내가 그런 도그마적 사고방식에서 깨어나게 된 것은 중학교 때 유시민 씨가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면서부터였다. 그 책이 나에게 위대한 사실을 가르쳐 줬다. "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비판적 이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어떤 책이나 문서의 주의 주장, 심지어 사실관계까지도 역사적맥락을 통해 크로스체크 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내 인생은 그 책으로 인해 바뀌었다. 그 책은 지금 와서 보면오류도 많고 베낀 부분도 많고 해서 그다지 대단한 책은 아닌거 같은데, 나에게 저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의미는충분하다.
이야기가 좀 새나갔는데, 어른이 된 나는 더 이상 내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만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든지 있고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도 한다. 타인의 주의 주장을 존중해야 하는 것을 바로 그런 것 때문이다. 설령 타인의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가 나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 이것이 어른의 태도가 아닐까.
종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처구니 없는 미신과 사기가 횡행하고 불교가 있는지 유교가 있는지 모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예수라는 위대한 성자를 알게 되었다. 그에 대한 숭배는 어느덧 종교가 되었고 그 종교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알게 된 이 위대한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고 싶고 그들을 구원하고 싶다는 열망, 그것이 선교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제 다른 종교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단지 나와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악마, 사탄으로 규정해도 되는 것일까. 종교 말고도 과학과 철학, 온갖 학문들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제 2000년 전 예수가 나타났던 시대, 2500여년 전 석가부처가 나타났던 시대처럼 야만과 무명의 상태에 있지 않다. 누구든지 원한다면 뭐든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이 시대에 "내가 말하는 것 이외에는 듣지 말라", "다른 모든 것은 악마의 소행이다", "나 외에 길은 없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예수가 말했던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버지에게 이를 수 없다"는 말씀이 과연 예수
교를 통해서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이었을까. 희생과 봉사를 통해 예수가 갔던 길을 같이 가는 사람에게 구원이 있다는 해석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암튼 이번 편은 강력했다. 논란이 많았던 1편보다 훨씬 더 한국 개신교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예수가 말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잃어버린 교회. 목사가 간통하고 횡령하고 세습하는 교회. 19세기 말 미국에서 등장한 복음주의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 우중들보다 약간 나은정도로만 교육받은 성직자들에 의해 성장해 온 교회. 타자와의 소통과 이해를 잃어버린 채 문자적 믿음에만 집착하며 다른 모든 종교를 악으로 규정하는 교회.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하는 교회... 이런 사람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땅을 밟으며 살고 있다는 것에 섬뜩함을 느낀다.
과연 한기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뭐 뻔할 뻔자지만. 사탄 운운은 지겹다 정말. 그러고 보니 사탄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느님의 심부름꾼일 뿐이란다.